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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 김민석, 람보의 힘을 보여주세요.
김민석은 노무현이 보낸 트로이목마?ba.info/css.html'><
 
변희재   기사입력  2002/11/06 [12:28]
김민석을 위한 변명

{IMAGE2_RIGHT}기회주의 정치인의 대명사이자 변절 386의 선두주자로 낙인찍힌 김민석 전 서울시장 후보, 그는 어찌 보면 한국 정치사의 더러운 쓰레기를 모두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욕을 양으로 따질 수 있다면 분명 그는 고문의 달인 정형근 의원이나 북진주의자 김용갑 의원보다 훨씬 더 많은 욕을 먹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충분히 비판을 받을 여지는 있었지만 김민석 본인이나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이것 너무한 것 아닌가' 하며 볼멘소리도 해볼 만하다. 김민석 전 의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었던 5.18 룸살롱 사건 역시 이상하게도 김민석 전 의원이 공격의 주 타겟이 되었다. 제대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여자를 양 옆에 끼고'라는 선정적인 묘사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김민석 자체의 이미지가 최소한 개혁진영에서 밉상이다 보니 똑같은 잘못을 해도 그에게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감이 있다.

아마도 그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면서 다른 386 운동권 출신보다 한 기수 빨리 기성 정치권에 발을 딛었다는 점이 고려되고 있지 않을까 한다. 남들 고생할 때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는 괘씸죄에 걸렸다는 말이다. 또한 뒤늦게 들어온 386 정치인 군에서 조금 빗겨나 있어 맞을 때도 주로 혼자 맞는 경우도 많았다.

김민석의 또 다른 오점으로 남은 <민주당 소장파 성명파동>의 경우도 김민석이 일방적으로 욕을 먹을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김민석 전 의원이 당시에 주장했던 바는 "쇄신도 중요하지만 민주적 절차와 신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성명을 내지 않겠다던 정 위원이 합의를 깨고 성명 파동을 주도했다는 정 단장의 주장은 100% 사실이다."라는 것 아니었던가?

언론에서는 이를 김민석 전의원과 정동영 의원 간의 세 확장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로 노무현 후보 역시 당시 동교동의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방식의 쇄신은 합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올 민주당 경선에서 정동영 의원이 노후보와 각축을 벌일 때 노후보 지지자들은 바로 이때의 김민석 전의원의 시각 그대로 정동영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었다.

즉 <민주당 소장파 성명파동>에서의 김민석 전의원의 딴지는 정동영 의원의 튀는 행동에 대한 정당한 반발이라는 점을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도 분명히 동의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김민석 전의원을 욕할 점은 없어 보인다. 2001년 8월호 [월간 말]의 기사 '<민주당 소장파 성명 파동> 김민석 의원이 그들에게 등돌린 내막'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의 주장에 100%동의할 수는 없을지언정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스스로의 변명

김민석 전의원의 자신의 정치적 행위의 정당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여타의 정치인들이 국민과 조국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우는 반면 김 전의원은 이해득실에서의 손해를 좀더 앞세운다.

예를 들면 <민주당 소장파 성명 파동> 때 김 전의원은 `차기대권과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동교동계의 편을 들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동교동계와 거리를 두는 게 유리하다고 한다'면서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는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민주당의 차세대 정치인들치고 동계동의 비호를 받은 정치인이 과연 누가 있는가? 동교동계는 젊은 감각의 정치인에게는 오히려 짐이 된다는 것이다. 김 전의원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상수 의원을 1천 76표 차로 승리한 배경 역시 동교동계의 지원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노풍에 힘입은 세대교체 바람을 탔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번에 민주당 탈당 사건 역시 김 전의원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이기든지 지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이런 일을 했을 때 득이 뭐가 있겠나. 그래도 앉아서 죽느니보다 서서 싸우다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욕 얼마나 많이 먹겠나. 앞으로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누가 그렇게 하고 싶겠나. 결과가 안 좋았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 그에 따른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될 것이다. 그런 각오를 하고 했다. 별것은 아니지만 나는 작은 기득권을 하나 던졌다고 생각한다. 욕을 안 먹어도 되는데 나는 욕을 자청했으니 기득권을 버린 셈이다."

김민석은 람보병?

{IMAGE1_LEFT} 김전의원이 정몽준 후보 쪽으로 투항했을 때 음모론적 시각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첫째, 김전의원이 정몽준 후보로부터 어떠한 딜을 제안받았을까? 둘째, 김전의원을 선발대로 보낸 동계동계가 그리는 큰 그림의 정계개편 방향은?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음모론적 시각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몽준 후보가 김전의원에게 보장할 수 있는 카드가 뭐가 있겠는가? 이미 집권여당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까지 선출된 김 전의원이 정후보로부터 얻어먹을 게 뭐가 있겠냐는 말이다.

또한 동계동계가 김전의원을 선발대로 보냈다는 시각 역시 김전의원의 정치적 중량감을 무시한 추측이다. 이미 생존의 위기를 맞을 정도로 힘이 떨어진 동교동계가 차세대를 노리는 김전의원을 위험한 사지로 몰아넣을 힘이나 있었을까?

그보다는 임채정 선대위 정책본부장이 말했듯이 한국 정치를 혼자서 들었다 놨다 하려는 자아도취, 한 마디로 람보병이 김 전의원을 움직인 힘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한겨레21의 인터뷰에서의 김민석의 충정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당은 나중에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민주당의 뿌리와 다른 세력이 결합해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질서 속에서 이 뿌리들이 다른 여러 뿌리와 함께 가지만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3김시대 이후의 새로운 정치질서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새롭게 꽃피우는 것이다. 한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번 대선은 지금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혁명적 정치변화의 서곡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충정이 진실이라 해서 그의 말이 다 맞다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묘사된 유토피아의 도래가 과연 정몽준 당의 성격과 어울리는지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마치 지하철 안에 단독으로 뛰어들어 장난감 총을 난사하며 월남전을 평정했다 외치는 한 명의 람보처럼 보이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김민석, 지금이 기회다

김전의원은 지난 9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민주당 신당 논의의 연장선에서 "합리성, 도덕성, 미래지향적 사고, 남북화해의 지향을 갖춘 모든 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집권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때 이미 그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그뒤 10월 15일,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정몽준 의원 등과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즉각 표명해야 합니다. 후보단일화의 필요성 자체를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국민통합, 정치개혁, 남북화해정책지속 등 3대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연합을 형성하고 후보를 단일화하여 대선승리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이것이 당과 중도개혁세력의 위기와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라며 후보단일화를 내세워 노무현 후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틀 뒤,

"줄곧 무소속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정몽준 후보가 역설적이게도, 지역주의와 정쟁으로 얼룩져온 3김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개막하는데 적합한 조건과 신념을 갖추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냉전회귀세력의 집권을 막을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라며 모두가 깜짝 놀라는 탈당을 감행했다. 국민통합, 정치개혁, 남북화해정책 지속을 왜 정몽준 후보 중심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입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냉전회귀세력의 집권을 막을 현실적 대안, 솔직히 이야기해서 지지율이 노무현 후보보다 높기 때문에 정후보로의 단일화를 통한 이회창 집권 저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돌려가며 표현했던 게 아닐까? 10월 22일의 입장표명에서도 "저는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며, 현실적으로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를 통한 대선승리가 불가피하고, 단일화노력과 함께 민심에 의한 실질적 단일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라며 그가 말한 단일화는 곧 노무현 후보의 사퇴를 통한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따져보자. 김민석 전의원이 정몽준 당으로 들어가서 지금까지 후보 단일화를 위해 노력한 것이 과연 무엇이 있던가? 후보단일화라는 것은 경선을 통한 단일화 혹은 지지율의 격차를 통한 한 쪽의 일방적 사퇴 등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이미 노정 간의 지지율 격차가 2% 안 쪽으로 좁혀진 지금 상황에서 노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럼 단일화를 그렇게 열망하는 김전의원의 입장에서는 경선이나 정후보의 일방적 사퇴 말고 다른 대안이 없지 않은가?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후보는 경선을 통한 단일화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있다. 오히려 이철 전의원은 경선을 주장하는 반면 김전의원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후보단일화를 위해 욕을 먹으면서까지 강을 건너 간 사람이 정작 후보단일화가 논의되는 시점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정후보가 주장하듯 노후보의 일방적 사퇴를 통한 단일화를 아직까지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지율의 격차가 없는 상황에서 정통야당 계승자인 노후보가 사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김전의원이 더 잘알고 있지 않을까?

정치인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4년 이상을 먹고 산다. 누가봐도 김전의원의 탈당은 정치적 판단미스로 보인다. 재기가 불능하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오히려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김전의원에게 재기의 기회는 너무나 빨리 찾아왔다. 만약 이대로 가다 3자 대결시 이회창 집권이 현실화되던지 혹은 정몽준 후보 스스로 주저앉아 민주당에 흡수되는 날에는 김전의원은 더 이상 살아날 방법이 없다. 목숨을 걸고 망명했는데 망명국에서 본국으로 다시 돌려보내지는 격이다.

김전의원이 살아날 길은 민주당 내에서 노후보에게 단일화를 요구하며 압박했듯이 정몽준 당 내에서 정후보에게 단일화를 요구하며 압박하는 것이다. 왜 노후보에게 했던 것처럼 성명서 하나 내지 않는가?  심지어 평화개혁세력이라 추켜세우던 정몽준 후보가 군사정권의 잔재세력인 장세동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이것을 그대로 내버려둬도 되는가? 그것이 옳든 그르든 일단 어떠한 일관된 행동이라도 했을 때 김전의원의 충정의 진실성 만큼은 존중받으며 철새정치인과 기회주의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람보식으로 혼자서 한국 정치를 들었다 놨다 하는 김전의원이라면 지금이라도  정몽준 당 정도는 충분히 들어엎을 수 있을 거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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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1/06 [12: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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