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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찍으면 김민석 된다.
올바른 정치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다
 
변희재   기사입력  2002/11/24 [14:33]
{IMAGE1_RIGHT}오늘 정몽준 후보 측에서 보낸 것으로 짐작되는 핸드폰 메시지 때문에 인터넷이 시끄럽다. 그 메시지의 내용은 바로 "노 찍으면 창 되고, 몽 찍으면 몽 된다."라는 것이다. 마치 97년 대선에 이회창이 경상도에 내려가 "이인제 찍으면 김대중 된다"의 재판을 보는 듯하다.

지금껏 여론조사 결과를 보건데 노든 몽이든 모두 창을 이기는 결과가 나오는 마당에 '노 찍으면 창 된다.'는 구호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하나의 절대악을 세워놓고 각기 다양한 스펙트럼을 무시한 채 줄을 세우려는 발상 자체도 구태의연하다. 그렇게 절대악을 이용한 선거 운동을 하겠다면 나도 그와 비슷한 발상을 할 수도 있겠다.

"정몽준 찍으면 김민석 됩니다."

뭐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적군에게는 아량을 베풀 수 있지만 배신자의 최후는 죽음 뿐이라는 조폭들의 생존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김민석에 대한 증오심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사실 민주화 운동에 무임승차하여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사람들이라면 설사 그 운동의 주역들이 훗날 중대차한 과오를 저질러도 가급적 선의로 해석해주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김민석에 대해서도 5.18 룸살롱 사건, 동교동 수성 사건, 민주당 탈당 사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도 가급적 그의 뜻을 이해해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민석에 대해 모든 기대는 단일화 협상 시 보여주었던 능스능란한 배반의 정치, 단일화가 깨져도 자기 하나는 살아보겠다는 생존의 정치의 엽기성 때문에 이제 모두 던져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몽준이라는 인물은 아직 검증이 시작도 되지 않았다. 이것은 텔레비전 토론을 100번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치인이란 언젠가는 중대하고 진지한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순간을 맞이하게 되고 그때의 판단, 그리고 그 판단을 실천하는 그의 모든 진실로 그의 앞날을 증명하는 존재인데 몽에게는 그런 순간이 이제껏 없었기 때문이다.

오직 단 한 번, 후보단일화 협상 때 보여준 그의 마인드, 그리고 그가 내보낸 스파이 김민석의 행태로서 그의 정치가로서의 정도에 조금 흠집이 났을 뿐이다.  그러므로 반창감정이 드센 지금의 정국상황에서라면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있는 유권자들이라 하더라도, 그런 정몽준에 대한 의식은 뚜렷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냥 막연히 '창을 이겨줄 수 있는 우리 편' 이렇게 생각하고, 노무현과 경쟁력만 따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김민석을 생각해보자.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민석은 이철을 밀어내고 국민통합21의 2인자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87년 후보 단일화 때부터 후보단일화의 대의명분의 가치를 읽고 있던 이철이 팽당한 뒤 김민석이 협상단에 들어오고부터 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막가파식 생떼와 트집, 협박과 배째기로 변질되었다. 이런 김민석이 국민통합21의 2인자로 방송매체를 누리며 차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나, 민노당 지지자 혹은 부동층이라면 김민석에 대해서 그 어떠한 판단을 내리고 그 어떠한 감정을 가져도 무방하다. 하지만 정통 야당을 지지해온 개혁유권자들이라면 김민석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

아무리 정몽준의 신사적 이미지가 좋고, 이회창과 맞장을 뜨는 그가 멋있다 하더라도 정치는 멋있는 사람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특히 정몽준처럼 뚜렷한 정치적 소신에 입각한 행보를 보여준 적이 없는 정치인이라면 그 주위에 있는 자들 혹은 앞으로 몰려들 자들의 면모를 살펴봐야 한다.

노무현으로 단일화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단일화 협상을 지연시키며 시간끌기로 일관했던 김민석이 단일화 정신을 대표할 수 있을까? 같이 서울시를 누비며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와주었던 사람을 뒤로 하고 "노무현은 내가 맡는다."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 정치인이 광주정신의 맥을 이어도 되는가?

후보단일화는 단순히 이회창과 싸울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니다. 만약 정몽준으로 단일화가 된다면 그 시점 이후 정통야당의 혈통은 현대가의 왕자 정몽준이 승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몽준의 행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중심에 몰려들게 된다.

그 가장 윗 자리는 김민석이 차지할 것이고, 그 바로 밑에, 호시탐탐 살코기를 뜯으려 어슬렁거리던 정균환과 박상천이 배고픈 미친 개떼처럼 달려들 것이다. 목숨이 반쯤 끊긴 김종필도 링겔 주사 한 대 맞고 좋다고 달려들 것이고, 후단협의 아이들도 손에 손잡고 왁자지껄 노래하며 몰려들 것이다.

그러면서 그 썩어빠진 민주당 내에서 그나마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신기남, 천장배, 추미애 등은 이철이 팽당하듯 영영 정치권의 중심에서 사라질 것이다. 후보단일화는 바로 이런 정치권의 전면적 개편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개편은 국민통합21의 2인자이자 협상의 달인 김민석이 주도하게 된다.

아무리 정몽준이 고맙고 기특해도 김민석의 배신의 정치, 정균환 박상천의 늑대 정치를 용납한다는 건 반창 정신과도 어긋난다. 이것을 용납했을 때 호남을 고립시켰던 3당 합당 이후 여당과 야당을 오가는 일이 정치권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듯이, 자당의 후보와 대표의 등 뒤에서 칼로 난도질을 해대는 일도 구국의 결단으로 인정받게 된다.

{IMAGE2_LEFT}후보단일화는 길어야 48시간 안에는 결정될 전망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잡으면 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 고양이가 어떻게 쥐를 잡는지도 염두에 둬야 하는 시점이다. 스스로의 깔끔한 이빨과 발톱으로 잡는지.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던  도둑 잡고양이들을 모두 끌어들여 집안을 박살내버리며 잡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 다음에 쓰레기통을 헤매고 다닌 잡고양이들이 과연 쥐를 잡을 수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 잡고양이들을 집안에 데리고 들어오느니 차라리 쥐새끼와 동거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개혁적 유권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정몽준 찍으면 김민석이 된다. 인터넷에서 김민석 사진만 봐도 구토가 치밀어 오른 사람들, 당신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늦어도 48시간 안에 결정난다. 국회와 방송국을 누비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김민석의 얼굴, 5년 뒤 조국과 민족의 미래를 위해 출마했다며 힘찬 연설을 하는 그의 얼굴이 자꾸 눈앞에 떠오른다. 더불어 당대표와 국무총리를 맡은 박상천과 정균환의 담배로 찌들은 얼굴도 떠오른다. 이것이 반창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인가? 그보다는 당신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라. 올바른 정치도 건강했을 때나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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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1/24 [14: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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