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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서 쟁취한 한글날, 문화 국경일로 만들어야
[시론] 한자와 영어 침략 물리치고 진정한 겨레말 후손에게 물려줘야
 
이대로   기사입력  2006/02/01 [10:29]
2005년 12월 8일은 우리 말글역사에 길이 빛날 큰일이 난 날이다. 그것도 아주 기쁜 일이 일어났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한다는 법안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나는 그 소식을 내 초등학교 총동창회 송년모임에 갔다가 신기남 의원 보좌관 송치욱 님으로부터 "한글날 국경일 지정법안이 방금 본회의를 통과되었습니다"라는 소식을 듣고 바로 전택부 위원장님, 서정수 본부장님, 오동춘 박사님, 최기호 교수님 들 여러분에게 알려드렸다. 이봉원님에게 "내가 지금 누리통신을 할 수 없으니 여기저기 누리집에 기쁜 소식을 올려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 날 참으로 기뻤다. 가슴이 터지도록 반갑고 기뻤다. 기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동창회 진행자에게 자청해 노래를 하고, 고향 선후배들에게 "내가 오랫동안 앞장서서 추진한 일이 이루어졌다."고 자랑하고 축하 박수까지 받았다.

첫 기쁨은 11월 30일에 있었다. 그 날 저녁 때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 법안을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에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을 국립국어원 최용기 님으로부터 듣고 국회에 확인한 다음 전택부 위원장님께 전화로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한글 만세!"를 외치시며 기뻐하셨다. 그리고 그 소식을 서정수 본부장님, 최기호 한추회 회장님께 알리니 최 교수님은 기뻐하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으니 축배를 들자고 했다.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본회의 통과도 확신하기에 처음 기쁜 소식을 알려준 최용기 박사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시고 목이 터지도록 노래도 불렀다. 그 때 내게 그 기쁨을 맛보게 한 모든 분들이 고마워 그 두 분에게 맨 땅에 엎드려 큰절까지 했다.

▲ 지난 1월 2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많은 참석자와 함게 한글날 국경일 승격 축하 모임을 열었다.     © 대자보

저절로 된 게 아니라 싸워 이긴 것이다.

전택부 위원장은 지난 1월 19일 국회에서 가진 '한글날 국경일 승격 축하모임'에서 "그동안에 우리는 얼마나 애를 태웠습니까?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교사들과 학자들은 학교와 학문계에서, 일반 국민들은 가정과 교회와 일터에서 추락된 한글날의 위상을 되찾기 위하여 싸워왔습니다. 이 싸움은 처절한 전쟁이었습니다. 우리의 말과 글이 홀대받는 것을 보면 너무나 기가 막혀서 목숨 걸고 싸웠습니다.
 
그런데 이 전쟁은 이제 끝나고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되었습니다. 이 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7천만 온 겨레 모두의 것입니다. 노는 날이 많다고 해서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빼버렸던 몰지각한 관료들과 정치인들과 경제인들도 자기네 잘못을 뉘우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승리는 온 겨레 모두의 것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참으로 실감나는 말씀이고 옳은 말씀이다.

이번 한글날이 국경일이 된 건 보통 일이 아니고 큰 사건이다. 겨레와 겨레말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한글과 우리말을 우습게 여기는 무리들과 오랫동안 피땀 흘려 싸워 이긴, 애써서 얻어낸 값진 국경일이다. 어떤 이는 "살다보니 이런 기쁜 일도 있구나."라고 하고, 어떤 한글 단체 간부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느냐. "며 우연스럽게 일어난 거처럼 말하기도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분들이 애썼으나 되지 않아 포기했는데 이루어졌다니 너무 반가운 마음에 한 말씀이다. 그러나 그냥 얻은 게 아니고, 가만히 앉아서 받은 게 아니다. 오리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처럼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애쓰고 싸워 만든 국경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못 이룰 헛된 꿈이 아니라는 걸 굳게 믿고 끝까지 애썼기에 얻은 기쁨이고 승리다.

전쟁에 이기려면 훌륭한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고 승리를 확신하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지휘관과 병사가 있어야 한다. 좋은 무기와 노련한 사격수도 필요하다. 우리에게 이번 싸움은 힘든 싸움이었다. 우리 글자와 겨레말을 짓밟고 우습게 여기는 적에 비해 우리 국어독립 운동꾼들은 무기도 총알도 병사도 모자랐다. 전쟁물자와 후방 지원도 시원치 않았다.  

▲ 지난 1월 2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글날 국경일 승격 축하 모임에서 사회를 보았던 이대로 선생     © 대자보
그러나 한글이란 빼어난 뒷심과 나랏말을 꼭 독립시키겠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살려면 죽고 죽는 걸 겁내지 않으면 이긴다는, 한 몸으로 적 천명을 상대해 이길 수 있다는 굳은 믿음과 정신력을 가진 전술가와 지휘관과 싸움꾼이 있었기에 이긴 것이다. 국회에, 한글단체에, 시민단체에, 언론계에 말이다. 우리 투사들은 총알도 변변치 않았기에 꼭 총을 쏴야 할 때, 꼭 쏴야 할 적에게 총을 쏘고, 빗겨 가야 할 절벽은 돌아서 육탄전으로 목표를 점령하고 고지에 승리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힘든 싸움에서 이겼기에 더 값지고 보람차고 기쁘다.

여러분 애썼습니다. 고맙습니다.

1990년 정부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뺀다고 할 때 한글단체는 그 반대운동을 열심히 했다. 전국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가 그 해 2월에 노태우 대통령에게 반대 건의문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한글학회와 외솔회 들이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반대 건의문을 보낸다. 그 해 5월에 전국국어운동대학생연합회는 한글회관에서 그 반대 공개 토론회를 열고 문화부장관을 찾아가 한글날을 꼭 지켜달라고 건의까지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 해 7월 국무회의를 열고 그 결정을 하려하니 노동단체도 공휴일 줄이는 걸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러니 정부는 그 추진을 중단한다. 그리고 조용히 있다가 11월에 소문도 없이 공휴일 축소를 결정한다.

어처구니없는 정부 태도에 한글단체는 분노한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은 1991년 2월에 전국국어운동대학생연합회 학생들을 앞세워 서울 탑골공원에서 정부의 잘못을 규탄하고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외친 뒤 문제안 사무총장님이 앞장서서 명동까지 시위를 한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은 1991년 11월에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을 국회에 내면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운동이 시작된다.
 
그러나 정부는 못 들은 체 하면서 오히려 한글을 짓밟을 정책을 내놓는다. 김영삼 정권은 한자와 영어 조기교육정책을, 김대중 정권은 한자병용과 영어 공용어 정책을 내놓는다. 모두 한글과 우리말을 짓밟는 정책이다. 한글단체가 그 반대 시위도 하고 탑골공원에서 '한글 독립선언'을 하면서 거세가 반대하니 김대중 정권은 "한글날 국경일 제정에 힘쓰겠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1999년에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2000년에 정부와 국회에 다시 청원을 한다. 그러나 들어주지 않는다. 다행히 2000년 10월에 우리의 소리를 듣고 신기남 의원과 여야 의원 32명이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위한 국경일 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 한글날 국경일 승격 축하 모임행사에는 김원기 국회의장 등 국회문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많이 참석했다.     © 대자보

그리고 2001년에 한글단체는 국회의원들 활동을 도우려고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힘차게 국경일 추진운동을 한다. 국회와 정부를 방문하고, 국민대회도 열고, 촉구 결의대회도 열고 빨리 법안을 통과해줄 걸 호소하고 외친다.
 
그러나 16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경제단체와 행정자치부가 반대한다고 제대로 논의도 안 하고 법안을 자동폐기 시킨다.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허탈감에 빠진다.

1990년 대 초창기엔 돌아가신 안호상 박사님, 공병우 박사님, 허웅 박사님과 그 분들을 모시고 애쓰신 문제안 사무총장님과 여러 한글단체장들께서 많이 애쓰셨고, 2001년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를 꾸린 뒤엔 전택부 위원장님과 서정수 본부장님이 많이 애쓰셨다. 2002년 8월 무더운 여름에 오리 선생님은 청와대까지 가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호소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시기도 했다.
 
그리고 한글단체 회원이 아닌 참교육학부모회, 전국국어교사모임 대표들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도 하면서 지원해주었다. 많은 분들이 신문과 누리통신에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호소하는 글을 쓰고 서명을 받아 국회에 보내기도 한다. 10여 년 동안 그렇게 해도 국회가 말을 듣지 않으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17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다시 국경일 제정운동을 시작한다. 청원서도 내고 신기남 의원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 64명이 다시 법안을 낸 뒤, 의원 모임을 만들게 한다. 추진회는 국경일 제정 자료집을 다시 만들고 국회의원을 만나 끈질기게 추진운동을 한다. 오리 전택부 위원장님이 격려해주시고 한추회 최기호 회장님이 국회 활동을 적극 도와주고 오동춘 박사와 또 많은 분들이 나와 함께 국회에 가서 행자위원들을 만나 호소했다. 우리는 국회 의원모임과 긴밀하게 협조하며 마지막 힘을 다했다.
 
그리고 2005년 12월 8일에 '한글날 국경일 지정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드디어 "한글날 만세!"다. 지난 15년 동안 얼마나 많은 분들이 얼마나 많이 외치고 피땀을 흘렸던가!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국경일 법안을 제안하고 통과시켜준 국회의원이 고맙고 그 보좌관들이 고맙다. 모든 분들에게 "애썼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큰절하고 싶다.
또 다른 싸움, 더 큰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국경일 추진 위원회는 지난 2006년 1월 19일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게 해준 분들에게 감사패를 드리는 모임을 했다. 큰 일을 해내고 나니 서로 해냈다고 조금 말들이 있었지만 여러분의 도움으로 '한글날 국경일 제정 추진위원회'가 일을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땀흘리며 산마루에 올랐을 때처럼 시원하기도 하고 허탈한 기분이다.

이제 한글날을 온 겨레, 온 국민이 즐기는 말꽃 잔칫날. 문화 국경일이 되게 해야 한다. 이번 한글날이 국경일이 된 건, 보통 일이 아닌데 언론도 국민도 크게 기뻐하거나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못 본 체 하고 있다. 민중이 쟁취한 국경일, 그것도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말글 국경일인데 무 덤덤하다.
 
이제 한글날을 진짜 국경일다운 우리의 문화 잔칫날로 만든 뒤에 온 누리 말글 잔칫날로 키워야 한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데 힘쓴 한글단체는 다시 뭉쳐서 이 한글날을 우습게 여기는 무리들, 한글을 가볍게 보는 세상 흐름을 몰아내고 온 국민이 참여하는 경축일로 만들 일에 힘써야 한다.

이번 한글날 즈음엔 '한글날 국경일 승격 축하행사'를 아주 크고 빛나게, 온 나라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 잔칫날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한글날이 담긴 주간은 '한글 주간'으로 정해 정부기관과 각급 학교는 말할 거 없고 한글단체와 시민단체도 함께 모여 한글날 행사를 해야 한다.
 
그런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을 경복궁 앞뜰이나 새로 만드는 광화문 큰 마당에 옮기고,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충무공 동상이 있는 자리에 '한글탑'을 세우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한글 불꽃'을 밝히길 바란다. 한글날 전날 저녁엔 광화문에서 불꽃놀이, 노래자랑, 시 읽기 들을 하면서 '한글날 국경일 승격 큰잔치'를 떠들썩하게 해야겠다. 그래서 한글날이 한글을 빛내고 우리 겨레의 기운이 일어나는 기회가 되도록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민족자주 문화가 활짝 피게 하면 좋겠다.

다음으로 한자 찌꺼기를 씻어내는 일이다. 한문과 한자는 우리 조상이 수천 해 동안 쓴 글이지만 지금은 우리말을 한글로만 적는 말글살이를 할 때다. 지난 수천 해 동안 한자를 고맙게 썼지만 한문은 중국이나 일본을 우러러보게 만들었다. 우리 문화보다 중국이나 일본 문화를 더 좋게 보게 만드는 창구요 상징이었다. 이제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만으로 적는 시대를 완성해 '우리 겨레말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 한자와 싸움을 마무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어 침략을 막아내고 영어 열병을 몰아내는 일이다. 이 싸움이 가장 크고 힘든 일이다. 영어 섬기기와 영어 열병을 우리 말글만 죽이는 게 아니라, 나라 살림과 우리 문화를 짓밟고 우리 겨레를 못살게 만드는 아주 못된 병이다. 일찍이 나는 이 영어 열병을 우리 겨레와 나라를 죽일 '영어암'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 못된 영어 암세포를 죽이려고 온갖 정성과 노력을 했다. 그런데 이 영어 열병을 치료해야할 정부와 큰 기업과 신문사들이 앞장서서 더 퍼지고 깊게 만들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정부와 언론과 경제단체와 학자와 공무원을 한글과 우리말을 못살게 구는 '우리말 5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된 건 우리 민족사에 길이 길이 빛날 큰 사건인데도 온 나라가 외면하는 것도 이 한글 역적들, 한자와 영어 숭배자들 때문이다.

겨레말 독립을 이루어 후손에게 물려주자

한글날 국경일 지정은 많은 국민이 간절하게 바란 꿈이었고 애써 따낸 위대한 일이다. 안 될 줄 안 일, 불가능한 것으로 본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이루어 낸 것처럼, 우리가 마음먹고 하기 따라서 우리말 독립도 이룰 수 있는 꿈이다. 한글을 만든 세종 정신과 한글을 지키고 빛낸 선열들의 한글사랑 정신으로 무장하고 우리가 똘똘 뭉쳐서 힘쓰면 한자 찌꺼기를 씻어내고 영어 침략을 막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한글과 겨레말을 지키고 빛내서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 한국말 독립은 우리 시대 사명이고 시대 정신이다.
 
우리 세대가 우리나라를 온 누리에 우뚝 선 문화강국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세계 문화발전에도 이바지하자. 지금 시행하는 국경일인 삼일절, 개천절, 제헌절, 광복절은 1948년 대한민국을 세울 때 정신 없이 바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한꺼번에 정한 국경일이지만 이번 한글날 국경일 제정은 대한민국 민중이 간절히 바라고 반대 세력과 싸워 받아낸 특별한 새 국경일이다. 마음껏 기뻐하고 목이 터지도록 "한글 만세! 한글날 만세! 한글나라 만세!"를 외치자.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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