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까지의 방영만으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대물>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가히 ‘대물 파동’이다. 시작은 작가 교체 논란이었다.
잘 나가고 있던 드라마의 작가가 낙마하는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벌떼같이 일어나 권력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의심했다.
<대물> 측은 외압이 아니라 단지 작가와 PD의 갈등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작가 자신은 오히려 지나친 정치색을 배제하려 했는데 PD가 정치비판적인 대사들을 집어넣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작가가 하차한 것이 잘 됐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래도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다음엔 PD가 교체됐다. 그러자 작가와 PD의 불화설은 완전히 인증됐고, 이젠 정치비판을 시도한 PD에 대해 외압이 가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불처럼 일었다.
<대물>측에서 정치적 외압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내부 사정 때문이며, PD도 교체된 것이 아니라 기존 PD의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한 명 더 투입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모두들 ‘정치비판드라마 하나 마음대로 못 만드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외압을 의심했다.
17일에는 PD 추가 투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PD 교체에 다름없다는 기사가 나와 네티즌의 의혹을 부채질했다. 아무리 <대물>측에서 외압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것을, 믿지 않고 루머에 혹하는 악플러 네티즌의 정신병탓이라고 볼 수 있을까?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것이라고 네티즌을 야단칠 건수가 또 나타난 것인가?
물론 아니다. 안 믿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못 믿게 하는 사회가 문제다. 서민 판타지에 불과한 드라마의 작가와 PD가 교체된 정도의 사건에조차 배후 흑막을 의심하도록 만드는 사회.
땅바닥에 떨어진 한국사회의 신뢰 수준이 이번 작가 PD 교체 파동으로 다시 드러난 것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심각한 수준으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아직도 언론과 식자들은 타블로 사태를 일부 악플러들의 정신병적 난동, 열등감의 문제로만 보고 있다. 그런 식으로는 천년을 떠들어도 상황이 개선될 수 없다.
그 악플 배후에 있는 시스템에 대한 불신, 특권 편법에 대한 분노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책이 나온다. 악플러를 아무리 탓해도 해결책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주류 언론 지식인 집단과 네티즌 사이에 골만 깊어져 사회불신이 더욱 커질 뿐이다.
즉 타블로 사태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처방법이 사회적 분노를 더 키우고 유사한 사태를 조장하는 것이다.
지금 매체들은 심리학자를 찾아가 악플러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자문을 얻고 있다. 이런 식이면 상황은 영원히 나아질 수 없다. 집단적 분노 불신 근저에 있는 사회적 원인을 찾는 사회적 접근법을 써야 한다.
그래야 대물 사태와 타블로 사태가 말해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 원인을 찾았을 때 비로소 대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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