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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중심의 '신(新)삼당합당'을 제안한다
[주장] 현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최적 구조, 보혁구도의 연착륙에 유리
 
정효동   기사입력  2006/06/04 [11:48]
필자는 민주노동당을 정치적으로 지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동당 오른쪽에 놓여있는 세 개의 주요정당의 존립근거를 호 불호에 따라서 부정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다 그 나름의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그리고 새천년민주당을 필자의 정서적 호 불호와는 상관없이 이성적으로는 그 존재를 인정하는 편이다. '있는' 것을 없다고 해봐야 '있는' 것은 여전히 '있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필자의 입장을 미리 알리고나서 필자가 할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 곡해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조처라고 여긴다.
 
고건은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물론 이는 호 불호로 판단된 장점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사고할 경우에 드러나는 장점일 것이다. 그리고 고건의 그러한 장점 때문에 고건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다. 고건이라면 가능한 일. 그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고건을 중심축으로 한 '신 삼당합당'을 생각해볼 수가 있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필자의 정치적 당파성은 여기에서 잠시 뒤로 돌리고 우파정당들에 필자가 관여해보기로 한다. 그러니까 필자는 명백히 남의 집 일에 끼여들고 있는 셈이다. 하여간에  필자가 말하는 이른바 '신 삼당합당'이라는 것은 '한나라당+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의 한집 살림을 말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만약 한나라당이 충분히 현명하다면 고건 카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모르긴 모르되 고건 스스로도 이러한 생각을 그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때 '안개모'를 주도했던 안영근이 최근 고건을 거론하고 있다. 안영근이 한나라당 성향이 가장 강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고건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경계에 놓인 인물로 파악될 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또한 고건은 민주당에도 친화적인 인물이다. 따라서 고건은 '신 삼당합당'의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가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신 삼당합당'이라는 것은 따지고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을 대선과정을 통해서 구체화하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노무현정권이 곳곳에 자신들의 정치적 정책적 오류들로 인한 지뢰들을 매설해놓았기 때문에 다음 정권은 집권 초기에 지뢰 제거반을 제대로 가동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정부를 제대로 장악할 수 있는 행정의 달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점은 한나라당도 매우 잘 알고 있다.
 
필자는 한나라당이 최근에 정치적으로 퍽 많이 진화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이젠 한나라당도 대권을 잡는 것보다는 대권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에게 우려스러운 사실은 2008년에 만약 그들이 집권당으로서의 권력행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그러한 새 정권의 출발이 곧바로 레임덕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 때문에 한나라당이 행정을 잘 아는 고건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의식이 좀 있다는 사람들은 그의 행정관료로서의 경력을 양지만 찾아다닌 것으로 쉽게 폄하하기도 한다. 특히나 제오공화국이 불법적으로 들어서던 순간에 그가 내무부장관을 지냈다는 경력을 문제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그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정치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장점으로 평가될 수 있는 일면을 지닌 것으로 인정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고건이 비록 호남 출신이지만 오히려 영남과 척을 지지 않고 영남정권과 함께 하면서 그의 행정관료로서의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영남권에서는 고건에 대해서 DJ와 같은 심한 거부감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아서 고건은 '신 삼당합당'을 위한 최적의 카드로 선택될 수가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고건을 선택함으로써 얻게 될 결정적인 이득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렇다. 고건을 내세우면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 이후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흡수해버릴 수가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박근혜가 충분히 현명하다면 고건의 차기를 노리는 것이 어쩌면 더 안전한 운행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호남이 영남 사람인 노무현을 밀어주었듯이, 이번엔 영남이 호남 사람인 고건을 밀어줄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이는 곧 서진정책을 통해서 '신 삼당합당'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이것이 이 땅이, 이 공동체가 가장 정치적 비용을 적게 들이고 지역분할정치구도를 넘어설 수 있는 방식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집권에 따른 호남인들의 가눌길 없는 불안감을, 만약 한나라당이 고건 카드라면 이러한 불안감을 충분히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신 삼당합당'을 통해서 이번엔 보수 진영의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고건 스스로가 자신이 지닌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잘 알구 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행정관료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은 이것 저것 꼼꼼하게 가릴 건 가리고 따질 건 따진다. 또 계산할 건 계산하는 습성이 있다.

한나라당도 대선 삼수생이니까 일단은 가장 확실한 길로 들어설 것이다.  아마도 한나라당은 고건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박근혜나 이명박 보다 고건이 결국 더 확률이 높은 카드로 된다. 대선 삼수생인 한나라당은 위험기피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나라당은 위험을 선호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곰곰이 따져보면 고건 카드는 한나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확률이 높은 카드인 셈이다.

그리고 진보의 자리는 이제 민주노동당에게 넘겨주는 것이 순리이다. 그다지'위험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다수의 보수파 정당과 상대적으로 소수인 진보파 정당의 정립을 통한 정국의 새출발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보혁구도를 '연착륙'시키는 데에는 고건 카드가 최적이다. 보혁구도가 연착륙에 실패한다면 수많은 분열과 대립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또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지금의 요동하는 정국이다. 이 대안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다. 4개 주요정당 모두가 그다지 큰 불만은 없을 그림이다. 지금의 어지러운 정치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답안은 고건이 아닌가 여겨진다.
 
필자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따라서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필자가 제시한 방식으로 현 정국이 전개되어 나가는 것도 썩 괜찮은 일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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