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포기와 '개똥녀' 앞에 인권은 과분" 하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는 그 기사가 철 없는 네티즌이 반론을 올려서 또 대자보가 너그럽게 올려준 글이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글쓴이가 대자보 고문인 이대로 선생임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 선생이 인권에 대해서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하여 바쁜 가운데도 짬을 내어 참담한 심정을 억누르며 급히 반론을 쓰게 됐다.
'인권'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다는 것이 근대 이후 시민 사회의 상식이다. 여기서 '모든 인간' 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모든' '인간'이다. '사람으로 태어날, 태어난 생명체는 모두 인권이 있다. 진보하는 역사에서 사람들이 인권을 그토록 내세워 온 까닭은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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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학교 학생회관 내 공용 컴퓨터 배경화면에 등록된 '개똥녀'의 노모자이크 사진. 대학 교육은 우리 시민 사회는 인권 개념을 상실한 것인가? © 이승훈 |
이대로 선생은 "잘못한 것을 인권을 내세워 덮지 말고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라고 분명히 말하자 그래야 그래야 더러운 것과 잘못을 바로 알고 바로잡을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건에서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사건을 덮어주자, 그 여성을 용서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대로 선생께서 깨닫기를 바란다.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성에 대해 법에 규정된대로 엄히 처벌을 받도록 하자고까지 주장한다. 다만, 굳이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도대체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를 말하는데, 개똥을 안치우고 내뺀 그 여성의 얼굴을 공개해야만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를 말할 수 있는가? 그 여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면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이 말을 할 수 없어지는가? 전혀 아니다. 그냥 "똥은 똥이고 잘못은 잘못이다" 벌써 이렇게 하나의 도덕관념이 존재한다. 얼굴을 공개해야만 이러한 도덕관념이 생기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일반 공중에게 공중도덕준수를 위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서 이 같은 공중도덕 위반 행위를 줄어들게 하는데 좀 더 효과를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서 얼굴이 공개된 그 여성은 이러한 효과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여성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인식할 수 있는데도 과연 우리 사회는 그 여성을 이렇게 수단으로 취급해야할까?
인권문제는 원리론의 문제다. 원리론 차원에서 한 명의 사람이 다른 한 명의 사람, 혹은 다른 사람 집단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 명의 사람이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사람 집단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원리를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이대로 선생은 한번 상상해보시기를 바란다.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온 모든 문화적인 것들이 의미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시는가?
개똥을 안치우고 내뺀 그 여성을 '개똥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이대로 선생은 '개똥녀'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한 사람을 '개똥녀'라고 부르는 것과 한 사람을 '개똥녀'라고 불러서 사회에 본보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 사람을 개똥녀라고 부르는 것은 그 사람을 모욕한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공중도덕 준수를 위해서) "한 사람을 개똥녀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한 것에 더불어 그 사람을 모욕하면서 그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리를 바람직한 원리라고 보는 것이다. 즉 개똥을 안 치운 그 여자가 개똥이 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추상적인 한 인간이 개똥이 된 것이다.
이대로 선생이여, 꼭 그렇게 논리적으로 한 인간을 개똥으로 불러야만 우리 사회의 공중 도덕 의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가? 사람을 개똥으로 부르지 않으면 개똥을 안치우는 행위가 잘못된 행위가 아닌 것으로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사람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공중 도덕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이대로 선생이여, 당신이면서 동시에 나인, 동시에 우리의 이웃중 그 어떤 한 명인 추상적인 한 명의 사람이 '인간'에서 '개똥'이 되어버렸는데도 마음에 드시는가? /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