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 개각'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둘러싸고 ‘유시민 사태’란 표현이 나돌 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기획인사, 측근.정실인사, 보은인사가 큰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그런데 논란의 핵이었던 유시민 내정자가 김대중 정권 시절 ‘동교동 측근인사’와 ‘독선적 국정운영’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신문사 기고 칼럼’이 여러면에서 눈낄을 끌고 있다. 유시민 의원은 DJ 정권의 임기가 중반에 접어든 99년말, ‘김대중 대통령님께’라는 신문사 기고 칼럼에서 DJ 정권의 측근인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냉소와 무관심으로 돌아섰다고 일갈했다. 아러니하게도 그가 당시 칼럼을 기고했던 신문사는 작년에 그가 독극물이라며 거품을 물었던 ‘동아일보’였다. 그는 독극물 같은 신문사 지면에 김대중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독설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그가 김대중 정권에 비판을 가한 칼럼 내용이 똑같이 임기 중반을 넘어선 지금의 노무현 정권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문구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99년 유시민 칼럼의 제목과 내용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 팩트만 2006년에 맞는 걸로 교체하고 전체적으로 김대중을 노무현으로 이름을 살짝 바꿔보았다. 그야말로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란 세간의 유행어가 딱 들어 맞을 정도로 오늘의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꼭 필요한 ‘훌륭한 비평’으로 재탄생(?)했다. 김대중을 노무현으로,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5년이 지난 지금, 99년 김대중 정권과 2006년 노무현 정권이 처한 상황-국정 지지도 하락, 대통령의 측근 의존, 집권당의 극심한 이완-이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유시민 의원 자신의 신분. 당시 유시민은 정치권의 주변인이었고 지금의 유시민은 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상태다. 그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들던(?) 그 기백처럼 오늘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들고 있는 사람도 부지지수로 늘었다. 특히 진보진영에서 노무현을 바라보는 시선은 99년 김대중을 비판하던 유시민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마치 한 편의 반전드라마를 보는듯 하다. 특히 유시민 의원이 칼럼 말미에 김대중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며 피력한 대목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대통령님.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십시오. 대통령님의 독선을 지적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저 개인은 앞으로 대통령님을 비판하지 않을 것입니다. 희망과 애정을 잃으면 비판할 의욕도 잃게 됩니다. 저는 대통령님에 대한 기대를 이제 온전히 접었습니다. 2년이면 실망하기에 충분히 긴 세월이었습니다. 미움보다 더 아픈 것이 냉소와 무관심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표를 주었던 개혁.진보성향의 국민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오늘날 노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돌아섰거나, 심지어 실망이 너무 커 증오의 감정까지 갖게 된 것도 당시 유시민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냉소와 무관심 그것과 너무도 같지 않을까.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유시민 의원에게 ‘싸가지 없다’란 인상 비평은 정말 삼가야 한다. 그건 ‘강단있고 소신있는 정치인’이란 말로 포장이 가능한 칭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시민 비평에 가장 적확한 표현은 싸가지가 아니다. ‘뻔뻔함’ 또는 ‘국보급 변신의 귀재’라는 말이다. 아래는 유시민 의원의 99년 동아일보 칼럼 <김대중 대통령님께> 전문과 이를 <노무현 대통령님께>로 이름을 바꿔 패러디한 칼럼이다. / 편집위원 ☞ 유시민의 <김대중 대통령님께>& 패러디 칼럼 <노무현 대통령님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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