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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는 노무현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라
[진단] 막가는 정권의 기막힌 선전선동, 한미FTA는 경제주권포기 협상
 
이민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측으로 질주하던 노무현이 이번에는 느닷없이 후진 기어를 넣고 역주행을 시작했다. '머리는 김영삼, 하는 짓은 전두환'이라는 세간의 평은 이제 더이상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그대로 현실이다.

좌회전 깜박이 우측 질주에서 후진 기어 놓고 역주행하는 노무현 정권
 
오늘 (7월 10일) 한미FTA 제2차 협상이 서울에서 개막한다. 노무현 정권은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평화적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시민사회를 향해 '불법시위 엄단'이라는 선전포고를 해 둔 상태다.

한미FTA를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자주 겪는 일이 하나 있다. 상대방 중 십중팔구는 FTA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FTA가 시장개방 아니냐?"고 되묻는 것이다.

'FTA = 시장개방'이라는 오해와 착각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사정으로 시장개방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물음으로 연결되고 '따라서 한미FTA도 언젠가는 해야 할 불가피한 것'이며 ‘그렇다면 협상을 잘해서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조언으로 마무리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미FTA는 시장개방에 관한 협상이 아니다. 물론 시장개방이 주메뉴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것이 절대 본질도 핵심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미FTA는 시장개방 논의 넘어 경제주권 포기에 관한 협상

한미FTA는 한마디로 경제주권 포기에 관한 협상이다. 백만번을 양보해서 '대외의존도 높은 수출주도형 경제이기 때문에 시장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존중한다 해도 한미FTA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아무리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라 하더라도 ‘생존과 경제 발전을 위해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그러한 주장은 말 그대로 헛소리인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한미FTA가 경쟁적 자유주의의 시범케이스'라고 못박고 있다.

경쟁적 자유주의란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개방, 민영화, 긴축)의 국제판이라 할 수 있다.  양자간 FTA를 통해 "상대국 국영기업(공기업)의 사유화(민영화)를 촉진하고, 자국기업의 이윤추구에 방해가 되는 상대국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오만방자한 얘기다.

CRS 보고서는 "미국 기업의 경제행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 정책, 그리고 관행에 초점을 맞춘다"고 공언하고 있다.

즉 한미FTA에서 미국의 주된 관심 사항은 상품교역을 촉진하기 위한 관세 인하 따위가 아니라, 미국계 초국적 자본의 이윤추구에 방해가 되는 한국의 법률과 제도(정책), 관행을 바꾸는 데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계 초국적자본의 이익추구에 방해되는 한국의 법률과 제도, 관행을 제거하라!
 
요즘 때아닌 멕시코 바람이 불고 있다. 멕시코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FTA로 알려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당사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FTA는 멕시코 국민 경제를 초토화시킨 NAFTA보다도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NAFTA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게 '미국측 공언'이다.

미국계 기업의 투자대상에는 제한이 없고(투기와 투자를 구분해서는 안되며, 투자대상이 공기업이든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서비스든 미국 기업이 투자하고 싶으면 투자하도록 해야 하고) 한국정부는 (투기를 하든 투자를 하든) 투자계획단계부터 미국계 기업에게 내국인 대우를 해야 한다.

내국인 대우를 받는 대신 미국 투자기업들이 한국의 법률, 제도, 관행을 따르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FTA협정을 따른다.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국투자기업에게 내국인 고용, 원자재나 중간재의 한국산 사용, 기술 이전, 이윤 중 일정부분의 한국내 재투자, 환경보호 등 각종의 이행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의무는 없고 경제활동의 권리와 자유는 무한대로 보장되는 셈이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국기업에게는 미국식 FTA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한국정부 제소권이 주어진다. 한국 정부가 각종 법률, 제도, 관행을 이유로 미국투자기업의 한국 내 이윤추구에 제약을 가할 경우 미국투자기업은 한국법원이 아닌 제3의 국제민간기구에 한국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제2의 론스타 사건이 나더라도 한국정부는 투기인지 투자인지 따질 수가 없으므로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만약 개입했다가는 되려 론스타로부터 제소를 당해 거액을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한미FTA가 타결되면 국내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은 무정부상태의 무한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FTA타결되면 한국은 미국자본의 무한자유 허용하는 무정부상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미국FTA의 독소조항의 한미FTA 삽입에 노무현 정권이 합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름 아닌 노무현 정권의 태도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있은 제1차 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노무현 정권은 ‘투자조항에 대한 쟁점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투자기업의 현지정부 제소권’에 대한 반대자들의 끈질긴 추궁에 대해서 ‘한국기업이 미국정부를 현실적으로 제소할 수 있느냐 여부는 논외로 하고, 투자기업의 현지 정부 제소권 부여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공식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노무현 정권은 ‘시민사회가 정부 제소권에 대한 과장된 선전으로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면서 ‘NAFTA 케이스에서 현재 결과가 나온 소송 11건 가운데 기업 승소 5건, 정부 승소 6건으로 오히려 정부 승소가 많았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과연, 대연정을 정치개혁이라며 궤변을 늘어놓던 노무현 정권다운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은 친절했을지 몰라도 정직하지 않았다. 승소자의 국적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기업승소 5건은 모두 미국기업이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승소한 것이다. 또한 정부 승소 6건 중 3건이 미국정부 승소사건이며, 현재까지 미국정부는 패배한 적이 없다. ‘한국 기업이 미국정부를 현실적으로 제소할 수 있느냐 여부를 논외로 하자’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지금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니 아예 “협상이 타결될 경우 타결 결과는 공개하되 협상 내용은 3년간 공개하지 않는다.”고 미국과 합의를 해버렸다. 국민들도 뭔가 알아야 지지를 할 텐데 내용은 가르쳐 주지 않고 무조건 지지만 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프로파간다’가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독재정권 아니냐는 비판이 공연한 것이 아니다.

참고로 NAFTA는 총 3천 페이지 분량이다. 게다가 각 조항별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세세하게 살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경제학자나 변호사도 자기 분야 외에는 이해가 난망이다.

그런데 한미FTA는 ‘NAFTA 플러스’라고 하니 아마도 분량 또한 3천 페이지가 넘을 것이다. 지금 노무현 정권은 연내에 (혹은 내년 3월까지) 협상을 타결해서 결과를 던져줄 테니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살펴 보고 비준하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재산권과 서비스, 그리고 농업부문 전면적 시장개방 - 그것도 포괄적 개방 (리스트에 개방제외 품목으로 적힌 것 말고 앞으로 새로 생겨날 미지의 분야까지 나머지는 다 개방하는 방식)을 요구하는 것이 한미FTA의 또 다른 핵심인데, 경제주권이 넘어가는 판에 시장개방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되려 한가한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김근태의 '보완, 대비론' 역시 실효성 없어
 
글을 마무리하며 김근태 의장의 ‘보완, 대비론’에 대해 감히 한 말씀 드린다. 한미FTA가 몇가지 분야의 시장개방에 관한 협상이라면 ‘보완하고 대비하자’는 김 의장 말씀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살펴봤듯이 한미FTA는 단순한 시장개방에 관한 협상이 아니다. 국민경제 전반에 걸친 법률개정과 제도, 정책, 관행의 변화를 수반하는 총체적 경제시스템 재편에 관한 협상이다. 그것도 우리 정부나 우리 국회, 우리 국민의 필요에 따라서 바꾸고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계 초국적 독점자본의 이윤극대화를 위해서 말이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협상을 두고 대체 무엇을 보완할 것인가? 멕시코의 사례에서 보듯 국민경제 전체가 초토화될 판인데 대체 어떤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김근태가 대통령이 되어서 중소기업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을 수립하면 해당 분야의 미국계 초국적 기업이 불공정경쟁이라고 김근태 정부를 제소하는 데 우리는 지금 대체 어떻게 보완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한미FTA 문제에 있어서 지금 가장 훌륭한 대안은 협상을 ‘중단’하는 것이다. 예컨대, 김근태가 대통령이 되어서 구워먹든 삶아먹든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노무현의 미친 짓을 중단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노무현정권은 국가신인도 운운하며 한미FTA 결렬 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스위스를 비롯한 네 나라가 협상 결렬 내지 중단을 선언했어도 현재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평화롭게 잘 살고 있다.
 
김근태는 김근태의 길을 가라

김근태김근태의 길을 가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워싱턴 컨센서스에 반대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의 완결판인 한미FTA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완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말해서는 안된다.

김근태의 눈부신 민주화 투쟁이 이 땅의 가난하고 고단한 서민 대중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 단호하고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선조들의 말씀 안에는 답답한 상황일수록 원칙과 정도를 지키라는 지혜가 담겨있다고 믿는다.

김근태노무현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시간이 되었다.
 
*글쓴이는 삶과 사회에 열정을 가진 사회과학도입니다. 
 
기사제공 : 이슈아이 (www.issuei.com)
기사입력: 2006/07/10 [16:2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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