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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을 원하면 호남 기득권을 버려라
[김원웅인터뷰] 개혁당은 정통야당을 승계한 유일정당
 
변희재   기사입력  2003/06/19 [09:40]

▲ 김원웅 개혁당 대표     ©대자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지층의 분열 현상을 너무 일찍 맞고 있는 노무현 정권, 그리고 이 정권을 뒷받침해야 할 민주당은 지리한 신당논의에 휘말려 있다. 이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대선 전부터 노무현을 지지했던 개혁당이 있다. 과연 개혁당의 김원웅 대표는 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6월 18일 김원웅 의원의 국회 사무실에서 그와 인터뷰를 하였다.

김원웅 대표는 정권의 지지층이 가장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대미, 대북 외교정책에 대해 "노무현 정권의 복심은 읽고 이해해야 하지만 미일 동맹체제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말로 대신했다. 특히 그는 100여년 전의 미일 간 가쓰라-테프트 조약과 비교하면서 현재는 미일 간에 한반도의 평화를 포기하면서 중국을 겨냥하고 있고, 미일 동맹체제가 공공이 되면 일본의 자위대가 한국에 주둔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최근 신당논의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버리지 않는 민주당 신주류를 공격하면서 개혁당은 개혁당의 길을 갈 것이라 확인하였다. 또한 정통야당은 이미 DJ가 새정치 국민회의로 분당한 뒤부터 꼬마민주당과 신한국당이 합당하면서 한나라당이 법적으로 승계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 뒤 이회창 총재가 이들을 숙청하면서 사실 상 민주당과 한나라당 그 누구도 정통민족세력의 정신을 승계하지 못했고,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개혁당이 이를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일동맹에 포섭될 위기에 처했다.

변희재: 아마도 지난 대선 전에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또 가장 깊은 고민을 했던 분이 김원웅 대표님이 아닐까 합니다(웃음) 그런 점에서 현재의 노무현 정부의 평가 등을 고려해볼 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으신지요.

김원웅: 그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견지했던 정치적 목표가 이탈되지 않도록 견인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정치적 환경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변: 후보 시절의 노무현에게 걸었던 기대와 대통령 노무현에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김: 물론 그렇습니다. 취임 이후에 외교 문제만 하더라도 급속히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했습니다.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언행 같은 것은,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수용하기는 싫습니다. 또한 5.18 참배 때 한총련과의 충돌 문제 이후, 노대통령, 법무부 장관, 행자부 장관 등의 발언을 보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때 이 시대의 젊은이들마저 침묵을 지켰다면 얼마나 절망스러웠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그런 젊은이들을 보고 미래가 든든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었습니다.

특히 방미 이후 5.18시위를 한총련 합법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한총련의 합법화 문제는 국가보안법이라는 현행법을 따져야 하는 것이지, 방미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변: 노무현 정권의 핵심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바로 이와 같은 문제들 때문에 놀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을 떠올려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김: 노 대통령도 복심은 깔고 있을 겁니다. 후보 시절의 의욕을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지자들로서도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의 이면에 깔린 근본적인 '의지'는 읽어내어야 하겠지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한미관계의 신뢰구축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한반도 평화를 포기하면서까지 한미관계의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지요. 한반도 평화를 포기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뜻이 미국에 정확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또한 남북 간에는 한민족 간의 공조이라는 가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이해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

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관해서라면 여러 차례 강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너무 한미 관계에 치중하다보니 민족공조라는 또 다른 가치에 대한 전달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김: 이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청와대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일본에게 대 북한에 대한 제제는 거부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이 성명내용이 보도되자 청와대에서는 바로 번복해서 조간 신문에 배포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청와대의 이 번복된 성명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진실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또한 남북경협의 경추위에서 북측이 '재난'이라는 표현을 써서 문제가 되었을 때 북측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남북 모두가 위험하다"라는 말로 해명을 했습니다. 이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만큼은 확실히 하자는 결론을 내려 무사히 경헙이 추진되고 있지 않습니까.

변: DJ 정권 때는 남북 간의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지지자들이 한민족의 공조에 대해서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확신이 안 서니 지지자들이 혼란스러운 것 아닐까요?

김: 저는 분명히 말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쌓아놓은 남북 신뢰관계는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도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전체적으로 정권을 지지하지만, 각론에서는 사안에 따라, 이라크 파병이나 특검 문제 등에서 정권과 다른 노선을 갈 때도 있습니다.

변: 아마도 문제가 되는 것은 윤영관 장관을 비롯한 내각에서 지지자들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내뱉고 있는 게 아닐까요? 발언만 놓고 보면 남북공조보다는 대미관계에 너무 치중을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김: 이런 건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낙 중요한 시기이다 보니까 대미관계를 원만히 풀기 위해 친미 성향의 참모들을 주변에 포진시켜놓고 있는데, 이들이 미국을 향한 발언을 많이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보면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에서 한반도에 새삼스럽게 군비를 증가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한반도에 군비를 증강해야 하는 아무런 위협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미국의 군산복합체제로 끌려들어갈 위험이 있는 형국인 것이지요. 이런 의도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NO"라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변: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되는 MD체제로의 편입 문제로 봐도 될까요?

김: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MD 체제로의 편입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MD체제는 중국을 겨냥하는 것인데, 한반도의 평화를 포기하고 중국을 노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일 동맹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이지요.
 
1882년에 조미수호조약이 있었고, 1905년에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것을 묵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일간의 가쓰라-테프트 밀약이 있었습니다. 그뒤 한일 간 을사조약이 체결되면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와 유사한 국제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변: 미일 간에 어느 정도 협의가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미국 부시정부에는 체니 부통령, 라이스 보좌관 등 지일파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클린턴 정권 때인 97년도에 미일 가의 신 가이드라인을 정했습니다. 일본은 주변국가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주변 국가가 뭐겠습니까? 바로 한반도입니다.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의 군대가 우리 영토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입니다.

노대통령의 방일 때 문제가 되었던 유사법제 뒤에는 미국이 있었던 것입니다. 곧바로 주미대사가 이를 지지하지 않았습니까. 100년 전의 가쓰라 테프트 밀약을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다시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지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주한미군철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일본의 자위대가 한국에 주둔할 수도 있습니다.

변: 정말입니까, 한국은 그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습니까?

김: 그것은 바로 정부의 명료한 입장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과 같이 미일 동맹체제가 강화되고 한국이 이에 포섭되면 끝내 자위대가 한반도에 주둔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변: 다시 이야기가 되풀이되지만, 이런 외교 문제에서의 급속한 방향 선회 때문에 지지도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 대표님께서는 좀 더 큰 차원에서 정권의 지지도 하락을 어떻게 분석하시는지요. 통계로만 봐도 문민정부나 국민의정부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김: 저는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봅니다. 노대통령은 호남편향의 지지로부터 전국적인 지지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호남의 지지만 이탈되었고 전국의 지지는 아직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노선이나 정책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100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판단은 유보하고 싶습니다.

변: 호남의 지지가 이탈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호남의 이탈이 곧 참여정부의 노선의 이탈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정권의 외교노선에 대해 상대적으로 호남 쪽에서 지지가 높았는데 그것이 떨어졌다는 것은 곧 참여정부의 노선 변화가 아니냐는 것이지요.

김: 좀 다른 측면에서 봅시다. 너무 협소하게 친노, 비노, 반노 이런 식으로 나누지 말자는 것이지요. 이것은 민주당 내부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신기남과 정동영이 친노이고, 김근태와 김영환이 비노이고, 다른 반노들이라 구분해봐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차피 다 호남표로 국회의원이 된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협소한 개념을 뛰어넘어야 된다는 것이지요.

변: 그런 것들도 결국 노선과 정책의 지지를 바탕으로 되는 것 아닙니까. 예를 들면 특검이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 특검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호남과 영남의 의견이 크게 갈립니다. 특검과 같은 정치적인 판단의 문제를 지역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위험하지 않냐는 것이지요.

김: 특검은 분명히 역사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민족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특검을 수용한 이상 6.15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을 필연적으로 훼손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계속 반대해왔습니다.

변: 김대표님의 시각처럼 호남인들도 그와 같은 관점에서 특검을 지지한다면 특검 때문에 호남의 지지가 이탈했다는 것은 지역주의와 관계없이 참여정부의 노선이탈이라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 호남에는 분명히 개혁적이 노선에 따라 참여정부를 지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새로운 개혁의 중심축으로 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호남의 맹목적 지지자들은 포기해야 합니다.

결국 노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면서 두 가지를 다 놓친 셈입니다.

개혁당은 개혁당의 길을 간다

변: 사실 개혁당 이야기를 주로 해야하는데, 너무 정권에 대한 이야기에 치중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혁당이 집권여당이 아닐까 해서 이런 질문들이 이어진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도 개혁당을 여당이라 보십니까?

김: 하하, 개혁당은 여당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실험정당입니다. 단순히 지하실에서 홀로 실험하는 게 아니라 현실과 관계를 맺는 임상실험의 단계입니다. 현실과 매우 근접한 실험 말입니다.

변: 지난 대선 전에 김대표님께서는 부잣집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가난한 집 개혁당으로 옮기셨습니다. 그러면서 개혁당에 처음 오면서 가졌던 이상과 실제로 개혁당 대표를 맡으면서 부딪힌 현실 간의 괴리감도 느꼈을 것 같은데요.

김: 한나라당 말이 나왔으니 그것부터 이야기해봅시다. 2000년 총선 전에 저는 무소속이었는데 제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무소속이었을 때의 제 지지율을 100으로 놓고 보면 자민련에 입당했을 때 152로 뛰고, 민주당으로 입당했을 때 93으로 떨어지고 한나라당으로 입당했을 때 63으로 떨어집니다.

그때 이부영 의원이 저를 찾아와서 부탁을 했습니다. 한나라당이 보수색깔의 정당인데 개혁적 이념의 스펙트럼을 채워달라고. 개혁적인 자신도 원내총무로 일하지 않냐는 것이지요.

그때만 하더라도 6.15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기 전의 일입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구분할 만한 확실한 정치적인 판단기준이 없었을 때였지요.

변: 그렇다면 6.15남북공동성명 이후였다면 민주당으로 입당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김: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총선 때도 이회창 총재가 저를 특보로 발령한다 했을 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탈당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입니다. 또한 저는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30대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사람이기도 합니다.

6.15선언이 발표된 후, 이회창 총재는 이에 대한 비판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그때 기자실로 들어가 민족적 관점에서 벗어난 당론엔 승복할 수 없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실제로 임동원 장관 해임안 결의 때, 반대를 하기 위해 안영근, 김홍신 의원 등과 만났으나 결국 당의 압력 때문에 성명서를 발표할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수구파와 맞설 수 있는 때를 기다리자는 후배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해임안이 표결에 붙여졌을 때, 언론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중 두 표가 빈다는 보도를 했었습니다. 그 두 표는 이제와서 밝히지만 저와 서상섭 의원이었습니다.

변: 한나라당에서의 의정 경험을 통해 어찌보면 더욱 더 이상적인 정치에 대한 열망이 커졌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의 대표님의 위치가 그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는지.

김: 지난 8월부터 사실 상 개혁당 창당에 참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지난 의리 문제 뿐 아니라 저의 정치적 아이덴티티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흔히들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버리자는 말을 합니다. 지구당위원장직을 버린 것을 기득권을 던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국회의원에게서의 기득권이란 의원직입니다. 의원직을 버릴 수 있느냐. 그게 중요한 것입니다. 제가 개혁당에 참여한 것은 의원직을 걸고서라도 한국 정치 지형을 바꾸어야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건 모르지만 최소한 노무현과 김원웅 식으로 하면 정치에서 실패한다는 고정관념은 깼다고 생각합니다. 꼬마민주당 학습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기존 정치 문화에 저항하면 절대 당선될 수 없다는 신화입니다. 이번에 노무현이 그것을 깼고, 저 역시 충청권에서 자민련에 입당하지 않고 당선되었고, 한나라당을 나와 개혁당에 입당하여, 노무현이 당선되었으니, 두 번 연속으로 성공한 셈입니다. 나와 노무현 식의 정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입니다.

호남에서 개혁당 밀어주면 영남에서 한나라당을 박살내겠다

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부잣집 한나라당을 나왔을 때면, 개혁당에 대한 높은 이상을 품지 않았겠습니까. 진성당원 10만명을 목표로 했던 개혁당의 이상과, 한 명의 국회의원이 아닌 한 정당의 대표로서 보는 현 개혁당의 현실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는 정상적인 정치적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대선이 끝나자 시민들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대선 전과 대선 후는 정치적인 여건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운동의 측면으로 보자면 탄압받고 배고플 때가 단결이 잘 됩니다. 나눠먹을 것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무너지는 수가 있습니다. 특히 당 지도부에 위치한 사람일수록 나눠먹기가 쉽습니다. 이를 포기해야 합니다.

제가 신당논의에서 비타협주의 노선을 고집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대충 타협을 하면 상층부의 입지만 강화됩니다. 기득권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변: 최근 개혁당 내부의 논의를 보면 대표님의 비타협주의 노선과 다른 노선들의 갈등이 눈에 보입니다. 유시민 의원과 대표님의 의견이 달라보이는데.

김: 그래요? 다르지 않습니다. 저와 유시민 의원의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당의 대표이다 보니 개혁당의 입장에서 발언을 하는 것이지요. 개혁당의 재산은 개혁당만의 것이 아닙니다. 누적된 민주주의의 성과입니다. 가깝게는 꼬마민주당, 통추의 실험, 멀게는 6월항쟁, 4.19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개혁당의 재산을 갖고 타협을 하면 과연 그 누가 다음에 이런 실험을 할 때 힘을 보태겠습니까?

변: 신당논의가 길게 늘어지면서, 민주당은 물론 개혁당의 평당원 내부에서는 도대체 왜 개혁당 상층부가 민주당의 신당논의에만 관심을 보이느냐는 불만이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개혁당의 입장을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김: 기존세력과 적당히 타협해서 기득권을 갖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려다 다른 정치세력과 차별화만을 강조해서 고립당하지도 않겠습니다. 개혁을 선도하는 깃발을 들겠습니다.

변: 그렇다면 결국 대표님이 예전에 밝힌대로 자민련, 한나라당, 민주당, 개혁당 등 4당체제로 총선을 준비하겠다고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김: 민주당의 신주류의 고민부터 이야기해보지요. 민주당 당원의 90%는 호남사람들입니다. 신주류 의원들 중 자신의 지역구에서 "DJ를 배반하면 떨어뜨리겠다"는 압력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결국 민주당의 법통을 승계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평화민주당을 승계한 당이고, 평화민주당은 DJ가 만든 정당입니다. DJ의 대권을 위한 도구였을 뿐입니다.

DJ의 꿈은 전국정당 건설이었습니다. 그러니 현 민주당은 DJ의 꿈과도 배치되는 정당입니다. DJ가 전국정당 건설의 꿈을 실현시키지 못한 이유는 DJ 자신을 중심으로 모이라는 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깰 수 있어야만 합니다.

변: 신주류의 신당논의가 잘못되었다는 말입니까?

김: 신주류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해체해서 호남표가 갈 곳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되면 신당 역시 호남표가 결집될 것이고, 호남표가 결집된 상태에서 어떻게 비호남표를 모으겠습니까? 자신들의 한계를 시대정신에 걸맞게 극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변: 그렇다면 신주류가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요?

김: 쓸데없이 인적청산 문제를 강조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일단 탈당부터 해야지 민주당 내에서의 분란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민주당의 호남 지지라는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변: 개혁당에서도 민주당의 인적청산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아는데.

김: 아닙니다.

변: 유시민 의원 등이 그런 식의 표현을 하지 않았던가요?

김: 저는 아닙니다. 인적청산은 내년 총선에 하면 됩니다. 지금 인적 청산을 논의한다는 것은 결국 호남표를 누가 먹겠냐는 싸움에 불과합니다. 개혁당은 민주당 신주류와 구주류의 싸움에 끌려가면 안 됩니다.

변: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개혁당 내부에서 민주당 신당논의에 너무 자주 개입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대표님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게 아닐까요?

김: 계기가 있을 때마다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당 대표가 너무 자주 말을 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민주당 내분에 개입할 필요도 없고, 전국정당의 전망도 없는 신당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이름을 바꾸자는 논의를 한답니다. 한나라당의 '한'이 '한맺혔다'의 '한'이라는 것이지요. 지금 민주당의 신당논의는 한나라당의 작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변: 그렇다면 민주당의 신당논의와 차별되는 개혁당의 신당논의는 무엇인가요?

김: 첫째, 개혁당의 정체성을 지킬 것입니다. 둘째, 영남이든 호남이든 충청이든 지역에 매몰된 표는 얻지 않겠습니다. 셋째, 친노든 비노든 반노든 이에 얽매이지 않겠습니다. 예를 들면 김근태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비노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그는 친노든 비노든 상관없이 소중한 인물로 보고 있습니다. 넷째, 친DJ나 반DJ도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변: 대표님의 말을 들으면 결국 독자노선으로 간다는 것인가요?

김: 저는 처음부터 독자노선을 간다는 전제 하에 개혁당에 참여했습니다. 거대신당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버리면서까지 거대신당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변: 지난 13일 개혁당 내부 '끝장내기 토론회'에서 유시민 의원, 김영대 사무총장 등과 평당원들과의 논쟁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논점은 바로 총선용 거대신당이냐, 개혁당 독자노선이냐였던 것 같습니다.

김: 우리 당원들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신당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당원 중 60%는 참여하고 40%는 이탈하는 신당은 안 됩니다. 총선용 신당이냐는 것은 결과적으로 총선에 도움이 되면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한 여성을 사랑하는데 이왕이면 부잣집 여성이면 좋지 않냐, 이런 뜻 말입니다. 즉 총선용 신당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변: 개혁당이 독자노선을 간다면 대표님이 말씀하신 총선 전 4당 체제와도 맞물리는 것 같은데요. 김근태 의원이 총선을 4당체제로 치루다간 개혁세력이 필패한다는 주장을 했고, 이에 대해 유시민 의원은 아무도 4당체제를 언급한 적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의견이 다른 것 아닌가요?
 
김: 그것도 결과적으로 봐야합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호남의 자민련, 한나라당은 영남의 자민련이 되어 4당이 된다는 것이지요.

어차피 현재 민주당의 신당은 도로민주당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는 한나라당이 바라는 바입니다. 예전에 신당논의 초기 시절 한나라당의 의원들이 저를 보면 불안한 표정으로 경과를 자주 물어봤습니다. 요즘에는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전체 의원 숫자로 볼 때 호남의 의석은 영남의 의석의 반도 안 되는데, 그 기득권을 지키려다 영남 전체를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변: 그런 시각은 호남과 영남을 너무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여러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여론 조사를 보면, 이미 호남과 영남의 구도가 오랜 동안 고착화되어, 지역 소시민들의 의식 자체가 개혁과 보수로 확연히 구분되고 있습니다. 과연 영남의 평범한 소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변할 수 있겠습니까?

김: 저는 영남인들의 의식을 일깨울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구도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양김이 분열된 88년 이후부터라 보면 됩니다. 우리는 흔히 통일비용을 이야기합니다. 그럼 분단비용을 언급하면서 반론합니다. 지역구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주의로 인한 분열비용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변: 특검문제에 관해 호남과 영남의 소시민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이것은 외교 및 통일에 대한 시각이 다른 것입니다. 이런 시각차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까?
 
김: 지역정서가 바뀌면 변할 수 있습니다. 수구세력은 영남의 지역정서와 결합해서 존재합니다. 그 어떤 노선보다도 지역정서가 훨씬 더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지역정서만 바뀌면 정치적적인 시각도 바뀔 겁니다.

변: 이런 건 어떻습니까? 대북문제 등에 관해서 대표님의 시각은 DJ를 지지했던 호남인들의 시각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호남인들이 단지 지역정서 때문이 아니라 대표님과 마찬가지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치적 판단에 의해 DJ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김: 그건 맞습니다. 호남사람들은 오랜 차별 속에서 고뇌를 해왔고, 그 고뇌 속에 DJ가 존재했습니다. 분명히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정치적으로 좀더 깨어있습니다. 그래서 광주 사람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충청도만 해도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이번에 한 번만 더 해달라고. 호남에서 개혁당을 택해주면 영남에서 개혁당이 한나라당을 박살내주겠다고. 호남에서 민주당을 지지해봐야 민주당은 영남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정통야당의 법통은 민주당이 아닌 개혁당이 승계했다

변: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도대체 왜 이렇게 민주당만 비판하냐는 불만도 있는데요. 한나라당도 있지 않습니까?
 
김: 제가 미워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한나라당은 이런 이야기를 할 대상도 없습니다. 개혁파 의원 몇몇만 빼놓고.

그런 측면에서 호남의 민주당에 대한 95%의 지지를 생각해봅시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이것은 영남에 대한 공포심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정몽준이 단일후보로 나왔어도 역시 95%의 지지가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호남에서는 이미 두 번 연속으로 정권을 배출했습니다. 92년 대선 때 DJ가 YS에게 패하고 은퇴했을 때는 호남에 이런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영남이 고립되었습니다. 호남인들도 좀 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변: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면 민주당과 개혁당의 독립적으로 총선을 치르게 되고, 결국 개혁세력이 분열된다는 비판을 받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 음. 그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꼬마민주당 시절 때도 그런 비판을 받았습니다. 분열해서 나간 쪽은 국민회의인데 저희가 욕을 먹었습니다. 분열주의라는 비판을 받아도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이런 말은 하고 싶습니다. 한나라당의 당헌 전문에는 "민족 조국의 근대화를 이룬 민족세력과 민주화를 위한 야당세력이 결합했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가 분리되어 나갔고, 꼬마민주당의 이기택 등이 신한국당과 합당을 했기 때문에, 평민당, 통합민주당에서의 경력증명서를 떼려면 한나라당에 가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정통 양당의 법통은 법적으로 보면 한나라당에 있습니다. 물론 이회창 전 총재가 이기택 등 야당세력을 척결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정통야당의 법통을 정치적으로 승계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정통야당을 승계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세력이 민족정통세력입니다. 바로 개혁당이 이것을 해낼 것입니다.

변: 민주당은 법적으로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 정통야당을 승계하지 못했으니 개혁당이 이를 승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김: 멀리 보고 가야 합니다. 개혁당은 개혁당의 길을 갑니다. 그 과정에서 고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의 성공과도 맞닿아 있는 일입니다.

 * 본문은 시대소리 (http://www.sidaesori.com/) 에 실린 글입니다. 대자보와 시대소리는 연대 매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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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6/19 [09: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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