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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황당한 FTA를 추진하는 나라는?
[책동네] FTA에 관한 종합안내서, 우석훈의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황진태
FTA의 'A'는 아로마로 아는 현실에서
 
얼마 전 한 케이블 방송에서 소개팅을 하는 오락프로그램을 봤다. 그 프로그램에서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한 남자가 무식한 여자는 싫다면서 FTA의 약자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는데 5명 중에 알고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그 중에 한 여성이 FTA의 ‘A’가 아로마(Aroma)를 뜻하는 게 아니냐는 말처럼 FTA가 향기를 머금은 낭만적인 단어로 보기에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가혹하다.
 
공중파 토론회에서도 FTA를 자주 다루고는 있지만 대중들에겐 이들 오피니언 리더들의 ‘말의 향연’이 그저 고담준론, 신선들의 수다로써 공허하게만 들리는 듯하다. 그러니까 대중들도 막연하게나마 FTA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심증은 있는 데 물증은 없어 답답해한다고나 할까.
 
때마침 이러한 대중들의 앎의 갈증을 풀어주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 나왔다. 바로 대자보 논설위원이자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인 우석훈의 역서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는 한미 FTA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과 이해를 도울 탁월한 안내서로서 반가운 출판이다.
 
FTA에 관한 대중의 이해를 돕는 안내서로써 탁월
 
▲한국FTA 협상의 허술함과 치명적 독소를 예리하게 해부한 우석훈 박사의 역서     © 녹색평론, 2006
본서의 시작은 대중들에게 한미 FTA가 대두되기까지 세계무역체계에 대한 GATT부터 시작하여 WTO, MAI, BIT 등의 개론적인 통상개념을 정리하면서 FTA의 역사적 배경의 이해 돕기를 시도하고 있다.   
 
다음장에서는 두 개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하나는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미 FTA 효과에 대한 데이터 조작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통계를 다루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넘어가도 된다고 밝혔지만 월간 <말>지의 KIEP 데이터 조작 특종에 대해서 대중들이 이정도면 쉽게 풀이되었고, 또한 이해해야만 한다고 본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KIEP가 한미 FTA 효과를 측정하는 데 사용했던 CGE 모델이라는 게 무엇인가부터 시작하여 KIEP의 억지논리에 대해서 공박했다. 이 책을 읽는 백미중의 하나로 단연 손꼽을 수 있으며 더불어 조지 오웰의 <1984>에서나 나올 법한 조작의 진수가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독자들은 치를 떨기 충분하다.
 
과연 정부는 미국, 한국시장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또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필두로 한 친미 성향 엘리트들의 한미 FTA에 대한 자신감에 대해서 저자는 미국시장과 한국시장에 대해서 과연 그들이 얼마나 충분히 알고 있는 가를 의문을 던진다. 
 
“지금 한미 FTA에서 외교부가 상대하는 협상대상은 세계에서 가장 통상협상을 잘 한다고 말하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이고, 이들은 사실상 전세계를 통치한다는 공포의 미 국무성 그 자체다. 게다가 그 뒤에는 자국 대통령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무섭도록 노련한 상원의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 호시탐탐 ‘한 건’을 노리고 있는 젊은 하원의원들이 ‘독사 같은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 실제로 필요한 미국의 시장별 디테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것 같다. 하다못해 미국 협상에 관여하는 50대 중요 협회의 명단과 조직체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지금 누구를 실제로 상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테이블에 나가는 것이 아닌가.”(94~95쪽)
 
본서에서 면면히 나타나고 있는 수년 간 국제 협상에 참가했던 저자의 경험에 비추면 저자의 경고가 결코 과유불급이 아니다.
 
계속해서 한국시장에 대한 정부의 파악능력에 대한 핵심적인 의문점은 한국의 순환보직제의 폐해를 들고 있다.
 
“실물경제를 이해하느라고 잔뼈가 굵은 담당관 시스템(서구, 일본)과 한국의 순환보직제에서 발생하는 정부 담당관에서의 ‘전문성’ 차이는 굳이 수치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래서 문제가 터진 다음에 담당관들이 ‘현황파악’을 하게 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구조화되었다.”(99쪽) 
 
이 책의 백미 중에 하나로 다음의 서비스업에 대한 저자의 서술이다. 국제표준산업분류에 맞추어 크게 전기가스수도사업, 건설업,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운수창고 및 통신업, 금융보험업·부동산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서비스, 사업 서비스, 교육 서비스,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 기타 서비스업으로 나누어 한미 FTA 효과를 예측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각자 자신의 직업에 맞추어서 살펴보도록 하고,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실제로 한미 FTA 체결로 인하여 이익을 보는 업종도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보자.
 
“건설업은 한미 FTA를 통해서 확실히 좋아질 것이 분명한 거의 유일한 분야이다. … 그렇지만 건축학과에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경우라면 취업을 위해서라도 대학교 단계에서 미리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111~112쪽)
 
“(통신업에 대하여) 인터넷 못 한다고 먹고사는 데 큰일 나는 것 아니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블리자드사(社)에서 나오는 게임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늘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115쪽)
 
“정부에서는 한가지를 알고 있다. 병원 안 간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물론 그렇기는 하다. 돈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것이 서럽기는 해도, 아프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다. 약초요법과 전통요법 등 ‘대체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도 있다.”(128쪽)
 
저자는 한미 FTA에 대해서 전면적 반대보다는 이렇게 친절하게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노마진’식의 유머를 통해서 독자들이 각자 알아서 판단하기를 요청하는 듯한 데 씁쓸한 개그다.
 
우석훈의 ‘노마진’표 개그의 절정은 미장원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개방에서 살아남고 성장한 거의 유일한 자영업이 바로 미장원”이라면서 “그깟 미장원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동네 서점과 음반가게, 그리고 구멍가게가 무너진 이후로 미장원들이 거의 유일하게 지역경제와 동네를 지키고 있는 셈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 이후 미장원의 생존 여부가 중요한 지표”(125쪽)로 보고 있다.
 
그나마 개방화에 맞섰던 업종마저 증발시키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저자의 미장원 인용은 좀 더 넓은 범위를 함축하고 있다. 바로 통상을 공부하면 기본적인 개념 중 하나인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와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다. 여기서 잠깐 개론적인 수준에서 이들 개념을 들춰보면 한국은 “1963년 GATT에 가입하면서부터 무역관리제도를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으로 전환하였다. 따라서 특수한 품목을 수입할 때만 허가를 얻도록 하는 수입개방체제를 갖추게 되었고, 1977년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수입자유화가 추진되었다.”(이희연, 경제지리학, 법문사, 551쪽)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론적 수준의 수입자유화 논의고 FTA에 있어서 그간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에서 호주와의 FTA 체결부터 바뀌게 된 네거티브 리스트는 GATT 수준의 자유화를 넘어서 “한국에 적용될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은 열거되지 않은 모든 것들을 예외 없이 개방하고,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면 아무런 보호장치를 둘 수가 없”(우석훈, 같은책, 246쪽)는 강력한 장치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서 “미장원 프렌차이징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미국회사가 생겨나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눈을 돌리는 순간, 언제라도 20만개의 동네 미장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246쪽) 앞서 말했듯이 ‘개방에서 살아남고 성장한 거의 유일한 자영업인 바로 미장원‘이 망한다는 것은 일반 대중의 일상적 삶과 직업에서 한미 FTA의 직접적 파급이 얼마나 촉각적인지를 나타낸다. 
 
논의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
 
우석훈은 87년 체제에 대한 장단점을 짚으면서 현재 급한 불을 끄는 수단으로 “2007년 대선정국에서 ‘한미 FTA 조기 재협상’이 대선 최대공약으로 상정되는 것”(252쪽)을 기대하고 있다. 스위스가 국민투표(레퍼랜덤)을 통해서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시킨 사례를 통해서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에서의 국민여론 무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국민의 의견무시가 반복되고 있는 사안에서 진보성향의 씽크탱크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내놓은 국민직접정치의 실현을 위한 국민소환권, 발안권의 현실화, 생활정치의 활성화, 거주지 보다 직장 우선의 선거구 제안, 시민감사제, 청빈관료제 등 그동안 유럽의 사민주의 정치를 이상적인 모범답안으로 제시한 수준이 아닌 보다 한국정치지형을 감안하고 고민한 재기발랄한 대안 등의 보다 근본적인 접근과 해결책 논의가 남아있다.
 
또한 저자도 황우석 사태를 언급하면서 현 정부의 ‘무오류 집단최면 시스템’에 대하여 지적했듯이 초역사적이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미 FTA를 비롯한 동북아 정치경제 지형은 100여 년 전 한반도의 위기와 너무나 흡사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계몽지식인이었던 후쿠자와 유키치가 서구의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여 일본이 조선을 병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인 그의 애제자 천재 윤치호의 ‘소신적 친일파’로의 변신은 얼마 전 <한겨레>가 입수한 2005년 9월 12일치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의 내용에서도 나타난다.
 
이 문서에 따르면 FTA 추진에 있어서 미국의 두 지식인의 발언 “미국에 앞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때, 워싱턴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엄청난 실수(enormous mistake)가 될 것”,“미국 조야에서 불만의 소리(some unhappiness)가 들릴 것”이라는 경고에 지레 겁먹고서 중국과의 FTA 협상을 미루고, 한미 FTA로 선회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관료들의 사대주의성에서부터 ‘소신적 친미파’의 모습이 포개어진다. 
 
대체 이러한 엘리트 정치의 오만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 몇 년 전 이삼성의 책에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는 깔끔한 단어가 떠오른다. 자발적 노예주의.
 
대안에 대한 고민, 실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져야
 
장하준 교수가 익히 지적했던 선진국의 후진국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 즉, 선진국의 ‘반칙’을 경제사(史)적으로 꼼꼼히 증명한 수준의 비판은 이제 대안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문제는 대안의 실천유무다. 대안의 실천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론의 실천으로의 연결이 단락된다면 다시 처음에 지적받았던 고담준론으로 돌아갈 뿐이다.   
 
미국에 대항하여 남미 좌파정권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지대인 ALBA를 제안한지 일년이 지난 지금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는 FTA에 맞서 인민무역협정(PTA·People’s Trade Agreement)을 체결하여, 쿠바는 볼리비아의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의사와 교사를 파견하고, 베네수엘라는 볼리비아에 석유를 제공하게 됐다. 지정학적으로 결코 미국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 국가들의 발칙한 상상력이 실천으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목도할 때 이들 세나라보다 경제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한국이 대안의 실천을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번 우석훈의 저서는 대중들이 실제 자신의 생활세계에서 한미 FTA가 어떻게 침투할 지에 대한 실질적 체감을 할 수 있다는 점과 한국 최고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외교통상부의 협상전략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저자 자신의 협상 경험을 토대로 공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FTA를 보는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데 출판의 의의가 있겠다. 독자들의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
기사입력: 2006/08/13 [11:4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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