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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개똥'으로 만드는 야만에 대하여
[주장] 시민 사회의 상식에 그 누구에게도 과분한 '인권'이란 없다
 
이승훈   기사입력  2005/06/14 [19:54]
"국적포기와 '개똥녀' 앞에 인권은 과분" 하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는 그 기사가 철 없는 네티즌이 반론을 올려서 또 대자보가 너그럽게 올려준 글이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글쓴이가 대자보 고문인 이대로 선생임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 선생이 인권에 대해서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하여 바쁜 가운데도 짬을 내어 참담한 심정을 억누르며 급히 반론을 쓰게 됐다.
 
'인권'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다는 것이 근대 이후 시민 사회의 상식이다.  여기서 '모든 인간' 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모든'  '인간'이다.   '사람으로 태어날,  태어난 생명체는 모두 인권이 있다.  진보하는 역사에서 사람들이 인권을 그토록 내세워 온 까닭은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 서강대학교 학생회관 내 공용 컴퓨터 배경화면에 등록된 '개똥녀'의 노모자이크 사진. 대학 교육은 우리 시민 사회는 인권 개념을 상실한 것인가?     © 이승훈
 
이대로 선생은 "잘못한 것을 인권을 내세워 덮지 말고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라고 분명히 말하자 그래야  그래야  더러운 것과 잘못을 바로 알고 바로잡을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건에서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사건을 덮어주자, 그 여성을 용서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대로 선생께서 깨닫기를 바란다.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성에 대해 법에 규정된대로 엄히 처벌을 받도록 하자고까지 주장한다.  다만, 굳이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도대체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를 말하는데,  개똥을 안치우고 내뺀 그 여성의 얼굴을 공개해야만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를 말할 수 있는가? 그 여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면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이 말을 할 수 없어지는가? 전혀 아니다.  그냥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벌써 이렇게 하나의 도덕관념이 존재한다.  얼굴을 공개해야만 이러한 도덕관념이 생기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일반 공중에게 공중도덕준수를 위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서 이 같은 공중도덕 위반 행위를 줄어들게 하는데 좀 더 효과를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서 얼굴이 공개된 그 여성은 이러한 효과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여성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인식할 수 있는데도 과연 우리 사회는 그 여성을 이렇게 수단으로 취급해야할까?
 
인권문제는 원리론의 문제다.  원리론 차원에서 한 명의 사람이 다른 한 명의 사람, 혹은 다른 사람 집단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 명의 사람이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사람 집단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원리를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이대로 선생은 한번 상상해보시기를 바란다.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온 모든 문화적인 것들이 의미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시는가?
 
개똥을 안치우고 내뺀 그 여성을 '개똥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이대로 선생은 '개똥녀'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한 사람을 '개똥녀'라고 부르는 것과  한 사람을 '개똥녀'라고 불러서 사회에 본보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 사람을 개똥녀라고 부르는 것은 그 사람을 모욕한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공중도덕 준수를 위해서) "한 사람을 개똥녀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한 것에 더불어 그 사람을 모욕하면서 그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리를 바람직한 원리라고 보는 것이다.  즉 개똥을 안 치운 그 여자가 개똥이 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추상적인 한 인간이 개똥이 된 것이다.
 
이대로 선생이여,  꼭 그렇게 논리적으로 한 인간을 개똥으로 불러야만 우리 사회의 공중 도덕 의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가?  사람을 개똥으로 부르지 않으면 개똥을 안치우는 행위가 잘못된 행위가 아닌 것으로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사람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공중 도덕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이대로 선생이여, 당신이면서 동시에 나인, 동시에 우리의 이웃중 그 어떤 한 명인 추상적인 한 명의 사람이 '인간'에서 '개똥'이 되어버렸는데도 마음에 드시는가? / 편집위원  
자유... 백수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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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6/14 [19: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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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5/06/20 [04:14] 수정 | 삭제
  • 백수광부님 글 읽는 재미로 들어왔었던 대자보였는데 이제는 그만 와야겠다.
  • 자성 2005/06/15 [18:49] 수정 | 삭제
  • 두분이 보는 관점과 강조점이 달라서 그렇지 내용적으로 보완관계에 있는 좋은 논쟁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도 지하철 현장에서의 개인의 1회적인 부적절한 행위를 넷을 통해 당사자의 얼굴을 전국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고발한 경박한 행동에 놀랐습니다만, '개똥녀' 라는 조어는 '개똥과 관련된 여자' 라는 뜻이지 '그여자= 개똥' 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 이승훈 2005/06/15 [18:04] 수정 | 삭제
  • 이대로 선생님의 기사에서 제목이 너무 강하고 극단적으로 표현되어서 기사 내용에 대해 제가 다양하게 해석할 자투리를 아예 막았던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표현된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보니 기사 내용은 모두 그러한 쪽으로 해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논쟁의 진행 과정 역시 공중도덕을 위해 한 여성의 인권이 침해되어도 괜찮은가라는 문제가 논의 되는 과정에서 이대로 선생님의 글이 올라왔기에 저는 이대로 선생님이 공중도덕을 위해 개똥녀의 인권은 침해되어도 괜찮다는 의견을 표하기 위해 글을 쓰신 것으로 오해하게 됐습니다.

    아무튼 제가 심하게 각을 세워서 선생님을 논박한 것은 그러한 사정을 바탕으로 하여 선생님의 글에 대한 논박을 한 것이지 선생님에 대한 논박이 아님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격 박탈 회부 요구 건은 취소하겠습니다.

  • 이대로 2005/06/15 [09:34] 수정 | 삭제
  • 내가 어찌어찌 바쁜 일이 있어 님의 글을 이제 읽었습니다. 내 글에 반응을 보이고 또 인권을 중요시하는 점 고맙고 공감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를 봐서 하기로 하고 님의 글에 몇가지 간단히 답합니다.

    먼저, 나는 똥을 치우지 않은 한 개인의 얼굴을 공개하고 비난하자거나 그게 잘한 일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똥을 치우지 않은 개인에 대한 비난보다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인권 같은 고급스런 말로 막지 않았으면 하는 뜻이었습니다. 쉬운 우리말글로 뜨겁게 토론하는 우리 통신분위기는 살려야 할 문화라고 생각에서 한 말입니다.

    둘째, 나도 개인 신상공개나 인신 공격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또 너무 흥분해서 상대방을 생각지 않고 글을 쓰는 것 또한 버려야 할 글쓰기 태도라고 봅니다. 나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심한 막말을 많이 들어본 사람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다만 사회의 잘못된 현상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함께 반성하고 바로잡아가자는 뜻이었습니다. 비뚤어진 사회 현상에 대한 잘잘못을 분명하게 가려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한다는 뜻으로 쓴 글입니다.

    셋째, 내가 한 특정인을 개똥녀라 부른 게 잘했다는 게 아니고 새말 만들기에서 '견분녀'처럼 어려운 한자말이 아닌 토박이말 조어법이라 마음에 든다는 말이었습니다. 나는 새로운 말을 만들 때 외국말이나 어려운 한자말로 만드는 걸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개똥녀란 말을 처음 듣고 참 신선한 조어법이다고 생각했고 '개똥남'이란 말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영감이 떠올라 한 말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개똥녀'가 아니고 '견분녀'나 '견분님'이라고 새말을 달았으면 실감하고 흥분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권에 대한 님의 열정을 느끼지만 너무 지나쳐서 내 참뜻을 오해한 점이 있는 거 같습니다. 내 글쓰기 실력이 모자라 내 참 뜻과 다른 이해를 하게 한 거 같습니다. 나는 남이 올린 개똥녀란 사진이지만 인용하는 거 자체도 잘못이라 생각한 사람입니다. 모자이크한 사진이라도 자꾸 인용하는 사람들을 마땅치 않게 보고 꺼린 사람입니다.

    글 제목이 제가 쓴 거와 좀 다르게 올려졌지만 괜찮다는 생각을 했는데, 인권만 지나치게 드러나서 내 가슴에 화살을 쏘는 이가 있을 줄 몰랐습니다.저는 서민으로 살면서 수없이 제 인권과 인격을 짓밟히며 길가에 잡초처럼 산 사람이기에 힘없는 한 인격을 짓밟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대자보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인권운동가가 독자로 있는 걸 알고 고맙고 흐믓하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좋은 글 많이 쓰시고 대자보를 사랑해주시기 바라며 줄입니다.
  • 이승훈 2005/06/15 [08:46] 수정 | 삭제
  • 사람이 다른 사람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니 이러한 현상들이 만연한 것입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을 문제삼으니 이제 그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상식과 문화의식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진보는 저절로 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들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교육제도는 공화국의 시민을 끊임 없이 양성해야하고 인류사회와 문화의 진보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야할 소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교육 제도는 주입식에 대학진학을 위해 이 가장 중요한 가치와 소임을 저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학생들조차 저런 식으로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대로 선생의 글은 그동안 대자보가 진보와 정론을 주장해오면서 수 많은 제작단과 참여독자들이 이뤄왔던 진보의 역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문제입니다.
  • 공자 2005/06/15 [05:34] 수정 | 삭제
  • 어지러운 신자유주의와 돈이 중심되는 사회 개인주의와 학력차별과 장애인차별 이주노동자차별 이런 것이 곪아 터져 나와 붕괴되는 사회현상입니다.대한민국의 공동체는 점점 붕괴되어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젊은세대의 가치관도 붕괴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