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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의 빗나간 ‘반미전사 봉준호論’
[폴리티즌의 눈] 봉준호에게 ‘반미결사’ 요구전 참여정부 친미 문제삼아야
 
류철원
왜 '괴물'일까?
 
'괴물'이 묵묵히 돌진하고 있다. 그러나 '괴물'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갖은 흔적이 난무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괴물'은 대단원의 고개를 넘어 마지막 남은 길을 내려가고 있으며, 이에 뒤질세라 한국사회를 둘러싼 통합적인 논쟁이 눈덩이처럼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괴물과 이를 둘러싼 5명의 등장인물은 다양한 코드로 해석되고 있으며, 대중문화가 갖는 내포적 의미를 넘어 다양한 외연을 섭렵하며 사회논쟁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마주하며 새로운 의문점에 직면한다. 왜 하필 '괴물'인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러한 의문의 중심에는 봉준호라는 작가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개연성은 썰렁한 국가주의로 무장한 강우석의 '한반도'는 물론이고 이준기 신드롬을 몰고 왔던 '왕의 남자'를 비롯하여 천만 관객 시대의 전작들이 논쟁의 세례에서 일찌감치 벗어났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천만 관객의 전작들은 논쟁의 여지가 전혀 없는 작품들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마당극이라는 고유의 놀이문화를 차용하여 귄력을 풍자했던 '왕의 남자'는 전혀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다. 이는 마당극이라는 소재 자체가 이미 풍자라는 모티브를 갖고 있었던 것이며, 오히려 모든 권력을 싸잡아 비판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허무주의는 전망부재와 현실안주라는 위험성마저 갖고 있다. 
 
또한 당대의 티켓파워인 장동건과 원빈을 전면에 내세웠던 '태극기'나 안성기와 설경구의 박제화된 연기력만 확인했던 '실미도'를 돌아보자. 하품나는 색깔공세를 노렸던 '실미도'의 적기가 합창장면이나 '태극기'의 국군 양민학살 장면 역시 본래 영화가 의도했던 형제애와 국가주의의 악세사리에 불과했다. 막말로 천만 관객의 전작들은 흥행과는 별개로 소위 주목받는 새로운 시도나 격렬한 논쟁거리를 내포한 문제작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전작들과는 별개로 '괴물'은 이미 영화 자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작가적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현실과 맞물리며 영화 외적인 시비를 몰고 다니고 있다. 심지어 '괴물'의 관객동원에 형식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스크린 독점은 문화다양성을 추구하는 진보적 영화계로부터도 한결같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즉, '괴물'은 한강둔치에 올라온 괴물처럼 숱한 화제와 논점을 만들어내며 한국사회와 문화계 일반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다.
 
'괴물'에 대한 두 개의 시선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 그러나 대한민국 현실은 영화 속 괴물보다 더 무섭지 않을까?     ©봉준호 필름
유료관객 1,100만명을 돌파한 지금, 주변에는 '괴물'에 대한 다양한 내재적 평가와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아니 영화의 제작단계부터 다양한 예측이 난무하더니, 개봉 첫날부터 익명의 네티즌은 물론 영화평론으로 밥을 먹고 사는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괴물'에 대한 입장과 감상이 다양한 형식으로 제출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중에서 두 개의 평가에 주목하고자 한다.

먼저 평론가 정성일의 "노골적이고 단호한 정치적 커밍아웃, <괴물>" 은 선혈이 낭자한 장문이다. 그는 시종일관 봉준호의 정치적 지향성에 주목하라고 전제하고, '괴물'을 조각조각 나누면서 자신의 논지를 검증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봉준호는 한국사회가 숙명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민족적 과제와 계급적 과제를 시종일관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관객들은 언론과 얼치기 평자들에 의해 주어지는 '괴물'의 당의정에 현혹되어 '괴물'과 봉준호의 메세지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평론은 김정란의 "봉준호 지우개 <괴물>, 치밀어오른 분노 또는 짜증" 이라는 글이다. 어쩌면 이 글은 사회적 과제에 다양한 견해를 밝혀왔던 김정란의 글 중에서 가장 의미전달에 실패한 글로 각인될 졸문이다. 그는 글에서 봉준호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을 언급하며, '괴물' 역시 "마음속에서 분노같기도 하고 짜증같기도 한 것이 치밀고 올라왔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 주된 이유를 한국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봉준호의 불분명한 태도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김정란은 글의 마지막을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도망만 다닐 것인가? 언제까지 관객과 자본의 환호 뒤에 숨어서 자신의 영혼을 기만할 것인가?"라고 충고하며, 메시지와 흥행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봉준호더러 대미항전의 문화전사가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봉준호는 탁구공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정성일과 김정란의 진보적 영화평을 엇갈리게 만드는 것일까? 두 개의 평론을 건성으로 훑어본 나의 결론을 말하자면, 정성일은 비교적 봉준호의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김정란은 봉준호를 겁쟁이라고 말하며 그딴 식으로 하려면 때려치우라고 분노하고 있는 것만 같다.
 
정성일은 '괴물'을 잘게 부수어 클립별로 해부하며 봉준호의 "노골적이고 단호한 정치적 커밍아웃"에 주목하지만, 김정란에 의하면 봉준호는 자신의 자식인 '괴물'의 정치적 메시지가 겉으로 드러날까 두려워 "지우개"를 들고 은폐하기를 거듭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쯤에서 고백해야겠다. 정성일의 문제제기는 적어도 영화문법에 문외한인 내가 접근하기에는 능력 밖의 문제지만, 적어도 김정란의 평가에는 구토가 나왔다.
 
물론 봉준호 역시 '괴물'을 둘러싼 개념없는 색깔논쟁을 미리 계산해 두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와 배우들은 시종일관 "가족"이라는 메타포를 일부러 강조하였으며, 언론과 여론이 집요하게 묻고있는 반미에 대한 목적의식적 논쟁을 최대한 희석시키려 의도적(?)인 호들갑을 떨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와 같은 봉준호와 '괴물'의 잠복에 어깃장을 놓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막말로 접근하는 시선과 의미의 유추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몫으로 작용될 것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나는 그 누군가가 봉준호의 비겁(?)과 '괴물'의 기회주의(?)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하여도 충분히 함구할 수 있다. 비록 마음 속으로 대중문화의 역할을 정치적 팜플렛이나 대한늬우스로 제한하려는 비판자의 정치적 과잉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김정란의 후안무치
 
하지만 김정란이 봉준호에게 호통치며 다그치는 "언젠가 정면대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도망만 다닐 것인가? 언제까지 관객과 자본의 환호 뒤에 숨어서 자신의 영혼을 기만할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봉준호가 "관객과 자본의 환호 뒤에 숨어서 자신의 영혼을 기만하"는 짓을 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봉준호가 '괴물'을 통하여 미국과 "정면대결하지" 못하고 "도망만 다니"고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과연 김정란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일까? 아니면 최소한 지난 수년간 그가 물경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보위를 위하여 발표했던 수많은 토사물에 대하여 한시적 기억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그는 하찮은(?) 영화감독에 불과한 봉준호에게 반미결사대가 되지 못하였다고 분노하며 길길이 날뛰고 있지만, 정작 한국사회의 체질을 좌우할 각종 대미 사안에 판판히 굴종하며 사대적 태도를 보이는 거대한 실제권력은 온정의 치맛자락에 보듬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일까?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비록 시기의 적절성과 이슈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괴물'의 안팎을 둘러싼 생산적인 논의가 더욱 풍부하게 만발하기 바란다. 그러나 정작 미국마저도 자신의 전략적 이해로 인하여 찬성하는 작통권 논란마저 스스로의 관성에 파묻혀 똥오줌을 못가리는 수구들의 개그도 한심하지만, 더 나아가 김정란식의 뻔뻔하고도 '미친 X 널뛰기'같은 대책없는 토사물이 걸러질 수 있는 토양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지 않을까?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정치공론장 폴리티즌'(www.politizen.org)에서 제공한 것으로, 다른 사이트에 소개시에는 원 출처를 명기 바랍니다.    
*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입력: 2006/08/22 [11:2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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