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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드 강금실,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인가
[김수민의 호모 폴리티쿠스] 실망과 열망, 동원과 탈동원의 경계에서
 
숨인씨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틀동안 필자가 다니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 그의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이건 사전선거운동이야······.” ‘정치는 짧고 교육은 길다 - 기호1번 강금실’
 
당선은 짧고 만남은 길다. 5.31 선거 막판에 치러진 강금실의 72시간 유세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나는 사석에서 만난 한 진보 지식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90년대 중반에 노무현을 자주 볼 일이 있었는데······. (그의 보수화에 실망했지만) 아직도 그의 인격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대면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나는 이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계속하면서 ‘조용한 민생투어’를 돌 것이라는 강금실을 떠올린다.
 
아직도 극장가의 흥행 여부는 ‘입소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인터넷이 오프라인 대면의 횟수나 비중을 줄였다는 것은 착각이다. 인터넷은 입소문의 효과를 강화하거나 보조한다. 지난 대선 기간 내내 노무현의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추억의 글 시리즈’를 기억하는가.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노무현, 전경복무를 하다가 봤던 시위대 앞의 노무현, 보수적이거나 탈정치적이었던 부모나 이웃도 주목한다는 노무현. 이 이야기들은 지지자들의 열정과 의지를 북돋았고,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다. 나중에도 누차 말하겠지만, 선거란 실은 수적 대결이 아닌 질적 승부다. 
 
나는 얼마 전 강금실의 정치적 강점은 차치하고 인간적 매력에도 무심했던 사람이 그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홀딱 반했다는 전언을 들었다. 히틀러나 전두환도 인간적 매력이야 없었겠느냐만 강금실의 퍼스낼러티는 그의 정치적 이미지와 오롯이 겹친다. 아마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것이다. 인간미의 측면에서 강금실을 오세훈보다 아래에 둘 수는 없다. 오세훈이 이미지 정치를 역이용해 강금실을 꺾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이미지 정치의 원리는 오세훈이 홍준표, 맹형규를 꺾을 때까지만 발동되었다. 오세훈은 승리의 미소와 함께 경선장 바깥을 나가는 순간부터 ‘기호 2번 한나라당 후보’로 싸워서 강금실을 이겼다.
 
나는 압도적 표차로 승패가 갈릴 때 강금실이 받을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꾸로 지더라도 근소하게 진다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 편이 이기는 쪽보다 더 나았다. 노무현이 2000년 부산 강서에서 패배한 다음 얻은 효과는 강금실에게도 돌아갈 것므로. 허나 내가 틀렸다. 강금실은 크게 지고도 살아 남았다. 부산 강서보다 더 높았던 서울의 벼랑에서 급격히 내던져진 강금실은 추락하자마자 툭툭 털고 일어나 웃었다. 그리고 그러자마자 사람들이 달려와 이 새끼 사자에게 먹이를 납품하였다. 
 
재선이었던 이회창 전 후보는 '전국구' 의원직을 따내는 것을 즐겼고, 1999년에는 노무현이 출마했던 종로 보궐선거에 나서라는 주문도 거절했다. 주변에서도 대선 패배 후의 지역출마가 부담이 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아무리 한국 정치가 후지더라도 이러한 겁쟁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강금실은 최소한 이회창은 넘어선 것이다. 장관으로서 그녀를 바라본 게 불과 3년 반 전이다.  
 
이제 강금실은 대선 주자다. 여론조사 등의 가상 구도에 포섭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 무서운 주자다. 나는 그가 막 올라탄 한국정치의 사이클을 주목한다. 강금실은 위험하다. 물론 그는 정치의 퇴행을 막고 수구세력의 재도전을 좌절시킨다는 점에서 안전하다. 그러나 그를 싣고 갈 한국정치의 사이클-‘저발전의 발전’은 위험하다.
 
개혁은 미완으로 남아 동원의 원동력으로
 
김영삼 정부를 해석하는 시선은 다양하며 저마다 나름의 정합성이 있지만, 역사의 긴 호흡과 낙관의 너른 시선으로는 아마 ‘첫 민주정부’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것이 초반 90퍼센트 지지율의 비결이다. 김영삼 신드롬은 몇 번의 진전과 퇴행을 거쳐 전두환, 노태우를 처벌하면서 정점에 이르렀고, 노동법 및 안기부법 날치기, 한보 사태를 관통하며 급전직하했다. 실망(desencanto)에 젖은 대중은 김대중 카드를 꺼냈다. 박정희의 유령을 불러내고 민정계의 재기를 유도했던 IMF 사태는 단순히 정권교체의 호기인 것은 아니었지만, 김대중은 ‘준비된 대통령’과 ‘정권교체’를 버무려내어 그해 선거에서만큼은 시대를 전유하게 되었다. 아무튼 여기서 민주정부시대 한국정치의 사이클이 시작된다.
 
김대중 정부는 IMF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좌우의 저항을 이겨내며 임기 전반(前半)을 소화해내고, 중반기를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의 눈부신 업적을 틀어쥐고 지나갔다. 그러나 ‘개혁 없는 개혁 피로증’이 또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수구세력이 발명한 ‘대북 퍼주기’라는 비난에도 직면했다. ‘구조조정’은 ‘구조개혁’이 되지 못했고 개혁적 민심은 이탈했다. 한나라당도 함부로 김대중을 비난하지 못하는 현실에 견주어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당시에 김대중의 편을 든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나는 아직도 2002년 5월 계룡산에서 본 바를 생생히 기억한다. 김대중 정부의 실정을 들어 노무현을 비난하던 노인에게 어느 노사모 회원이 “나도 반DJ입니다!”라고 답했던 것을. 수구신문의 헤드라인에 걸린 ‘노풍의 배후에 김심이 있다’, ‘박지원, 임동원이 노무현을 지원하고 있다’는 악선전이 그 상황을 웅변해준다.
 
사실 그 무렵 노무현이 특별히 김대중을 밟고 지나가지는 않았다. 측근들은 얼마간 그럴 것을 권유했지만 노무현이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다(<신동아> 기사의 한 헤드라인: “나는 의리의 부산 사나이, DJ를 배신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노무현은 이미 김대중과 차별화되어 있었다. 진보진영이나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노무현도 김대중처럼 신자유주의자로서의 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지만 확신에 가득찬 장담은 아니었다.
 
가령 김규항은 자신 역시 노무현이 인간적으로는 김대중보다 신뢰가 간다고 했다. 이것도 인간적인 면모에 신뢰를 한정시킨 경우이긴 하지만 많은 이들이 “DJ만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경제정책에서 김대중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확신했더라도 정치문화의 진전이라는 측면에서만큼은 대부분이 노무현을 김대중과 구별했다. 노무현은 한때 지역할거와 보스정치에 반기를 들고 통합민주당과 통추를 전전했다.
 
또한 그에게는 동교동계에 비견할 만한 파벌은커녕 민주당 국민경선 이전에 천정배 이외에 원내 지지세력조차 없었다. 유시민이 ‘노인증세’라고 비꼬았던 김대중의 권위주의는 노무현에게 찾아볼 수 없었다. 동교동 구파가 이인제를 밀고, 동교동 신파가 딱히 노무현을 밀지 않던 시절에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것은 김대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과 다른 말이었다. 같은 말이었던 사람이 있기야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직후 대북송금 특검과 민주당 분당으로 이들은 내쳐지고 말았다.
 
민주노동당 지지자였던 진중권도 노무현이 위기에 처하자 서포터즈에 가입하기도 했는데, 그나 그와 비슷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은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무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러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이는 한국 정치의 마력 내지는 ‘다이나믹 코리아’로 포장되었다. 이것의 폐해를 깨우쳐준 건 정치학자 최장집이었다.
 
요컨대 ‘열망-동원’과 ‘실망-탈동원’을 오가는 한국 정치는 제도적 실천과 정당의 실패, 그리고 운동에의 의존으로 귀결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정대화 교수, 이정우 변호사, 정진영 배우를 주목하는 이유
 
나는 올 초 유뉴스(http://unews.co.kr)에 ‘유시민은 킬러 아닌 쉐도우 스트라이커’라는 칼럼을 실었다. 노무현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유시민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행간에는 유시민은 노무현과 운명을 같이 하며,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속말로 ‘뻥카’를 내지르며 정치판을 헤집고 다니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둔 악수(惡手)가 모두 성과를 위한 포석이었음이 집권 마지막 해에 줄줄이 증명되지 않는 한 유시민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국민을 속이는 최후의, 최악의 방법이 있지만, 그랬다가 참여정부는 영영 역사의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고건, 정동영, 김근태를 제치고 슛돌이가 될) ‘킬러 스트라이커’는 누구인가. 강금실 혹은 강금실 비슷한 인물이 될 것이다. 강금실 이외의 인물을 상정하기란 쉽지 않다. 천정배? ‘부드러운 개혁주의자’라는 컨셉트는 훌륭하지만 열망을 불러일으킬 만한 에너지가 없다. 김두관? 그는 유시민과 같은 전형적 ‘친노’인사인 동시에 어느덧 김혁규나 이강철과 함께 묶이는 영남지역의 유지가 되어 버렸다. 진대제? 한나라스러운 열린우리당 지지자와 열린우리스러운 한나라당 지지자의 희망일 뿐이다. 심지어 박원순까지 거명되고 있는 모양인데, 여하튼 고건, 정동영, 김근태로는 승산도 없고 게임의 재미마저 반감된다는 인식을 방증하는 풍경들이다.
 
강금실은 분명하다. 그는 힌트를 던져 주었다. 노무현에 의해 참여정부의 장관으로 임명된 그녀가 서울시장선거에 나서며 흘렸던 발언들에 주목하자.
 
그는 노무현 정부가 여론수렴과 설득력 높이기에 무감함을 지적하였다. 대추리사태와 한미FTA에 대해서도 쓴소릴 했다. 그가 “장관 재직 시절 이라크파병에 반대하지 못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사과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이미 강금실은 홀로 섰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다. 최소한 겉으로는 노태우가 전두환을, 김영삼이 노태우를, 노무현이 김대중을 딛었음을, 그래서 대선에서 승리했음을 잊지 말자.
 
또 한 차례의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다. 강금실은 순환의 새로운 고리가 될 것 같다. 이미 서울시장선거를 기점으로 그 주위의 시민사회 리더들이 결집하는 마당이다. 그중 일원은 이렇게 말한다:“나는 열린우리당의 개혁파와 민주노동당의 실용파를 지지한다” 김대중, 민주당, 노무현, 열린우리당은 평상시에는 무게중심을 한나라당과의 틈새에 두었다가 선거 때에는 민주노동당과의 사이로 옮겨 잡았다. 강금실진영의 움직임이 바로 좌표의 이동추이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요즘 정대화 교수, 이정우 변호사, 정진영 배우를 주목하고 있다. 특정인을 지칭하고자 함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김영춘, 송영길과 함께 ‘불법 총학생회장 3총사’의 일원이었다는 이정우는 386세대의 정계 진출에서 큰 역할을 했으면서도 여지껏 시민사회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시민운동의 이데올로그 정대화도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면서도 아직 정치권 바깥에 서 있다. 강금실 소용돌이를 풀무질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아닌 시민사회가 될 것이고, 그런 인물들이 주역이 될 가능성은 크다. 스크린쿼터축소를 반대하느라 바쁜 정진영 같은 인물이 ‘강금실의 문성근’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거명된 세분께는 죄송하다. 이 이름들이 고유명사보다 보통명사에 가까움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제도 정당이 진 빚을 시민사회운동이 갚아주는 한국정치의 악순환은 조금도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사회는 새 개혁정부의 잡아뗌에 실망하고, 다른 이름을 향해 열망하게 된다. 설령 강금실이 그 빚을 갚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럴 바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없애고 참여연대와 경실련이 선거에 출마하는 게 낫겠다. 자유주의(적 보수) 세력을(이) 이끄는 악순환과 저발전의 발전! 이래서 근래 최장집의 견해는 빤한 소리가 아니다.
* 글쓴이는 경북 구미시 시의회 의원(무소속)입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 최연소(27세) 기초의원에 당선돼 현재 시의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2002년 <대자보> 필진으로 참여한 이래 다년간 정치칼럼 등을 연재해 왔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대자보> 독자들과 만납니다.
기초의원으로서 풀뿌리 정치 현장에서의 경험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블로그 : http://kimsoomin.tistory.com/
 
기사입력: 2006/07/07 [13:2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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