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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의 선순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니…
[홍헌호의 진단] 감세의 선순환효과? 5년간 세수 185조원 감소한다
 
홍헌호   기사입력  2009/09/29 [09:45]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2010년 국세 세입예산안’ 과 ‘중기 국세 수입 전망’을 발표했다.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 추경안보다 4.3% 증가한 171조원에 이르고,  2011~2013년에는 세수 증가율이 8.0~9.8%에 달한다는 것이 발표문의 주요 내용이다.
 
기자들은 이 보도자료에 대하여 어떤 분석기사를 내놓았을까.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100여 건에 가까운 기사가 올라와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대로 된 분석기사는 단 하나도 없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감세를 했더니 오히려 세수가 더 늘었다고 주장하는 기자들은 거의 없다는 것.
 
감세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났다고 강변하는 <문화일보>
 
그러나 어딜가나 예외는 있다. <문화일보>는 24일 사설을 통해 “재정부의 국세 수입 전망이 감세 선순환 효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문제의 사설에서 야권과 한나라당 일각에서 “소득세율·법인세율 인하가 내년 세수를 수조원 감소시킬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세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법인세수 7,000억원 감소도 경제위기로 인한 기업의 실적 저조 탓이지” 감세 정책의 영향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또 이들은 정부의 세입예산안을 근거로 “2011~2013년 전체 세수 증가율도 8.0~9.7%”에 이를 것이라며 자신들이 과거에 주장한 “감세의 선순환 효과”가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문화일보>의 지난 24일 자 사설     © 문화닷컴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문화일보>의 이런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어떤 정책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할 때는 항상 ‘기회비용’을 염두해 두고 출발해야한다. A안이라는 정책조합을 선택하면 5% 성장과 30만 개 일자리가 보장되고 B안을 선택하면 2% 성장과 3만 개의 일자리가 보장된다고 가정할 때, A안을 버리고 B안을 선택한 정부는 무능한 정부다.
 
또 A안을 버리고 B안을 선택하는 정부에 대하여 2% 성장과 3만 개의 일자리라도 만들어 냈으니 B안을 택한 정부의 선택 또한 탁월한 것이라고 우기는 언론 또한 무능한  언론이다.
 
어떤 정책의 경제적 효과는 정부의 선택이 다른 선택이 비하여 어느 정도 우월한 효과를 나타냈느냐에 의하여 결정된다. 위의 사례의 경우 B안을 택한 정부의 선택은 A안에 비하여 3%p 성장 손실과 27만개의 일자리 손실을 가져왔으므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해야 옳다.
 
감세의 경제적 효과 추정 또한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세수증가율이 플러스(+)이기 때문에 감세정책이 성공했다고 우겨서는 곤란하다. 예컨대 감세를 하지 않았을 경우 세수가 20조원 늘어나는 반면, 감세를 했을 경우 세수가 5조원 느는데 그쳤다면 감세정책의 세수증가효과는 플러스 5조원이 아니라 마이너스 15조원이라고 주장해야 옳다.
 
국세세입증가율은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2008년 이후 감세와 저성장은 국세 세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것을 추적해 보기로 하자.
 
감세와 저성장이 국세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려면 먼저 감세와 저성장이 없었을 경우 평상시 국세 세수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평상시 국세세수 변화와 감세와 저성장이 도래한 시기의 국세세수 변화를 비교해서 그 차이를 산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의 국세세수 변화를 나타내는 수치들, 그것을 확인해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의 경제성장률과 국세세수 증가율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들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래 자료는 1988년과 2008년 사이 경제성장률과 국세세수 증가율 사이의 관계를 그림과 표로 나타낸 것이다. 
 
▲ (주-1) 실질성장률 : 통상적으로 말하는 성장률, 물가변동요인을 소거한 성장률, (주-2) 경상성장률 : 물가변동요인을 소거하지 않은 상태의 성장률, (출처) : IMF, 국세청 자료를 가공    
 
▲ (주와 출처) : 위와 동일    

위 표를 보면 1988년과 2007년 사이 2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경상성장률(물가변동요인을 소거하지 않은 상태의 성장률)은 11.2%로 연평균 실질성장률(물가변동요인을 소거한 성장률) 6.1%보다 5.1%p(1.84배)나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양자간의 격차가 이렇게 크게 나타난 것은 물론 1980년대와 1990년대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실질GDP와 경상GDP의 차이를 GDP디플레이터라 하는데 1988년과 1997년 사이 그것의 연평균 상승률은 7.3%로 나타난다.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GDP디플레이터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 수출입물가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다.)          
 
또 같은 기간 국세세입 증가율은 13.8%로 경상성장률 11.2%보다 2.6%p(1.24배)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증세 없이도 조세부담률이 높아지는 이유
 
왜 국세세입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2.6%p(1.24배) 더 높게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정부의 특별한 증세조치가 없더라도 개인이나 법인의 소득이 증가하면 이들의 소득 중 고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소득의 비중이 저절로 높아지고 그 영향으로 세수의 증가율이 경상소득의 증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진세제가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정부의 별도의 증세조치 없이도 저절로 조세부담율은 높아진다. 2000년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특별히 증세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세부담률(4대 보험료 제외한 조세부담률)이 저절로 올라간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경상성장률과 국세수입증가율 사이에 상당히 큰 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누진세제가 존재하는 모든 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국세수입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더 높게 나타나 조세부담률이 저절로 높아지는 현상 또한 누진세제가 존재하는 모든 나라에서 목격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OECD 30개 회원국들의 평균 조세부담률이 1965년 25.6%에서 2005년 35.8%로 40년간 상당히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해마다 이들 국가들이 증세를 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세수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더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 (주) 2000년 OECD 조세부담율이 유난히 크게 나타난 것은 당시가 전세계적인 IT버블 정점기였기 때문임. (자료) : OECD    

감세와 저성장으로 5년간 세수 185조원 감소
 
그렇다면 2008년 이후 5년간 우리 경제가 이명박 정부의 목표대로 실질성장률 5%, 경상성장률 7.6%, 국세수입증가율 9.7%라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어낸다고 가정하면 5년간의 국세세입액은 어떻게 나타날까.
 
그것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은 수치들을 얻을 수 있다.
 
▲ (주-1) 국세부담률(%) = (국세세입액/ 경상GDP) x 100, (주-2) 실질성장률, 경상성장률, 국세세입 증가율은 9월 23일 보도자료에 실린 이명박정부의 2012~2013년 목표치를 2008~2011년에도 확대 적용  

이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목표대로 5% 실질성장률, 7.6%의 경상성장률, 8~10%의 국세수입증가율을 실현한다면 국세 세수는 2007년 162조원에서 2012년 257조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고, 그 부담률도 2008년 16.9%에서 2012년 18.2%로 증가하여 선진국들의 복지수준에 좀더 가까이 근접해 갈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우리 경제가 그와 같은 궤적, 즉 국세부담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선진국들의 궤적으로 향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그 추세에 역행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 (주-1) 2010년 이후 2.3조원의 국세의 지방세화 부분을 국세수입액에서 빼지 않고 그대로 산입함. (주-2) 실질성장률, 경상성장률, 국세세입 증가율은 9월 23일 보도자료에 실린 이명박정부의 2012~2013년 목표치를 2008~2011년에도 확대 적용. (자료) : 재정부의 9월 23일 보도자료를 일부 활용    

즉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성장률 목표에 걸맞는 국세수입증가율 목표를 실현했더라면 국세 세수는 2007년 162조원에서 2012년 257조원으로 95조원 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규모 감세와 경기침체는 그들에게 형편없는 수준의 세수 징수 실적(추정치 포함)을 선물했다. 재정부는 국세세수가 5년간 162조원에서 202조원으로 40조원 상승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연도별로 그들의 국세세수 목표치와 추정치를 비교해 보면, 감세와 저성장의 영향으로 2008년 9.9조원, 2009년 29.8조원, 2010년 42.3조원, 2011년 49.3조원, 2012년 54.1조원, 도합 185.4조원의 세수감소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감세로 인해 5년간 세수 115조원 감소
 
물론 이명박 정부가 감세와 저성장으로 인한 세수 감소의 책임 모두를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감소의 책임은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아래 표를 보면 감세와 경기침체로 인한 5년간의 세수감소액 185.4조원 중 114.7조원이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효과인 것으로 나타난다.
 
▲ (주-1) 2010년 이후 이명박 정부가 4~5% 성장을 장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감세 외 세수 감소 효과가 -14.4조원~ -18.7조원으로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 하에서의 국세세수와 감세와 경기침체로 크게 흔들린 MB정부 하에서의 국세세수 간의 격차가 경기회복 후에도 좁혀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마라톤 경기에서 앞 선수와 뒷 선수의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이 간격을 좁히려면 2010년 이후 성장률이 5%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글을 맺으며
 
필자는 이 글에서 2010년 국세세수 증가율이 단순히 플러스(+)로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감세의 선순환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논박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경기침체로 인하여 향후 5년간 국세세수가 정상적인 경제상황에 비하여 185조원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이 중 115조원이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분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국세부담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선진국들의 궤적으로 향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 오히려 선진국들의 추세에 역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글은 지면관계상 향후 5년간 185조원의 세수 감소가 국가채무와 복지재정 축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서술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별도로 다루기로 한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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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29 [09: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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