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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지지자들', 알고보면 상처입은 사람들
[시민논단] 날개잃은 사람들의 서글픈 몸부림, 이들에 대한 관심필요
 
예외석
지난 4월 11일 저녁부터 우리 지역에 시민언론학교 강좌가 개설이 되어 언론과 사회현안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참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첫날 강의에 강사로 초빙된 분이 요즘 황우석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최진용 MBC <PD수첩> 국장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으나 속칭 '황빠'로 불려지는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이 강의실 입구에서부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최 아무개 국장도 서울 MBC 주변에 연일 시위를 벌리고 있는 '황빠'들 때문에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해 왔다. 

결국 예정된 강의는 진행되지 못하였고, 지역에서 활발하게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기자분이 대리로 '인너텟과 언론 그리고 시민기자'라는 주제로 한시간 반 가량 열띤 강의를 해 주었다. 대리로 강의를 이끌어 주었지만, 주연보다 조연이 힛트를 친다는 말도 있듯이 아주 훌륭한 강의를 해 주어서 참석자들이 사례중심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고,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질문들이 많이 쏟아졌었다.  

강의를 끝낸 뒤 돌아가는 입구에서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강의를 진행했던 기자와 참석자들을 '황빠'로 불려지는 단체의 사람들이 둘러싸고 자기들의 주장을 강하게 주장하며 밀어 붙이는 것이었다. 황우석 사태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언론시장의 주제로 강연을 한 기자에게 거의 폭력에 가까울 정도의 시위와 함께 협박성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말로는 자기들은 황우석 '황'자만 들어도 돌아버리는 '황빠'이기 때문에 자칭 '미친놈들'이라는 것이었다. 황우석 사태로 고초를 겪고 있는 최진용 국장이 내려오지 못해 부득이 자기가 대신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발언을 한 것인데 그들은 황우석의 '황'자가 들어갔다는 것으로 마치 황 박사를 비난이라도 한 것처럼 오해하고 집요하게 괴롭히며 갈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비록 잠시 불쾌하고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이내 그들을 뒤로 한 채 귀가를 서둘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내가 고함을 지르며 상대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스님도 계셨고, 나이 드신 분도 있었는데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짠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의 즉흥적인 기분으로는 자칭 그들의 말처럼 '미친놈'이나 '돌아이' 같은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해보면 그들도 나름대로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들도 나름대로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자발적인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라 보여 진다. 물론 그 행동들이 지나치다 보면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밤늦은 시간이지만, 무심코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험하게 살아온 사람들 같지는 않았고 대부분이 학생들이거나 황 박사의 연구생 또는 나름대로 지식이 든 추종자들인 것 같았다. 물론 추측이다. 그런 사람들이 왜 그렇게 극단적인 몸부림을 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대부분이 서울이라는 가까운 거리도 아닌 곳에서 저녁 늦게 모여서 시위하는 모습들을 보니 오히려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조금만 입장을 바꾸어 보면 우리도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민원을 제기하고 때론 집단적인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빠'들이 있다. '황빠', '노빠', '무슨무슨 빠'. 대부분이 순순한 마음에서 형성된 자발적인 집단들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울고 웃고 봉사도 한다. 희한한 경우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닐까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들 중에서도 집단을 이끄는 리더가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동물인 '비버' 처럼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속칭 '광신도' 라기 보다는 오히려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들이 왜 상처 입은 사람들인지는 우리 사회가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들을 보고 소리쳤던 나 역시도 황 박사를 한때나마 좋아했고, 자랑스럽게 여긴 적이 있었다. 진실을 밝히는 작업과 함께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는 사회분열과 친했던 사람들과의 소원해짐을 느끼며 우리 역시도 그들과 함께 상처받은 사람들이라고 느껴졌다. 실망이 지나면 분노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그래서 황 박사에게 실망한 나도 '황빠'라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비난도 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날개 잃은 새처럼 안타까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황 박사가 재기하고 다시 줄기세포의 신화가 부활하기를 학수고대하며 안타까운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나마 그들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극성스러운 것만큼 그들의 행동은 과격하지는 않았고, 험한 말들이 오고 가기는 했지만,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다. 그 사람들을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스님이나 나이 드신 분들이 적절한 조절을 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젊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몸짓을 볼 때 이 사회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 생각을 해보자.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기사입력: 2006/04/12 [13:1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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