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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경부운하’부터 먼저 검증하라
[비나리의 초록공명] 정책연구는 뒷전, 대선 끝나고 실행연구 할 참인가
 
우석훈   기사입력  2007/01/29 [18:37]
옛날에 썼던 경부운하 관련 글은 2년 전에 쓴 글이다. 호남운하 얘기가 아직 나오기 전의 일이다. 나는 경인운하도 반대했는데, 경인운하의 경우도 워낙 경제성이 존재하지가 않아서 정부의 예비타당성을 통과하지 못한 사업이다.
 
대규모 토목공사가 예전과는 달리 경제성이 쉽게 잘 나오지 않는다. IMF 이후에 건설업의 고용효과가 많이 줄었는데, 실제로 이것에 대해서 기준으로 사용하는 산업연관표는 5년에 한 번씩 조사를 하고, 게다가 표가 만들어져서 지수들이 발표되는 것은 3년 뒤의 일이다. 새로 나올 건설산업의 고용지수를 가지고 해보면 훨씬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다.
 
새만금 때에도 경제성이 나오지가 않아서 이걸 억지로 채우느라고 '안보미'라는 되지도 않는, 사실상의 수치조작에 해당하는 일을 하면서 BC ratio 가지고 정부에서 장난쳤다.
 
경부운하의 경우도 BC ratio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정도의 숫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비용편익지수라는 것이 워낙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서, 명확하게 2중계산을 피하고 숫자를 잡기는 어렵다. 새만금 때에도 쌀의 가치에 국가안보를 지킨다고 숫자를 높이고, 갯벌가치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뺐다.
 
그런 식으로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면, 경부운하도 BC ratio를 조작할 수는 있다. 아마 그렇게 할 것이다.
 
이것도 본질은 황우석 사태와 같다. 월간 <말>지에 기고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비용편익분석 계산을 해봤었는데,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얘기 그대로 다 받아주고 해봤는데, 50년 내에는 원가환수가 안되는 기술이었다.
 
가끔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계산하면 안된다고 생 난리를 치기도 하는데, 정부에서 다른 기술 평가할 때 사용하는 방식 그대로 한 거였다. 에너지기술개발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을 하고, 내가 직접 계산했던 것으로는 홍대앞에 있는 당인리 화력발전소에 설치되었던 CO2 분리기술에 자금지원할 때 계산을 내가 했었다. 쑥스럽게도 이 설비 준공식 때 테이프 커팅할 때 나도 가위를 들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그 방식과 마찬가지로 황우석 계산 했는데, 원래 그렇게 표준틀 대로 해야한다.
 
경부운하에는 몇 가지 추가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생태계 교란과 지역경제의 순환성이라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이론적으로는 튼튼한 얘기지만, 지표로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잘 반영하기가 어렵다.
 
미국은 국내경제에 대한 지표들이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다. 생태계 교란에 대해서도 전국적인 아니더라도 미국 같은 경우에는 교란효과에 대해서 사용해볼 수 있는 국내사례가 많이 발표되어 있다. 게다가 GRDP ratio 같은 것들도 이미 패키지로 미국 국내에 다 연결되어 있어서 DB는 돈만주면 구매할 수 있다. Google earth에 보면 식당이나 호텔 같은 것들에 대한 DB가 들어가 있는데, 그 원 소스가 GRDP DB이다. 큰 도로가 생기거나 특정 정책을 하면 특정 지역의 매출액과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쳐서 지역생산액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미 다 되어 있다. 돈만 주면, 그러나 돈이 꽤 비싼 걸로 알고 있다.
 
그런게 있으면 이명박의 황당한 경부운하 같은 것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1시간이면 할 수 있는데, 지금 같아서는 사업 규모가 잡히지 않아서 하기가 좀 어렵기는 하다. 
 
▲경부운하 건설은 이미 98년에 타당성 없는 것으로 결론 난 것. 건설보다는 환경과 생태 등 철학의 문제가 더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종연구원
나한테 왜 경부운하 건에 대해서 왜 연구를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이건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혼자서 쭈그리고 앉아서 하기가 어렵다. 공개 DB가 없기 때문에 최소한 3개월 정도 시간을 잡고 현지조사를 해야하는데, 내가 현지조사를 갈 수는 없으니까 최소한 연구원 6명은 필요하고, 나도 숫자들을 가공하기 위해서 꼬박 매달려야 하고, 우리나라에 없으면 외국 숫자라도 써야하니까 자료 구매비용도 수 천만은 든다.
 
그래서 손을 대더라도 최소한 3개월은 잡고, 돈도 내 인건비는 빼고 계산하더라도 1억원 이상은 드는 일이다. 그래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 대충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정색을 하고 매달려야 겨우 답이 나오지 대충 할 거면 안 하느니 못하다.
 
사회적인 눈으로 본다면 경부운하의 경우는 찬성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역에서 수 십명씩 독일 관광을 시켜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사람당 천 만원씩만 잡아도 이미 수억원이 찬성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출된 셈이고, 또 올해에도 수 백명이 관광을 떠날 것이다.
 
이 돈이 이명박 전 시장의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과 같은 곳의 출장비 항목 그리고 지역경제의 장기적 전망 같은 사업 같은 곳에서 흘러나오게 된다. 어차피 개인 돈이 아니라 대부분 국민들의 세금으로 찬성측을 설득하기 위한 돈이 지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검증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돈은 거의 없다. 그래서 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검증을 해볼 수 있는 길이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
 
정책연구라고 할 때, 작게 잡으면 3천만원 약간 큰 것은 1억원 정도의 프로젝트가 된다. 물론 경부운하에도 그런 연구가 꾸려지기는 할테인데, 그건 실행단계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연구가 진행된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어떻게 될까? 과학과는 상관없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다가 1년이 지나갈 것이고, 그렇게 그냥 토목공사는 진행되게 된다. 그걸 전부 내 책임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경부운하건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켜만 볼 생각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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