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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에게 엎드린 오세훈, 젊은 정치인 맞나?
[기자의 눈] 이미지 내세워 노회한 정치행보 거듭, 이회창 황태자로 변신
 
도형래
2004년 뜻밖의 사퇴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오세훈 전 의원은 당내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국민여론에 힘입어 화려하게 서울시장 후보로 등극하였다. 서울시장 후보 등극은 마치 황태자 책봉식이나 다름없었다.
 
그 기분에 취했을까? 오 후보가 맨 먼저 한 일은 이른바 한나라당의 ‘정신적 지주’라는 이회창 전 총재를 찾아가 ‘알현’하는 것이었다. 황태자가 황제를 배알하듯이 그는 자랑스럽게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라는 끈을 잊지 않았다.
 
정계은퇴까지 감행한 오 전 의원의 승리는 역발상의 승부수가 그 몇 배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오세훈 전 의원은 어제 서울시장선거대책본부 구성을 발표하면서 또한번의 역발상을 보여주었다. 
 
▲ 이회창 후보를 찾아간 오세훈 후보를 비판하는 누리꾼의 패러디 작품 * 엠파스 : 출처미상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고 당원 지지가 아닌 국민여론에 기대어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승리한 오 전 의원이 신진 개혁 세력이 아닌 보수세력 중심으로 선거본부를 구성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필적할 만한 승부수를 이미 한번 던졌던 그의 노림수는 과연 무엇일까.
 
오세훈 후보는 박계동 의원의 끈질긴 영입노력 속에 몇차례 고사를 거듭하다 당내 소장파들의 연이은 지지 표명 속에 출마 결심을 굳혔다. 이러한 속에 오 후보는 이명박 시장과의 대면을 요청하였으나 이 시장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의 낮은 인지도와 이 시장의 지원 거부로 잠시 주춤했겠지만 정계복귀에 최적기라는 점과 설사 경선에서 지더라도 얻는 것이 더 크다는 판단으로 출마를 결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시장 경선에서 오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패하고 국민경선에서 크게 이겼다. 당원투표 결과는 한나라당 수구 세력을 대변하고 국민경선 결과는 한나라당의 신진 개혁 세력의 입장을 반영한다. 즉 기존 한나라당과는 다른 후보, 다른 한나라당을 바라는 사람들이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오세훈은 철저하게 당심이 아닌 국민여론에 의해 당선된 사람이다. 이런 그가 이제 와서 이회창 계열의 과거 인물들로 선거본부를 구성한 까닭은 무엇일까. 오세훈은 2년 전 국회의원 자리를 포기하면서 2년 뒤인 오늘 서울시장 입성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가만히 있어도 당선될 그가 출마결심과 경선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개혁 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을 버리고 한나라당 보수세력을 껴안고 있다.
 
당초 오세훈 후보는 맹형규 전 의원에 홍준표 의원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으나 맹 측에서는 "단독이 아니면 못 하겠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나라당 개혁세력들은 원희룡 의원과 시민 대표 2인의 공동 선대본부장을 오 캠프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결과는 맹형규, 홍준표, 윤여준 3인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에 원희룡 의원을 포함한 7인이 공동선대본부장을 맡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맹형규 의원은 박계동 의원 세력을 선거캠프에서 제거하는 조건으로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이회창 전 총재의 장자방이자 전략의 귀재라는 윤여준 전 의원을 끌어들여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의 입지를 축소시킨 게 이번 선대본 구성의 표면적인 성격이다.
 
또한 오 후보는 이번 선대본 구성에서 박계동 의원을 완전히 배제시켰다. 박계동 의원이야말로 오세훈 서울시장 출마의 일등공신이다. 더욱이 박계동은 오세훈의 고려대 선배이다. 선후배 관계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고대에서 후배가 선배를 배신한 격이다. 그리고 박계동 의원은 재주만 부리고 끝난 서커스단의 곰 신세가 되어 버렸다. 오세훈은 박계동을 팽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세훈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자신을 밀어준 선배를 배신하고, 크게는 국민여론(민심)을 배반한 것이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입성을 눈앞에 둔 지금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이야 가만히 있어도 당선될 게 뻔하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수구세력을 껴안고 당 기간조직을 인수해야 한다. 그래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시 노무현 후보는 국민경선을 통해 압도적 지지로 16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후보로 결정나자 마자 이른바 ‘영삼시계’를 흔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영남세력에 기대는 모습을 연출했다가 엄청난 여론의 후폭풍을 맞았다.
 
참신한 이미지와 때묻지 않은 모습으로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오 후보가 바로 ‘영삼시계’를 흔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간 노대통령 모습과 오버랩되는 국면이다.
 
오 후보의 화려한 변신이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모르지만, 이회창 전 총재에게 엎드린 모습만큼은 그의 이미지와 너무 멀어져 보인다.
기사입력: 2006/05/02 [14:3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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