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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없는' 남자의자격 본상 수상은 역효과였다
[하재근 칼럼] 평범한 아저씨들이 모여 함께 노력해가는 모습 보여줘야
 
하재근
<남자의 자격> 장기 프로젝트인 밴드편이 완결됐다. 결국 밴드 대회 본선에 출전한 이들은 ‘무려’ 동상을 받는 쾌거를 이룩했다. 하지만 안 받은 것만 못한 동상이었다. 이들의 본상 수상은 감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본선에 진출한 다른 밴드들은 거의 프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다. 평소에 이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밴드활동을 했는지가 확실히 느껴졌다. 다만 그들은 무대 위에서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당연하다. 아마추어 밴드니까.  

반면에 <남자의 자격> 밴드는 무대에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당연하다. 그들은 연예인들이니까. 게다가 예능프로그램이다. 활기찬 모습은 당연한 것이었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의 스타들이니만큼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들의 무대는 돋보였다. 

하지만 밴드 연주 자체만으로 보면 수준 이하였다. 다른 밴드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본상인 동상을 받았다. 과연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그렇게 공연했어도 가능했을까? 이건 명백히 연예인 특혜다. 

<남자의 자격>이 사랑 받는 건 이들이 잘 나고, 성공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뭔가 부족한 사람들이 우애를 나누며 순수하게 도전하고 고생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공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이들에게 의미 있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도전’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자체다. 성공이나 등수는 무의미하다. 적당히 하다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는 것은 지금까지의 <남자의 자격>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들 때문에 누군가는 상을 빼앗겼다. 연예인이 시민의 몫을 가져가면 안 된다. 그러면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만약 수상을 못하고, 하지만 최선을 다 하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구도였다면 감동이 컸을 것이다. 시청자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리얼함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동상을 받음으로서 리얼함이 깨지고 연예인들의 화려한 자축쇼만 남았다. <남자의 자격>은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다. 상을 받는다면 특별상 정도가 적당했다. 다음부터라도 이런 기획을 할 때는 주최 측에게 일반인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달라고 미리 부탁해야 한다. 연예인 특혜가 반복되면 감동은 사라질 것이다. 

- 민폐 김봉창 되나? - 

평소에도 김성민은 ‘묻지마’ 열혈 캐릭터였다. 그래도 밉지 않은 것은 매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팀에 활력소가 되고 성취에도 보탬이 됐었다.

그러나 이번엔 너무 과했다. 그는 보컬을 맡았다. 그런데 자기 목을 아낄 줄 몰랐다. 성대결절에 걸렸다면서도 목을 쉬지 않았다. 끊임없이 얘기하고 연습 중에도 불필요하게 목을 혹사했다. 주위에서 계속해서 그에게 목을 쉬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김성민이 목을 혹사하는 것은 마치 악기를 맡은 멤버가 악기를 함부로 다룬 것과 같았다. 이건 민폐다. 모두가 훌륭한 공연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데 김성민 혼자 자기 기분에 취해 불성실하게 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과도한 열혈이다. 이렇게 다른 팀원들과의 조화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가 힘들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선 불성실, 개인플레이, 민폐 등이 시청자의 질타를 받는다. 모두가 자신이 맡은 파트에 최선을 다 하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결국 감동과 공감을 낳게 된다. 김성민은 열혈의 에너지를 조금 조절할 필요가 있다.

- 김태원의 아름다운 채점 -

김태원이 우문현답을 들려줬다. 제작진이 김태원에게 공연의 점수를 물은 것은 우문이었다. 그런데 김태원의 대답이 허를 찔렀다. 

“나는 점수를 1점, 2점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주고 싶어요.” 

그는 점수 매기기를 거부했다. 대신에 아름다움을 내세웠다. 그는 4분의 공연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는 동안 자신들이 행복했던 것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점수 매기기 광풍이 몰아치는 나라다.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점수를 매기려고 이미 시험지옥에 빠져 사는 아이들에게 일제고사를 또 보게 하는 나라다. 점수는 한국인에게 뿌리 깊은 강박이 되었다.

그러나 김태원은 점수를 거부했다. 이것은 또 다른 지평이다. 누구는 70점, 누구는 80점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노력,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모두가 아름다울 수 있는 세상. 모두가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 

이것이 <남자의 자격>이 보여주는 세계관이다. 본상 수상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평범한 아저씨들이 모여서 함께 노력해가는 모습 그 자체가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 우리 모두가 그렇게 아름답게 살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그래서 <남자의 자격>이 그다지 웃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남자의 자격>은 이런 ‘아름다움’을 지켜나가야 한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0/08/18 [01:1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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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문화평론가,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ooljiana,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아직 한글전용은 70% 밖에 안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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