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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뉴딜'로 마지막 가능성 '떨이'하다
[김수민의 호모 폴리티쿠스] 김근태의 진보적 정체성은 거짓이었다
 
숨인씨
어영부영 이부영, 장기표류 장기표, 근무태만 김근태. 나는 이들이 어떻게 재야의 트로이카를 이루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정계에서 거둔 성공이 미미하고 엉뚱한 길로 새지 않는 정도로도 다행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물론 이 셋을 한번에 엮어 평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하는 일마다 거듭 실패를 경험하며 "장기표가 그 일을 한다구? 잘 됐네. 안 되겠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장기표와 한나라당에서 희소한 개혁 이미지를 팔아가면서 오랜동안 개혁의 걸림돌이었던 이부영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 비기는 것은 조금 불공평한 일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는.

그를 끝장낸 건 팔할이 비겁

재야의 대표적 인사로 '칠성판'의 악몽을 치렀다는 그의 한계는, 1995년 야권의 분열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김근태가와 그의 후배들-유기홍, 유시민, 허인회, 김민석, 그리고 이인영, 우상호가 이끌던 학생운동은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단일화, 연합정부론, 독자후보론이 아닌 '비판적 지지'를 견지했다. 진보적·민중적 관점에서 썩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현실정치에서 가장 민주적·민족적인 길을 걸은 후보를 지지했던 노선이다. 이 지향은 마땅히 '김대중'의 위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김대중'은 어느덧 목적이 되었다. 1995년 정국의 관점에서 김대중이 정계에 돌아오는 것이 옳을 수는 있다. 김영삼 정부는 무능했고 야당은 무력했지만, 최소한 보수정치판에서 그는 가장 유력하고 유력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김대중을 끝끝내 후보로 내세워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그쪽 세력의 입장에서 가장 최선의 길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그 해 지방선거의 승리를 등에 업은 김대중이 보스 정치와 지역주의를 선동하며 당시 민주당을 깰 명분은 충분치 않았다.

호남 정치인으로 오랫동안 김대중과 같은 길을 걸었던 김원기를 비롯, 노무현, 박계동, 제정구, 유인태, 이철, 이부영, 원혜영 등이 따라가지 않았다. 차라리 사이가 나빴던 이기택과 같이 잔류하는 편을 택한 것이다. 이에 반해 정치에 입문하던 김근태는 '96년 총선 동기이던 정동영, 추미애, 천정배, 신기남과 함께 정권교체의 당위를 내세우며 다른 진로를 선택했다.  김종필이나 TK 구여권 세력과 동맹을 맺기에 혈연이 된 국민회의 내에서, 김근태가 꾸준히 민주대연합론을 설파한 것은 인정할 만하다. 훗날의 '양심고백'과 더불어 정치판에서 그가 내건 소신 가운데 그나마 가장 날카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국민회의 창당 초기부터 그는 도저히 '당당히 입성한 재야영입인사'답지 않게 정국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다.

2002년 민주당에 후보교체 및 후보단일화의 압력이 팽배할 때에도 김근태는 뒷전에 처져 있었다. 반한나라전선과 열린연대의 기치 아래 시종일관 단일화를 되뇌였지만, 정동영-추미애와 후단협-김민석의 사이에 파묻혀 버린 것이다. 이로써 김근태의 생명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2002년 초에서 2002년 가을까지 노무현 지지자들이 그에게 보내는 호감도는 급히 추락했다. 노무현에게 밉보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가 노무현의 보수화에 제동을 걸고 개혁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외쳤다면, 도리어 그를 욕하는 노무현 지지자들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반대였다. '경기고-서울대' 출신이자 '운동권 의장'이었던 그가 상고 나온 늦깎이 운동가 노무현을 무시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후보단일화를 적극 주창했던 김근태로서는 정몽준의 공조파기와 선거승리 이후에도 민주당내의 해당행위를 단죄할 힘이 없었다. 개혁정치인이 어떻게 삽시간에 기득권세력이 되는가, 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의 비겁은 계속되었다. 노무현 정부가 초년부터 후퇴할 때에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구주류의 버티기로 민주당 깃발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통합을 빌미로 도전을 회피하는 진보적 표정의 보수주의자가 도달할 결말은 빤하기 짝이 없었다. 그를 제대로 띄워주지 않은 정치판이 웃기는 바닥일까, 아니면 그가 재야의 지도자였던 것이 이상현상이었을까. 답이 명확해지고 있다.

'뉴딜?" 정말 갈 데까지 가려는가

Q: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발전 모델은?
A: 미국 주도의 세계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적으로 미국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문화와 상충된다면, 유럽식을 참고해야한다. 
B: 대체로 독일식에 호감을 갖고 있다. 경쟁을 도외시하지는 않지만, 효율을 살리면서 사회연대의 정신을 강조하는 가치기반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철도민영화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A: 민영화 해야한다고 본다. 하지만 공공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문제다. 
B: 재검토해야 한다. 민영화 방향에 반대한다.

Q: 스크린 쿼터제에 대한 생각은?
A: 한미투자협정의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폐지라든지, 수락할 수 없을 정도의 축소는 안된다.
B: 최대한 버텨야 한다.

Q: 진보 진영에서는 복지 분야가 발전 안된 상태에서 작은정부를 지향하면, 복지를 반석에 올릴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시장의 원칙만 강조한다면 재원 투입에 소극적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A: 작은정부의 문제는 유럽쪽의 문제의식과 같지 않다. 한국사회에서는 폭압체제가 오래 지속되어 공안기관, 국가기관이 과대성장했다. 영향력은 지금도 막강하다. 역할조정이 필요하다.

Q: 재벌의 출자총액제한 제도, 금융기관 소유완화에 대한 생각은?
B: 출자총액제한의 경우, 현 수준은 유지했어야 한다. 금융자본에 대한 산업자본, 재벌의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주식소유는 허용하되 의결권을 제한하는 모호한 방법으로 피해가려 하는데, 이런 방식은 대단히 불안하다. 언젠가는 빗장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

2002년 <한겨레>가 민주당 국민경선을 앞두고 게재한 후보인터뷰 전문에서 따온 부분들이다. 격세지감이지만 B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A는 김근태 의장이다. 그런데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시 나는 김근태라는 사람에게 가진 '좋은 선입견'에 견주며 이 인터뷰를 씁쓸하게 곱씹었다. 그 이래 나는 '김근태는 진보적'이라는 따위의 환상을 갖지 않았다. 나는 김근태가 저 인터뷰의 노무현은 물론 김대중 당시 대통령보다 더 보수적이라 여겼다.

말만하면 다냐고, 노무현은 사기를 쳤다고 말할 수는 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김근태에게도 그런 논리가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인정한다면, 김근태의 진보성에 환상을 가진 이들에게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2년에도 확고한 '보수정치인'이었던 그가, 오늘엔 이미 심각하게 보수화 된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보수화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현 정권에서 가장 왼쪽에 서 있다는 인상을 준 그는 재벌에게 달려가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할 수 있다며 '뉴딜'론을 제시했다.

'새로운 거래'의 내용은 (법을 어긴 경제인도) 사면하고 (규제도) 완화하고 (독재적 경영권도) 보호해주고서, 노동자 배려와 하청 관행 혁신을 얻겠다는 것이다. 마피아에게 총기를 허가한 채 사격만은 감독하겠다는 꼴이다. 이게 거래인가. '스웨덴식 사회대타협'이란 말인가?

따라붙는 유시민, 분열하는 재야파··· 조기탈락의 그림자

민주당 분당 직후 통합신당의 선장이었던 김근태. 이라크 2차파병에 뭔가 항의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내려진 당론은 '비전투병파병'. 결국 전투병과 비전부병이 섞인 부대가 아르빌로 출발했다. 그런가 하면 자이툰 부대가 한창 영내에 짱박혀 있을 무렵, 그는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싸우자'고 대들었다. 하지만 아파트분양원가공개를 바라던 국민들은 환호를 지를 뻔했다가 머쓱히 손을 내리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켜보았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재경부 그리고 청와대와의 갈등은 참으로 신속하게 마무리되었다. 해외에서 돌아온 대통령은 겁을 주었고, 김근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노무현이 언론사 세무조사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조중동과 맞짱을 뜰 때 김근태는 자신의 친구라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면회했다. '국민경선으로 뽑은 후보를 지키자'는 메아리가 울려퍼질 때, 김근태는 노무현으로부터 반쯤 등을 돌렸다. 오래 전 그는 말했었다. "영화 <친구> 보셨죠? 노무현과 김근태는 친구입니다." 그렇지만 노무현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며 개표가 끝나갈 때, 카메라가 비춘 건 김근태가 아니라 개혁당과 유시민이었다.

"근태 형을 대통령으로 만들자." 민주화운동 진영에서 후배 활동가 사이에서 곧잘 나온 다짐이었단다. 그랬던 '근태 형'은 지금 '시민이 (형)'보다 나을 바가 없다. 유시민은 의회입문 3년만에 유력 주자의 반열에 섰고, 김근태가 비운 자리를 바로 채웠다. 김근태와 유시민 둘을 여론조사에 부쳐보면, 둘 다 인기는 형편없겠지만, 충분한 토론과 홍보를 거친다면 김근태가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 치명적인 것은 김근태는 앞뒤 가리지 않는 대통령 방어위원장이 되어 옛적 그에게 기대를 건 여러 사람들을 배신한 유시민보다도 진보적·개혁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김근태의 정치기반이라는 재야파도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이해찬, 유시민의 부상으로 조금씩 금이 갔고, 강금실이 나서주기를 비는 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의 후배인 386 의원들 중 일부는 정동영에게도 기웃거린다. 이런 가운데 만일 열린우리당이 반으로 쪼개지면, 재야파도 같은 운명이 될 터이다. 그러니 김근태로서는 사활을 걸고 분당을 막을 수밖에 없다.

친노 직계, 정동영계와 보조를 맞춰 우향우한 덕택에, 당장은 안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당장 그의 발밑부터, 재야파가 흔들리고 있다. 가장 먼저 낙오할 것 같은 대선주자 1위 김근태. 불법정치자금수수를 고백하면서 얻은 아름다운 패배마저 헌납해버린 댓가이다.
* 글쓴이는 경북 구미시 시의회 의원(무소속)입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 최연소(27세) 기초의원에 당선돼 현재 시의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2002년 <대자보> 필진으로 참여한 이래 다년간 정치칼럼 등을 연재해 왔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대자보> 독자들과 만납니다.
기초의원으로서 풀뿌리 정치 현장에서의 경험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블로그 : http://kimsoomin.tistory.com/
 
기사입력: 2006/08/06 [05:3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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