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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성추행 상습적…피해자 11명 더 있었다"
구치소 상급기관 구두주의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 비난…법무부, 민간 감시장치 만들기로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06/03/10 [10:35]

'서울 구치소 성추행 사건' 진상 조사 결과 법부부의 당초 주장과 달리 12명의 재소자가 같은 교도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장관이 사과하고, 부랴 부랴 재발 대책을 내놨지만,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 진상조사, 자살기도 여성재소자 외에 11명 추가 성추행 당해

9일 오후 법무부 진상조사단은 자살을 기도한 여성재소자 K모씨 외에 11명이 더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건 개요는 서울구치소 분류심사과 소속 이모(56) 교도관이 여성재소자 김모씨의 가슴 등을 강제로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것은 지난달 1일이다.

이후 김씨는 심한 정신적 충격속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독방에 방치됐다 지난달 19일 스스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고,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법무부 진상조사단은 지난달 28일부터 9일간 진상조사를 펼쳐 이 교도관이 김씨외에 적어도 11명의 여성 재소자를 더 성추행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무부 진상조사단 이옥 검사는 "이 교도관이 서울구치소에서 재직중이던 2005년 7월 25일부터 2006년 1월 31일까지의 기간동안 이씨에게 분류심사를 받았던 여자재소자들 중 이사건 김모 씨 외에 최소한 11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단은 김씨의 자살 시도와 관련해서는 "'성추행과 그 이후 구치소측의 적절치 못한 사후 조치'가 원인이 된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가해자인 이모 교도관은 분류심사 도중 여성 재소자들에게 가석방 얘기를 꺼내며 성추행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이미 출소한 여성들에게도 연락해 따로 만나자고까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와 구치소, 초기부터 사건 축소·은폐하는데만 급급해

이번 진상조사에서도 고질적인 교정 행정의 폐쇄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잘못이 있으면, 이를 공개해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또 다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지만, 구치소와 교정청, 그리고 감독책임이 있는 법무부는 이런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구치소측은 성추행 사실을 보고받고도 피해자에게 "문제가 커지면 가석방이 늦어질 수 있다"는 식으로 합의를 종용했으며 상급 기관에도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재소자의 솔직한 고백을 들은 여성교도관 역시 상급자의 지시대로 "사건에 대해 자세히 쓰지 말라"고 종용하는 등 구치소 내부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 교정청이나 법무부 교정국에서 조차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다가 언론에 알려지자 부랴부랴 성추행 사실을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성추행 교도관 검찰 수사의뢰, 구치소 간부들 직위해제…상급기관 간부들은 구두경고에 그쳐 논란

법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해 교도관 이모씨는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고, 보고를 지연시키나 허위 보고를 한구치소 관계자들은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현직 구치소장과 구치소를 감독하는 상급기관인 서울교정청장, 그리고 법무부 교정국장에게는 경고와 주의조치를 내리는데 그쳤다.

당연히 솜방망이식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올수 밖에 없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법무무 주요 간부들이 조직적인 은폐에 가담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주의 등 구두 경고에 그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이교도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추가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재소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감독 책임이 있는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문책을 서둘러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 뒤늦게 민간단체 참여 감시장치 대안 마련 준비나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9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에 힘쓰기로 했다. 먼저 법무부는 교정행정 전반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전국의 각 교정시설별로 지역 여성 단체회원들로 구성된 가칭 '교정시설 성폭력 감시단'을 조직해 상시적인 감시 활동에 나선다.

또 교도소내 성폭행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에 즉각적으로 수사의뢰해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와함께 여성재소자들의 분류심사를 담당하는 교도관 수를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올해 여성 교도관도 13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번 법무부의 대책은 명목상 교정행정의 투명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교정 실무에 임하고 있는교정 공무원들의 의식 전환과 아울러 열악한 교정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도 함께 고려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즉, 이번 사건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한 교도관의 개인적인 파렴치행위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교정행정 전반에 드리워진 폐쇄성과 전문성 부족, 그리고제소자와 교도관들의 열악한 처우 등을 뒤짚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CBS사회부 박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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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10 [10: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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