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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정치는 내 인생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인물과 사상의 눈] 방송 명진행자에서 교수가 된 손석희의 마지막 선택
 
최을영
2006년 2월 15일 손석희 문화방송 아나운서국장이 22년 동안 몸담았던 MBC를 떠났다. 시청자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행복한 아나운서였다"는 말과 함께 MBC를 사직하고,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로 적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2006년 3월 6일 손석희는 100여 명의 학생이 운집한 강의실에서 첫 강의를 시작했다.
 
손석희는 1984년 입사한 이래 MBC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로 활동해왔다. 최근 몇 년 새 그는 라디오 저널리즘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손석희의 100분토론>을 진행하며 자신의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수많은 인터뷰 대상자와 토론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결하는 토론장에서는 토론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노련미를 보여줬다. 그 덕분에 손석희는, <시선집중>으로 2006년 3월 1일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시상식에서 라디오 진행자 부문 출연자상을 받았다.

▲  손석희 아나운서는 1988년과 1992년 MBC 파업 때 적극 나서기도 했다.  문화방송 노조 자료사진

1956년 서울에서 직업군인의 3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손석희의 어린 시절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손석희가 6살 되던 해 제대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그는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다. 서라벌중학교를 거쳐 휘문고등학교에 들어간 그는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방송반에 들어가게 된다. 방송반 활동은 후일 아나운서가 되는 계기가 된다.

1975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그는 재수를 해야 했다. 그러나 또 대입에 실패했고, 결국 국민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손석희는 자신의 20대 시절을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시기로 규정한다. 어려운 가정형편이 주 원인이었다.

1982년 대학을 졸업한 손석희는 유력 일간지의 총무부 사원으로 입사했다가 그만두고, 1984년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한다. 그는, MBC 입사가 "넌 방송반도 했고 그 쪽에 잘 어울리니 (시험) 한번 봐 보라"는 친구들의 권유에 이끌린 "주체적이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방송은 "나이답지 않게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20대를 청산하려 뛰어들었던"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문제였던가 보다. 손석희는 월간 <말> 1996년 11월호에 실린 <나이 쉰에 나는 무엇을 보여줄까>란 글에서 "80년대 중반의 상황에서 방송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식 따윈 없었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원죄의식을 변명 삼아, 나는 주어진 일에만 몰두했다"고 말한 바 있다.

MBC에 입사해 주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그는 깔끔한 이미지와 매끄러운 진행으로 입사 후 3년 만에 MBC를 대표하는 아나운서 중 한 명으로 대중에게 각인된다. 그 와중에 1987년 6월항쟁이 일어났고, 손석희는 6월항쟁의 여파로 생겨난 MBC 노조에 가입원서를 냈다.

1988년 MBC 노조는 파업 전 쟁의에 돌입했다. 그 쟁의의 표식으로 모든 노조원들이 가슴에 "공정방송 쟁취"가 쓰인 리본을 달고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다. 당시 주말 9시 뉴스를 진행하던 손석희는 회사측과 노조측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리본을 "달고 나갈 용기도 없고 달지 않을 용기도 없었던" 손석희는 결국 양복 안쪽에 있는 와이셔츠에 리본을 달고 뉴스를 진행했다.

그러나 큰 자괴감이 몰려왔다. "양복 속에서 삐죽이 보일 듯 말 듯했던 리본은 내가 기회주의자임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었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하며 괴로워하던 그는 다음날 양복에 리본을 달고 나감으로써 비겁함을 씻어낼 수 있었다.

그 뒤 손석희는 노조 활동에 적극 나서게 됐고, 1992년 MBC 파업 때 파업 주동자로 몰려 20일간 구치소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미 MBC의 간판 아나운서로 자리 매김하고 있던 그가 수의를 입고 TV에 등장한 것은 충격이었다.

대중들은 이 모습을 보고 손석희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손석희는 2006년 1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나야말로 노조 활동으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사람"이라며 "한 일도 없는데 무슨 민주투사라도 되는 양 대접받는 것"을 걱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손석희는 MBC의 확고부동한 간판 아나운서가 된다. 그런 그가 1997년 돌연 미국으로 떠난다. 회사를 휴직하고 자비로 떠난 연수 생활이었다. 처음에는 소진되는 느낌이 싫어서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지만, 이곳에서 그는 국제민간재단의 장학금을 받은 것을 계기로 공부에 온힘을 쏟아 미네소타대 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귀국한 뒤 본업으로 돌아간 손석희는 2000년 10월부터 <시선집중>을 시작했고, 2001년에는 <미디어비평>을, 2002년 1월부터는 <100분토론> 진행을 맡았다. 시사 프로그램과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는 사람들과 안면 트는 일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언제 인터뷰를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 토론자로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즉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손석희는 "정치적 무뇌아로 입사한 뒤 노조에 참여해 마흔 넘어 유학 보따리를 싸기까지, 세 번의 선택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회고한다. 세 번의 선택 후 이제 손석희는 MBC를 사직하고 학계로 가는 네 번째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사람들은 그가 다섯 번째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정계 진출이 그것이다. 손석희는 정치권 영입대상 1순위다. 워낙 선호도가 높고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석희는 정치에 뜻이 없음을 누누이 밝혀왔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부인해도, 사람들은 내가 언젠가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믿어버리는 상황"이 "아주 생소하고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MBC 퇴임 기자회견 때에는 "일부에서 정치권 진출 등 계획을 밟아나간다는 말이 있지만 200% 틀리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은 정치 혐오주의 때문이 아니라, 다만 정치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2003년 11월 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직업을 통해 사회적 봉사까지 할 수 있으면 운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며 방송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 월간 인물과 사상 2006년 4월호에 발표된 것으로 웹진 <인물과 사상>(www.inmul.co.kr)에서 제공했습니다.  
기사입력: 2006/04/05 [12:4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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