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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의 환생? 차베스의 성공신화
KBS 스페셜 '신자유주의를 넘어-차베스의 도전'에서 차베스 역정그려
 
도형래   기사입력  2006/02/18 [13:46]
지난 해 말 볼리비아 대선을 기점으로 거세게 불고있는 남미의 좌파 바람. 올 들어 더욱 세력을 넓히고 있는 그 돌풍의 중심에는 바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존재한다. 거침없는 언변과 파격적인 개혁 행보로 상징되는 우고 차베스.
 
국내 방송으로서는 15일의 현지취재 등 최초로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심층보도가 이뤄졌다.
 
18일 오후 8시, KBS 1TV KBS 스페셜(연출 이강택 PD)을 통해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추세 속에서‘민중이 주인 되는 나라’‘남미인을 위한 남미’를 건설하겠다는 그의 꿈과 이상이 생생히 펼쳐진다. 특히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미국의 개입, 견제를 뚫고 성공을 거둔 요인을 생생한 현지취재를 통해 남미의 현실과 그 국제정치학적 지형속에서 추적한다.
 
본 프로그램은 또한 남미 만의 상황이 아닌 한미 FTA 체결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사회에 미국 주도 신자유의 문제에 대한 함의러 탐색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차베스의 도전과 역정을 살피면서 차베스 혁명의 본질을 탐색하고 있다.
 
1992년 특수부대 중령 차베스는 시민들과 연계하여 군사반란을 조직하나 실패하고 만다. 그러자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며 감옥으로 향한다. 일찍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한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던 베네수엘라에서. 그 일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투옥되어 있는 동안 그는 많은 책을 읽으면서 감옥을 ‘대학’으로 삼는다.
 
출옥 뒤엔 전국을 여행하며 많은 이들과 대화와 토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베네수엘라, 새로운 남미건설을 위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총을 버리고 민주주의를 무기로 삼는다
 
차베스의 등장을 가능케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신자유주의였다. IMF의 강요에 따른 베네수엘라의 ‘개혁개방’(복지예산 삭감, 공기업 민영화, 공공서비스 축소)은 서민들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케 했다. 버스 삯이 한 달 월급에 맞먹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에 민중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약탈을 감행했고 저항을 이어갔다. 2천여 명이 사망한 ‘El Caracaso 사건’(1989). 그것이 볼리바리안 혁명의 시작이었다. 하루 2달러로 연명하는 빈민들의 눈물이 차베스 정권의 기반이 된 것이다.
 
차베스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본격적인 개혁행보 즉 근본적인 ‘국가개조’에 착수한다.  대통령직을 걸고 제헌의회를 소집하여 구정치인들을 의회에서 몰아낸다. 토지개혁을 비롯한 49개 개혁법안을 전격적으로 통과시켜 ‘혁명에 버금가는 개혁’의 구조적 틀을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 베네수엘라 총생산의 5할을 차지하는 석유개혁이 있었다. 오랫동안 베네수엘라 석유는 미국과 국제석유회사와 자국내 소수 기득권자를 위한 ‘검은 황금’이었을 뿐이었다. 차베스를 그 석유에서 나오는 부를 민중의 몫으로 되돌리기 시작한다.  
 
차베스는 개혁프로젝트마다 미션이란 이름을 붙인다. 대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딴 이들 프로젝트들에는 무상교육을 위한 미션 로빈슨과 미션 리바스, 무상의료 프로젝트인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 땅을 농민에게 되돌리는 미션 사모라, 생필품을 유통마진 없이 저렴하게 공급하는 미션 메르깔 등 서민들이 절절히 열망해온 숙원들이 총망라되어있다. 차베스식 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는 민중의 자주적 역량을 드높이는데 있다.
 
반 차베스 세력의 반격은 당연히! 드셌다. 최소한 3차례 이상 그들은 차베스를 거세하고자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반란을 시도한다. 2004년 4월엔 쿠데타가 감행된다. 그러나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 유폐되어 있던 차베스는 사흘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를 구출한 것은 바로 대통령궁을 에워싼 채 반란세력을 압박했던 20만의 군중들이었다. 이때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외친 구호이자 노래가 ‘Chavez, no se ba(차베스는 물러나지 않는다)' 이 노래는 지금도 서민들의 애창곡이다.
 
같은 해 12월엔 남미사상 최대, 최장의 노사공동 파업이 벌어진다. 자본가와 기득권 노조는 지도부는 개혁을 멈추기 위해 손을 맞잡는다. 정유시설의 제어시스템을 부수고 유조선 운항을 막고 공장을 세워버린다.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강요하는가 하면 돈까지 주며 매수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과 민중은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이를 극복해낸다.
 
그리고 2004년. 마침내 건곤일척의 승부가 펼쳐진다. 경제파탄을 유도하기 위한 대규모 철시가 진행되는 가운데 치러진 대통령에 대한  소환투표. 하지만 71%라는 사상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한 서민들은 다시 차베스를 살려낸다.
 
오늘의 차베스 정권은 갖은 외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원칙과 용기로 맞섰던 차베스의 리더십과 자각한 민중들의 헌신적 뒷받침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지난해 말 차베스는 미주정상회담에서 부시의 FTAA의 구상을 사실상 좌절시켰다. 그 바탕에는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사이의 뻬뜨로 수르, 카리브 연안 15개국이 가입한 페트로 까리베등 지역 에너지공동체가 있다. 차베스는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 FTAA에 맞서 ALBA(미주국가를 위한 볼리바르의 선택)를 주창하며 신자유주의에 대해 승세를 굳혀가고 있다. 
 
볼리비아 대통령 취임식에서조차 남미 언론과 대중이 그에게 보낸 환호는 에보 모랄레스를 무색하게 할 정도. 세계사회포럼 현장에서 울려퍼진 비바 차베스! 우리가 만난 차베스는 이미 베네수엘라만이 아니라 남미 전역의 영웅이었다.
 
▲ KBS 스페셜에서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심층보도를 연출한 이강택 PD     © 대자보
물론 차베스에게도 한계는 많고 앞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확고한 이념적 지평과 전반적인 경제적 대안의 부재, 관료주의와 1인 시스템.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지금, 그의 실험과 도전은 남미를 넘어 세계적 의미를 갖고 있음을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민중의 힘에 바탕하여 국가를 개조하며, 남미 전체로 연대를 확대하고, 다시 이를 신자유주의와의 맞설 진지로 삼아가는 차베스의 도전은 한국 사회가 타신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그만큼 차베스의 궤적과 성패는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강택 PD는 “차베스 대통령은 얼핏 돈키호테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민중을 위한 그의 각종 정책들은 한국사회에 만만찮은 함의를 던져주고 있다”며 “오는 7월 멕시코 대선과 11월 브라질 대선, 다시 12월 베네수엘라 대선을 앞뒤로 계속 남미 상황을 점검하는 연재물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 PD에 따르면 본 방송물은 국내방영 후 베네수엘라 국영TV(VTV)에도 방영될 예정이며, KBS와 교류를 희망해온 VTV의 교류협정제안을 바탕으로 향후 텔레수르 등 남미와 한국 사이 방송 교류의 물꼬를 트이게 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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