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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부른다>, 또 전라도 사투리 편견인가
[하재근 칼럼] 편견은 호남인에게 족쇄와 같은 천형, 신중해야
 
하재근
새 월화드라마 <국가가 부른다>가 나름 깔끔하게 시작됐다. 하지만 불편한 장면이 있었다. 불편해도 아주 불편했다. 

전라도 사투리 때문이다. <국가가 부른다>에서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표준말을 썼다. 그런데 극중에서 김상경이 체포하러 간 마약 범죄자만 사투리를 썼는데, 그것이 하필이면 전라도 사투리였다. 

그 범죄자는 대단히 치졸한 캐릭터였다. 한국사회의 정서에서 최악의 남성 캐릭터는 악인이 아니라 찌질한 사람이다. 바로 그 범죄자가 그랬다. 그는 비굴한 양아치였다. 그런 캐릭터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게 한 것이다.

더 황당한 건 그 범죄자의 두목급인 사람은 표준말을 썼다는 데 있다. 악인도 강한 악인, 큰 악인은 표준말을 쓰고, 찌질하고 비루한 악인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었다.

왜냐하면 한국이 호남차별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역차별은 인종차별과 다를 것이 없다. 찌질한 캐릭터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게 하는 것은 그런 식의 차별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기왕의 차별을 더 강화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제작진이 반드시 피해야 할 설정이었다.

이것은 <국가가 부른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찌질하고, 비루하고, 사악하고, 음흉한 캐릭터에게 쓰도록 하는 것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다. 예컨대 <천사의 유혹>에선 모두가 표준말을 쓰는 가운데 탐욕스러운 사기꾼인 여자주인공의 작은 아버지 부부만 전라도 사투리를 썼었다. 

<추노>에선 ‘숭례문 개백정’이 갑자기 그악스러운 성정을 드러내며 경박하게 핏대를 세울 때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장면이 나왔었다. 한양에서 활동한 숭례문 개백정이 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하찮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 말했듯이 무심코 계속 되는 설정이 호남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편견은 호남인에게 족쇄와 같은 천형이다. 다 똑같은 한국인인데 그 땅에서 태어나면 유무형의 낙인이 찍힌다.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은 ‘경상도 싸나이’에 대한 호감이다. 지역감정과 별로 상관이 없고, 민주당에게 표를 던진 적도 있는 우리 부모님에게마저 그런 편견의 흔적이 나타나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이 참 믿을 수 없고, 자기 잇속만 차린다는 얘기를 하던 끝에 어머니가 갑자기, ‘전라도 사람들은...’하시는 것이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지역차별의 골이 이렇게 깊구나... 

바로 그런 국민감정을 드라마가 강화하는 것이다. TV 드라마가 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이 때문에 올초에 전라남도가 방송작가협회 등 전국 사회문화 단체에 전라도 사투리를 악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일도 있었다. 

물론 전라도 사투리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언어인 것은 맞다. 우리 사회가 대구경북·서울강남 지배체제로 가면서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이 그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이 지역구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아파트 평수를 기준으로 경상도 출신과 전라도 출신 가정이 정확히 갈리는 것을 확인하고 참으로 놀랐다는 고백을 한 적도 있다. 결국 경상도 사투리는 부유층·지배층의 언어이고, 전라도 사투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는 깡패, 식모, 힘없는 소시민들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부여한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것이 너무 과하다. 드라마의 사투리가 호남인 전체에게 낙인이 되니까. 예전에 호남 출신 택시기사분과 한참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자신이 겪은 지역차별의 설움을 젊은 사람인 나에게조차 호소하셨다. 

‘79년에 서울 올라오니까 전라도 놈들은 다 나쁜 놈들이라는 거야. 미쳐버린다니까. 이게 사람 죽이는 거라고.’ 

무심코 쓴 드라마 표현이 이런 분들의 상처를 건드릴 수 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차별의 이슈가 된 이상 드라마 작가들은 극 중 캐릭터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도록 할 때 세 번 이상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방영되는 작품을 만드는 이의 책무성이다. 

차별이 심할 때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선 인위적으로 그 반대의 정책을 편다. 흑인차별이 심하면 흑인을 일부러 더 우대하는 식이다. 이런 원리에 따라, 비호감 캐릭터가 쓰는 전라도 사투리도 일부러 줄일 필요가 있다. 설사 실제로 밤의 세계에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쓰인다고 해도 드라마에선 일부러 그 표현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등장한 <국가가 부른다>의 전라도 사투리는 정말 유감스러웠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0/05/13 [00:5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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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문화평론가,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ooljiana,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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