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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중국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실학자들
[논단] 한글은 오랑캐글로 폄하, 지금의 영어 공용론자가 무엇이 다른가?
 
리대로   기사입력  2019/11/01 [20:14]

1500년 전 신라가 중국 당나라와 손잡고 힘을 키운 뒤에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트린 뒤 경덕왕(서기 750년) 때엔 중국 제도와 지명, 한문과 문화를 섬기면서 뿌리내린 언어사대주의가 오늘날까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때는 우리 글자가 없어서 어쩔 수없이 중국 한문을 쓰고 중국 문화를 섬겼더라도 한글이 태어나고 300여 년이 지난 조선 정조(재위 1776년~1800년) 때에 실학자 박제가(1750~1805년)가 중국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했고, 실학자 홍대용(1731~1783)과 이희경(1745-1805?)도 비슷한 말을 하고 실학자 박지원(1737~1805)과 정약용(1762~1836)도 한글보다 한문을 더 좋아했다. 그 때는 기독교가 한글로 성경을 만들어  일반 서민들도 한글을 널리 쓰기 시작할 때인데도 지도자란 이들이 그렇게 얼빠졌었다.

 

▲ 안대희가 국역한 ‘북학의’ 중국어 편 153쪽에 박제가가 중국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한 말.     © 리대로

 

박제가는 ‘북학의’란 중국 여행기에서 “한글은 모욕스러운 오랑캐 글이니 중국과 대등해지기 위해 한글을 버리고 중국어를 공용어로 해도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으니 괜찮다. 이런 연후에야 우리에게 붙은 ‘이(夷·오랑캐)’라는 한 글자를 면할 수 있다. 중국어는 문자의 근본이다. 나라 사람이 본래 사용하는 말을 버린다고 해도 안 될 이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대 실학자 홍대용은 사신으로 연경(지금의 베이징)에 가다가 만난 청나라 유생 ‘손유의’에게 “우리나라는 중국을 사모하고 존숭하며 의관문물이 중화를 방불케 하여 예로부터 중국에서 ‘소중화’라고 부르지만 언어만은 아직도 오랑캐 풍습을 면치 못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라고 그가 쓴 <담헌집>에서 말하고 있다.

 

▲ 박제가가 쓴 북학의 국역본에 있는 이희경이 중국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했다는 이야기.     © 리대로

 

그 시대 실학자 이희경(1745-1805)도 그가 쓴 < 설수외사(雪岫外史) >에서 "글자는 말의 근본이다. 그런데 조선은 글자를 말로 쓰지 않고 따로 말을 만들었다. 예컨대 '天'을 그냥 '천'이라 하지 않고 굳이 '하늘 천'이라 한 것이다. 다른 글자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하면서 중국과 대등해지기 위해 한자를 우리 공용문자로 쓰자고 주장했다. 박지원도 “청나라의 굉장한 경관(壯觀)은 깨진 기왓장에도 있었고 냄새 나는 똥거름에도 있었다.”라면서 우리의 한복과 상투까지 바꿔야 한다고 『열하일기』)에서 주장을 했는데 오늘날 미국을 섬기는 이들이 미군의 똥이 우리 똥보다 거름지다고 좋아하는 것과 같다. 정약용도 그 시대 천주교 성경이 한글로 쓰고 그의 형 정약전은 한글로 글을 썼으나 그는 한문으로만 글을 썼다.

 

▲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우리 한글을 업신여기고 중국 한문이 좋다고 쓴 글.     © 리대로

 

그 때 실학자란 그들이 중국을 우러러보면서 과학과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글을 한문으로 썼지만 그 때에 그 한문을 읽을 수 있는 국민은 1%도 안 되었으니 그들의 주장이 널리 알려지고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하지 못했을 것은 뻔하다. 제 나라말을 제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가 가장 편리한 실용이고 실학이다. 그런데 18세기 정조 때에는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편리한 말글살이를 철저하게 외면했고 이렇게 얼빠진 이들이 날뛰다가 개혁은 실패했고 그 뒤 유학과 외척만 득세하다가 100년 뒤 19세기에 일본 식민지가 된다. 그런데 이 세력은 오늘날도 공자 맹자가 무슨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섬기면서 한글을 우습게 여기면서 한글 살려 쓰기를 반대하고 있다. 한문과 유교는 옛날이나 요즘이나 우리 말글을 짓밟은 묵은 때다.

 

▲ 왼쪽부터 박제가가 한문으로 쓴 북학의, 안대희가 국역한 북학의, 홍대용이 한문으로 쓴 글(한국학연구원자료) 박제가가 한문으로 쓴 북학의는 읽기 힘들어도 안대희가 국역한 것은 쉽다.     © 리대로


그러나 한글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는 깨어있는 국민이 애써서 불편한 한문 글자생활을 몰아내고 한글세상이 다 되었는데 한자를 섬기던 언어사대주의자들은 미국말(영어) 숭배자로 바뀌었다. 1990년대 김영삼이 세계화를 외치면서 영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할 때에 소설가 복거일이 조선 정조 때 박제가가 중국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했듯이 영어(미국말)를 공용어로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고, 소설가협회 정을병 회장, 시사영어사 민영빈 회장, 자유경제원 공병호, 신문기자 고종석 들 동조했다. 그리고 영어 마을이 생기고 영어 바람이 세차게 불어 우리 얼과 우리 말글이 바람 앞의 촛불 꼴이 되었다. 영어는 자주 독립국가가 되는 걸림돌이다.

 

영어 조기교육이 시작되고 영어 공용어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에 나는 영어 공용어 찬반 방송토론에 반대자로 참여한 일이 있다. 그 때 찬성자로 서울방송토론에 나온 시사영어사 민영빈 회장은 토익시험 한국대리점을 땄으나 그 시험을 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가 영어 조기교육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는 정보가 있어서 방송하기 전에 그 분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제발 방송에서는 그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또 정을병 소설가협회 회장은 나와 함께 한 문화방송 토론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영어로 소설을 써야 소설이 많이 팔릴 거니 영어 공용어가 좋다.”라는 말을 했다. 영어를 공용어 주장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어 조기교육은 시행되고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게 되어 나라가 흔들려 얼빠진 나라를 만들어 마침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식민지가 되었다.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반대하는 오늘날 정치인과 학자들은 18세기 정조와 실학자들과 꼭 닮았는데 국민들은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이들을 우리러보니 답답하다. 저들이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어제 속에 있는 자주정신, 애민정신, 창조정신, 개혁정신, 과학정신, 실용정신만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면 한글로 살고 튼튼한 나라가 될 것이다. 그래서 자주문화가 꽃피고 힘센 나라에 짓밟히고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글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그 능력이 50%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이 모두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고, 그 바탕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빨리 발전해서 외국인들이 한강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우리를 칭찬한다. 이 모두 한글 때문이다. 한글을 업신여기고 한문과 미국말을 섬기는 자들은 참된 학자로 아니고 우리 지도자가 아니다. 이들은 우리 겨레를 수렁으로 이끄는 자들이고 복 떠는 자들이다. 제발 정신 차리고 이들을 쓸어내자. 일본이 다시 우리를 넘보고,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괴롭힌다. 한글이 빛나면 한겨레도 빛나고 얼이 찬 나라가 되어 자주 문화가 꽃피고 자주 통일 국가가 될 것이다. 

 

▲ 왼쪽부터 소설가 복거일과 그가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고 쓴 책과 훈민정음 세종어제.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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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01 [20: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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