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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통합으로 중도 주류노선 세워야”
강준만 ‘좌우대립 아닌 중도통합’ 제시, '소통을 위한 역지사지‘ 강조
 
현원형   기사입력  2006/11/06 [17:39]
지난 4일 교보타워 23층에서는 교보문고와 인물과사상이 주최한 강준만교수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는 강준만교수의 독자들과 강교수 지지모임의 회원 등 230여명이 모여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강교수는 이날 이례적으로 회원들의 뒤풀이 자리에까지 참석해 회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강교수는 강연후 일일히 성실하게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했고, 다만 지난 16대 대선때처럼 거대권력이나 외세(미국)가 세우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 세우고 만들어가는 대통령은 가장 큰 의미이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 유효한방식이 될 것이란 원론적 답변으로 대신했다. 강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이제는 '좌우대립'을 끝내고 '중도노선'을 주류노선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우 통합의 메시지
 
우리 해방정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당시 중간파가 입지가 없었다. 좌우가 치열하게 충돌하고 테러가 알상화 된 상황에서 중간노선은 좌우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돌을 맞게된다.

남의 나라 밑에서 36년, 사실상 40년을 보낸 한맺히고 왜곡되고 일그러진 갈등이 잠재되어 있던 상황에서 해방이 되면서 대폭발이 되는데, 거기서 과연 중간파 운동이 가능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파 노선을 걸었던 분들이 계시지만,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1987년 6월항쟁 이후에 20년의 세월(87년 체제)이 지났다. 지난 20년간은 중간파가 설 땅이 아예 없었다. 저(강준만) 역시 중간에 있지 않았다. 한 세대 이상을 민주화 뜻을 품은 사람이 숨도 쉬기 어려웠던 군사독재체제하에서 그 쌓이고 맺힌 한이 가득 쌓여서 6월항쟁과 더불어서 분출되기 시작했는데, 과연 거기서 차분한 중간파적 대화와 소통이 가능했을까? 아니었다.

주제넘지만 감히 장담하건데, 한국사회가 좌우갈등을 넘어 중간파적 노선을 주류노선으로 확립하지 못한다면 이전투구하다가 골병들고 쓰러질 한계에, 이미 극한점에 도달해 있다. 이래선 사회적 갈등 비용이 너무 높다.
 

강 교수는 좌우통합의 대화를 가로막는 원인은 '현대사를 어떻게 보느냐'에서 갈리게 된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의 차이와 갈등이 증폭되어 있어서 소통이 너무 어렵다면서, 한국현대사의 급소 10가지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양쪽 모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일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 완전히 다른 이면이 있다고 말하며, '소통을 위한 역지사지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 4일 교보타워23층에서 교보문고가 11월 문화행사로 인물과사상사와 함께 한국현대사산책 완간 기념으로 강연회를 가진 뒤 강준만 교수와 강 교수의 독자, 지지모임의 회원 등이 뒷풀이를 열었다.     © 현원형

중도 선언
 
그 동안  강 교수에 대한 평들은 보는 이들에 따라 각자가 달랐다. 빨갱이, 진보에서부터 중도, 실용, 합리 노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미국식 합리주의라 비꼬기도 하고 수구꼴통, 호남 이데올로거라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강연은 그런 그가 자신은 중도이며 앞으로도 중도의 길을 갈 것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번 강연회의에서 강 교수가 말하고자하는 핵심 요지는 '좌우통합'과 '중도를 주류노선으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드물게 밀착취재를 한 오마이뉴스의 조은미·김정훈 기자가 공통 취재한 두 꼭지의 기사에선 가장 핵심인 이 부분은 빠져 있거나 수박겉핧기 식으로 대충 넘기고 있다.

초보 기자들의 실수로 인한 누락인지, 편집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10가지 예에 대한 부연 설명 요약 등이 기사의 내용을 채우고 있다. 오마이TV 기사의 제목만이  "좌우갈등 넘어 중간파적 주류노선 확립해야"로 잡았는데, 오마이TV 는 기사 내용은 없이 강연 내용을 담은 영상만이 있을 뿐이다.
 
그동안 강준만 교수는 15대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대중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독자후보인가 제3의 후보인가, 비판적 지지인가 등 원론적 내부고민에 빠져있을 때, 김대중 죽이기를 출간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노무현과 자존심' 등을 출간하며 그 누구도 당선을 예상치 못했던 노무현 후보(노무현대통령은 당시 국회의원의 신분도 아니었다)를 당선 가능한 대안 주자로 부각시켰다.

대선은 승리로 끝나지만 국내정치의 흐름은 강준만의 의도와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고,  그 과정에서 강준만은 많은 상처를 입었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특히 민주당의 분당과정에서는 강 교수가 반대 입장을 보이자, 그 동안  '죽고 못살듯이' 절친했던 인사들까지도 '수구꼴통' 취급을 하며 상처를 주더라다는 것이다. 정작 강 교수 자신은 신변이나 생각의 변화없이 여전히 그대로 인데, 믿었고 서로 친밀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이제까지 고대와 중세, 근현대사의 역사가 늘 그랬듯이, 억눌렸던 민중들이 피와 땀으로 나서서 봉기해서 사회가 변혁이 되어도 지배 그룹만 자리바꿈될 뿐 민중들의 생활은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않거나 더 곤궁해지곤 했다.  수구진영에서 빨갱이 정권이라고까지 하던 노무현 정권의 성립과 과반수를 넘는 거대여당의 최대 계파를 이룬 386 정부가 현실화되었지만, 노사모에 참여하거나 성원을 보냈던 보통의 많은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하층민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졌다.

역사의 진보와 변증이 이대로 계속되어서는 민중의 삶과 그들의 역사만 고단해질 뿐이 아닐까?
 
샐러리맨인 서민이 자신을 중산층인양 착각하듯, 실생활과 지향의 간극 사이에서 자신을 진보로 믿고자하는 합리화와 이중성을 던져버리고 중도로써의 본연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실용과 합리의 중도노선을 주류의 노선으로 확립해서 점차 사회를 향상시킬 때, 그 결과로 인한 수혜도 모두가 주인으로 함께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알고싶다
 
강준만의 화살은 이제 시위를 떠나갔다. 연타석 홈런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의 두번 연속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역으로서 적당히 편히 지낼만도 하건만, 강준만은 다시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는 새로운 무모한 실험에 도전한다.
 
사석에서 이젠 민주노동당을 찍고 싶다고 말하는 강준만이 17대 대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긴 안목으로 중도노선을 위해서만 전념할 지, 새로운 대안 주자를 내보일 지에도, 여전히 많은 눈과 귀가 강준만에게 모아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닷그니란 필명으로 활동
카페 '준마니아(http://cafe.daum.net/junmania)'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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