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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my -조중동, 네 멋대로 해라
언론의 편향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중동의 독과점ba.info/css.html'><
 
변희재   기사입력  2002/12/27 [22:54]
{IMAGE2_LEFT}대선이 끝난 뒤 조중동의 노골적인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대한 말들이 많다. 그와 비례해서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의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대한 비판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둘 다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겨레와 오마이뉴스가 조중동의 권력을 빼앗아 스스로 권력화하려 한다는 비판까지 있을 정도이다.

언론과 일개 게시판을 구분하는 방법은 편집의 여부이다. 게시판은 네티즌들이 글쓰는 대로 족족 올라오는 반면 언론은 편집자의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쳐 자신들의 논조에 맞게끔 기사를 취사선택한다. 그로 인하여 해당 언론사의 논조와 정치적 성향이 일정한 방향으로 자리잡게 된다.

솔직히 한겨레나 오마이뉴스의 그간의 논조로 보면 어찌되었던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노무현 당선자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에 비해 보다 개혁적인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사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되었는지 따지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그러나 기사 하나하나를 놓고 무엇이 노무현에게 도움이 되었고 무엇이 이회창에게 불리했는지 따지기보다는 차라리 좀 더 발상의 전환을 크게 할 필요가 있겠다. 언론에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과연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언론은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강박에 잡혀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언론의 편집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현존 체제 내에서 의미하는 양다리식 공정성에 바탕을 둔 편집과, 보다 약하고 힘이 없는 자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방식의 편집이 그것이다. 이것은 객관적 지식인과 당파적 지식인이라는 두 분파의 지식인상에서 연유된 듯하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우파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따지고 좌파가 당파성과 계급성을 우선시한다.

그러므로 우파 일색의 한국의 방송 3사와 10대 일간지는 모두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기사를 거의 같은 비율로 다루고 있다. 선거 기간 때는 선거기사감시위원회의 보도수칙에 따라야 하므로 어쩔 수 없겠지만 선거 때만 아니라 평소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알아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공평히 지면과 채널을 배분하고 있다. 엠파스에서 '언론의 객관성'을 검색해보면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사이트가 뜨는 것으로 짐작컨대 한국의 언론은 바로 미국의 객관적 언론 편집관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바로 이 때문에 언론의 공정성을 심히 훼손하는 문제가 벌어진다. 대부분의 언론사의 보도지침에는 '증명되지 않은 흑색선전과 폭로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삽입되어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에서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누가 그 어떤 증거도 없이 무분별한 폭로전을 펼쳐도 그대로 보도되곤 한다.

민주당이 정책을 강조하고 있고, 한나라당이 폭로를 하고 있다고 치자. 보도지침에 따른다면 정책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입장만 보도하고 한나라당의 폭로는 보도하면 안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양당간의 공평한 기사배분이라는 더 큰 원칙에 위배되므로 한 쪽이 아무리 폭로전을 일삼아도 그것이 그대로 보도되고 마는 것이다.

유럽의 언론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도 방식에 큰 차이가 난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언론이라면 보수정당에 관한 기사는 내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어차피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바에 충실히 보도하기 때문에 억지로 구색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유럽의 언론들의 발행부수는 그리 많지가 않다.

만약 한국의 조선일보가 유럽의 언론들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수구세력들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영업을 했다면 300만부라는 엽기적인 발행부수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간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들의 수구적 색채를 진보로 포장하는데 성공한 영업의 결과가 그들을 1등 신문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힘을 중요한 고비마다 한꺼번에 한쪽방향으로 쏟아버린다.

이번 대선에서 한겨레와 오마이뉴스가 노무현 쪽에 편향된 보도를 했다고 비판을 받게 되는 이유도 어찌 보면 바로 이러한 조선일보의 편집방식 때문일 수도 있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입장에서 보면 조중동에서 노골적으로 노무현 죽이기를 시도하는데 이를 막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겠냐고 항변할 수도 있는 법이다.

김대업의 병역비리 폭로 문제로 오마이뉴스의 편향성을 공격하지만 그 당시 조선일보에서 병역비리 사건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함께 따져줘야 한다. 둘을 떨어뜨려서 둘 다 불공정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조선일보의 이회창 편들기는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조선일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편향성이 아니다. 이문열의 말마따나 평양 주석궁에 탱크를 몰고 쳐들어가자고 주장하는 언론도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들이 이회창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팩트의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의 발행부수 1등 신문은 타블로이드판 대중지이다. 독일의 정론지들이 기껏해야 30만부에 이르는 반면 빌트온라인이라는 타블로이드 신문은 무려 450만부를 자랑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론지 조선일보가 250만부를 자랑하고 있다. 그 조선일보가 상업성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정당 특정후보 대통령 만들기를 연거푸 시도했다. 한국의 다른 주류 언론들 또한 이를 따라갔기에, 대항 언론들은 다른 정치색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었다.

1등 신문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문화는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다. 어차피 이왕 이렇게 된 것 기계적인 공평성을 버리고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치적 방향에 맞는 편집방식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게 어떨까?

{IMAGE1_RIGHT}한겨레나 오마이뉴스라면 한국의 정치 지형도상 일정 기간까지 진보정당을 대변하는 역할까지 해야함은 물론이다. 편향되었다는 비판에 겁먹지 말고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에 맞게 편집방향도 선명하게 하라는 말이다.

물론 언론개혁에 동의하는 현장 기자 출신들조차도 이런 식의 언론시장 재편을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겨레나 오마이뉴스만이 감당하기엔 조중동의 시장 장악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되면 지금 나오고 있는 비판처럼 특정후보 대통령 만들기 시도는 계속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걱정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기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어차피 조중동이 한나라당 편향의 기사만을 생산할 수는 없다. 그들이 개혁성 있는 독자를 무시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 개혁성향의 독자들이 있는 한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기자가 언론사를 퇴직한 후 향후 2년 이상 정치계에 입문할 수 없다는 윤리조항을 강제화하고, 조금이라도 사실에 대한 조작이 있는 경우에는 미국처럼 수백만 달러의 벌금과 보상금을 물리게끔 하는 등의 보안조치만 있다면 정치색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언론으로의 재편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와중에 그야말로 미국식 개념의 공평성을 추구하는 언론이 급부상할 수도 있을 테고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의 개혁성도 성에 차지 않은 보다 더 선명한 진보언론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의 언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편향성과 역편향성이 아니라 조중동이 각기 200만 이상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독과점이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의 문제도 거기서부터 찾아야 하는 법이다.

그 독과점이 깨지면 극좌부터 극우까지 다양한 언론들이 한국 사회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그리고 다양한 언론들이 서로 권력분점을 하게 되면 특정언론의 특정후보 대통령 만들기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좌파 언론이 권영길 대통령 만들기를 시도해도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을 날도 조만간 올 것이다.

의원수 150명이라는 비정상적인 거대 야당 한나라당이 해체되어야 하듯이 기형적으로 비대한 조중동의 독자들도 헤쳐모여야 할 때이다. 최소 600만의 신문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헤쳐모여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 나로서는 각기 다른 정치색을 갖고 있는 언론들이 조중동과 맞짱을 뜨면서 그들의 색깔을 더 강하게 드러내주는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똑같이 미국식으로 객관을 가장한 상업주의적 언론으로 남아 기사의 질로 승부하라는 말은 자본력에서 앞선 조중동의 독주를 그대로 인정하자는 말에 불과하다.

추신 :  조선일보 사설의 허구성과 모순점을 비판하는 작업을 해오던 평범한 네티즌 홍재희씨가 조선일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서 네티즌들이 조선일보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오자마자 취한 조선일보의 첫 공식적인 반격이다. 조선일보의 문제는 보수편향이 아니다. 1등 언론으로서 평범한 네티즌들의 소통까지 장악하겠다는 지배욕이 문제이다. 조선일보의 홍재희씨 고소사건은 그래서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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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2/27 [22: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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