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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모찌’라는 말을 아시나요?
[시민논단] 21세기에도 ‘이너 서클’을 따라 다니는 사람들
 
예외석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우리말과 일본어의 합성어로 ‘가방모찌’라는 말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과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시절까지 남의 가방을 들어 주는 사람들을 보았고, 사회에 나와서는 더 많은 ‘가방모찌’들을 보았다. 소위 말하는 실세들의 비서역할 하는 사람들을 폄훼하는 말로 ‘가방모찌’라 부르는데 자기 스스로 자청하여 은근히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회에서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그 대안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참여정권에서 초기에는 양극화 해소를 위하여 ‘임꺽정’식으로 있는 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 주려고 했지만, 그들의 반격으로 궁지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그나마 덜 가난한 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십시일반 모아 사회복지정책을 확대시켜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복지국가건설을 위해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어 놓아도 백성들이 ‘가방모찌’가 되려고 하면 사회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확대될 뿐이다.
 
어린시절을 떠올려 본다. 같은 반 또는 동급생 중에서 집안이 제법 부유한 아이가 있으면 자연히 대장 노릇을 하게 된다. 물론 집안이 부유하다고 해서 다 대장노릇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 있는 곳에 사람 모이게 되어 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항상 배가 고프고 먹을 것이 부족해서 먹을 것이 풍족한 그 아이의 가방까지 들어주면서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거기다가 싸움까지 잘하면 학교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선생님까지도 그 아이의 부모가 지역에서 방귀께나 뀌는 인사라면 쩔쩔매게 된다.
 
이너 서클. 사회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하는 근본 원인이 바로 이너 서클인 것이다. 좋은 의미의 이너 서클이라면 권하고 싶지만, 어두운 면의 이너 서클이 더 많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로 바꿔보면 ‘끼리끼리’라는 단어가 나온다. 잘난 사람 잘난 대로 못난 사람 못난 대로 ‘끼리끼리’라는 것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가방 모찌’의 동급생들을 거느리고(?) 호기를 부리면서 성장한 사람들은 돈의 힘을 곧 세상의 파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자연히 끼리끼리의 문화인 이너 서클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상류층이나 지배계급의 자녀들은 성장배경에서부터 이미 이너 서클을 만들어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는 ‘구별짓기’를 한다는 것이다. 성장 후엔 결혼도 이너 서클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한 경우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이너 서클을 형성하는 권력 중심에 있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이들을 따라다니면서 ‘가방 모찌’를 하는 사람들이 더 사회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장을 모시고(?) 있으면 마치 자기도 대장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끼리끼리’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끼리 또 다른 문화를 형성하면서 살게 되지만, 욕망이 큰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기어이 그 이너 서클의 ‘가방모찌’를 자청하면서까지 따라 다니며 대박을 움켜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우리 나라 굴지의 모 재벌 회장도 어린시절 이너 서클을 형성하고 호기를 부리면서 성장한 사람이었는데, 당시 학생 때부터 ‘가방모찌’로 따라 다니던 사람들이 현재 그 기업에서 파워가 막강한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경우다. 정치권에도 수 많은 ‘가방모찌’들이 있다. 그냥 좋은 말로 수행비서라고 부른다.
 
요즘 필자의 주변에도 ‘이너 서클’에 가입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골프연습장에 다니며 난리법석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서글프지만, 서민 대중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들 중에서도 ‘이너 서클’ 진입을 위해서 골프 연습이다 뭐가 하면서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소위 말하는 ‘직장 내 이너 서클’에 진입하기 위해서다. 우리말도 바꾸면 ‘사단’이라고도 하는데 모 부장이나 임원이 골프를 좋아하면 과장만 되어도 벌써 골프채를 들고 다니며 엉덩이를 살랑거리는 경우다. 군대 시절 간부들이 사단장의 종교가 불교면 자기도 불교이고 기독교면 또 다시 기독교로 바꾸며 처세를 하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물론 생존과 성공이라는 욕망을 위해서 그런 처절한 몸부림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성공 뒤에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하듯이 자기의 어려웠던 시절을 뒤 돌아 보기도 싫은 악몽으로 여기고 옛 동료들을 ‘찌질이’처럼 경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못난 행동은 하지 말아야 고생한 보람을 얻고 그 성공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극빈층에서 숨통이나 겨우 트이는 서민으로 진입하고, 서민에서 조금 더 여유 있는 중산층으로,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 설 경우에 한 가지만 생각을 해 두자. 앞서 달리던 사람은 쫓아가면 더 앞서 나가고,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만 여유를 허락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학문이든, 권력이든, 돈이든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이너 서클을 박살 낼 수만 있다면 박살 내고 싶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서민 대중들 속에서도 또 다른 이너 서클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할머니가 키우는 부모 없는 아이들은 평범한 집안의 아이들과 놀면 안되나?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은 뭔가 잘못된 아이들인가? 양가 집안 경제적 형편이 조금 차이가 있어도 결혼을 못하나? 의사나 변호사는 노동자와 같이 놀면 안 되는 것인가? 대학 나온 사람들은 문화인이고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은 외계인인가? 국회의원은 막걸리 마시면 설사하나? 열심히 ‘끼리끼리’를 쫓아 다니는 사람들이여 그대 이름은 인간이고, 지금은 21세기다. 이제는 우리들의 벽을 허물자.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기사입력: 2006/03/18 [14:1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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