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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 노무현, 떨어진 지지율 경선 때 만회하라
11.5 동아 여론조사 분석, 경선승부로 돌파구연다ba.info
 
변희재   기사입력  2002/11/06 [21:58]
{IMAGE1_LEFT}11월 5일의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11월 2일의 MBC 여론조사를 비교해보면,

이회창: 35.9% -> 36.0%
노무현: 19.0% -> 16.8%  
정몽준: 20.7% -> 22.4%

  노무현의 하락과 정몽준의 상승이 눈에 띤다. 특히 노무현 후보가 전격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제안한 뒤 첫 여론조사 결과인 만큼 아마도 노무현 캠프 쪽의 충격이 크리라 예상된다. 앞으로 1주일 정도 지속될 후보단일화 협상 정국에서 정몽준 후보 쪽이 훨씬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지지하는 후보가 사퇴할 경우에는 노 후보 지지자의 34.7%가 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반면 정 후보 지지자는 26.4%만이 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결과는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의 논리를 제공해줄 만한 사안이다.

  10월 말을 기점으로 노무현 상승, 정몽준 하강의 지지율 추이가 후보단일화 제안 이후에 갑자기 뒤바뀐 원인에 대해서라면 해석이 분분할 것 같다. 1차적으로 보면 후보단일화 제안이 악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물론 후보단일화 때문에 노무현 지지자들이 정몽준 지지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보다는 노무현 후보의 지지층 중 개혁성과 도덕성을 제 1의 원칙으로 삼는 그룹이 노후보의 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정몽준 지지를 포기했던 부동층의 일부가 정몽준 지지층으로 결합하여 노후보 하락 정후보 상승의 지지세를 구축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후보단일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의견은 민주당 지지자들 중 26.4% 였고 노무현 지지자 중 29.6%였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노무현 지지자들이 후보단일화에 거부감을 보이는 비율이 약간 높다. 아마도 이런 차이가 노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야기하지 않았을까?

이 밖에도 후단협의 탈당과 국민통합21의 창당이 양 후보의 상승과 하락을 초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후단협의 깽판에 가까운 작태는 노무현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층의 정치 혐오증을 유발하여 부동층으로 회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성명으로 발표했듯이 자기 당원들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어떻게 나라를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감, 한 마디로 '노무현은 감이 아니다.'라는 설을 입증하는 근거로 화자되고 있는 것이다. 후단협의 김영배 의원, 무늬만 민주당 최고위원 박상천 의원 등의 얼굴이 텔레비전에 한번 나올 때마다 노무현의 지지율은 0.1%씩 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하락할 요인이 있어서 하락했으니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지지율 하락을 근거로 후보단일화 제안을 백지로 돌리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노무현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2% 떨어졌다고 패착이니 악수니 경거망동할 정도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란 말이다. 후보단일화가 바람직하느냐의 질문항목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57.6%, 노무현 지지자들의 54.6%가 바람직하다고 답하는 등 개혁진영의 유권자들 중 과반수 이상이 후보단일화를 지지하고 있다.

참고로 민주당 지지자들 중 후단협의 탈당 행태가 후보단일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56%인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적을 기회가 있겠지만 후단협이 추구하는 후보단일화와 개혁진영의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단일화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후보단일화 압력을 노무현 측에서 마냥 무시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멀찍이 앞서나가고 있는 이회창 후보를 따라잡으려면 경선이라는 하나의 정치적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쨋든 이미 노무현 측에서는 경선이라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정몽준 후보가 거부를 하기는 힘들 것이고, 그 방법에 있어서 국민참여 경선과 여론조사의 절충형으로 타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서로가 승복할 수 있을 만한 공정한 경선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노무현 후보의 2%의 지지율 하락은 아무 것도 아니다. 경선이 시작되면 어차피 판이 크게 흔들릴 것이고 바로 그 경선장에서 진검승부로 만회하면 될 것이다. 어차피 노무현이든 정몽준이든 딱히 돌파구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면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마음껏 자신들의 정치적 역량을 겨루어보기를 바란다. 정책이든 이념이든 살아온 길이든 다른 점이 있으면 그 차이를 부각시켜 자신이 더 시대에 걸맞는 인물임을 증명하는 것은 선거에 나온 정치인의 임무이며, 그 장소가 대선이 되든 경선이 되든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특히 결선투표제가 없는 기형적인 한국의 대선구도 내에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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