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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의 악몽, 매년 5천억 얻고 9조 잃고...
[홍헌호의 진단] 향후 4년간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감소액 65조원 달해
 
홍헌호   기사입력  2009/09/19 [20:16]
16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소비세’ 관련 보도자료를 보니 국민들이 많이 오해할만한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다.

“[지방소비세 도입의 기대효과]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최근의 지속적인 하락추세에서 벗어나, 약 2.2%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자료 출처) : 행정안전부 보도자료(9월 16일)    

지방재정자립도의 독특한 속성

지방재정자립도에 대하여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이 그래프를 보고 노무현정부는 지방재정 상태를 나쁘게 만든 정부, 이명박정부는 그것을 좋게 만든  정부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의 산물이다. 국민들이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한다면 지방재정자립도의 독특한 속성에 대하여 보다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자, 머리를 시원하게 비우고 다음의 질문에 대하여 대답해 보기로 하자.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정책에 적극적이면 지방재정자립도는 올라갈까 내려갈까. 반대로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내팽개치면 지방재정자립도는 올라갈까 내려갈까.

지방행정·지방재정 교과서를 뒤적일 필요도 없다. 정부가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금과 국고보조금을 대폭 줄여 버리면 지자체의 지방재정자립도는 저절로 올라간다.

그래서 권위 있는 지방행정·지방재정 교과서들은 이에 대하여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지방재정자립도의 독특한 속성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정부는 지방소비세를 신설하는 것이 비수도권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소비세 신설이 가져오는 재정자립도 상승을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지나치게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인 것이다. 대규모 감세를 감행하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행정안전부 관료들에게는 조금 억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MB정부의 이런 태도는 일제 시대 때 일제가 한국인들의 쌀을 빼앗고 만주산 옥수수를 나누어 주면서 굶기지 않는데 대하여 자신들에게 고마워하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수도권과 부유층에 편향적인 MB정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MB정부는 서민들의 복지혜택을 줄여 부유층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지역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지역균형발전정책'을 매우 껄끄럽게 여겼다. 이들에게는 ‘지역균형발전정책'도 뽑아내야 할 일종의 대못이었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지난 해 9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 관련 발표와 10월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발표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되었다. 

이들은 지난 해 9월 ‘균형발전’이라는 용어 자체가 싫다는 이유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지역발전특별법’으로 명칭을 바꾸고, 법인세·부가세가 많이 징수되는 수도권 지역에 대해서 (법인세·부가세) 세수 증가분의 일정비율을 환원하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어서 10월, 수도권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에 돌입했다. 그들의 ‘지역불균형정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것이다.

물론 이들은 엉터리 보고서를 동원하여 자신들이 불균형정책을 정당화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은 노사정위원회가 2005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수도권규제완화로  총산출액이 연간 16조 3천억 원 증가하고 부가가치액이 연간 7조7천억 원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자가 확인해 본 결과 노사정위원회의 2005년 보고서는 2004년 경기개발연구원의 보고서 결론을 그대로 인용하여 배껴낸 것에 불과했다. 어이없게도 두 기관으로부터 용역을 받아서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 사람들이었다. 

연구보고서의 결론 또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들은 수도권규제완화가 가져오는 국가전체의 손익을 추정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의 이익만을 추정하고 있었다. 이들은 수도권규제완화로 비수도권이 입게 될 손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물론 비수도권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룬 대구경북연구원의 2006년 연구보고서의 결과는 이들과 전혀 달랐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추정방식에 따르면 수도권규제완화로 인한 비수도권의 손실은 총산출액 기준으로 연간 20조 9천억 원에 달하고,  부가가치액 기준으로 연간 8조 2천억 원에 달한다.

향후 4년간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감소액, 65조원

그러나 MB정부의 부유층·수도권중심정책이 비수도권에 가져다 준 악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부유층에 대한 퍼주기식 대규모 감세는 비수도권 지방재정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정부의 대규모 감세가 비수도권 지방재정에 미치는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그 과정을 추적해 보면 대략 다섯 가지의 경로가 나타난다.  

■ 지방교부세 감소 
: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 감세액의 19.24%에 해당하는 지방교부세 세수 감소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  
: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 감세액의 20%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

■ 부동산 교부금 감소 
: 종합부동산세 관련 세법 개정에 따라 2010년 연간 2조 5770억원의 부동산교부금 감소

■ 주민세 감소 
: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의 10%에 해당하는 소득세할(割) 주민세와 법인세할(割) 주민세 감소.

■ 국고보조금 감소 
: 대규모 감세로 인해 일반회계 세출예산의 18%에 해당하는 국고보조금 감소

그리고 그 결과를 지역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은 수치들을 얻을 수 있다.
 
▲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2009.8.24) 자료를 일부 원용    
 
▲ (출처) : 정부의 최근 배분기준을 토대로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작성    

이 자료에 의하면 정부의 대규모 감세로 2010년과 2013년 사이 4년간 98조 원에 달하는 국세 세수가 줄어들고, 그 영향으로 65조 원의 지방재정이 줄어든다.

혹시 수치가 너무 크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에 나온 수치에 오류는 없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재정총액은 309.3조 원이고, 이 중에서 중앙정부가 사용하는 것은 132.7조 원(교육 부문 제외)이며, 지방정부가 사용하는 것은 133.9조 원이다. 또 이와 별도로 국가가 교육부문에 사용하는 것은 42.7조원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수치들이 나오는 것이다.

전라남도의 가구당 재정감소액은 4년간 1,288만 원

그렇다면 대규모 감세로 인한 시도별 가구당 지방재정 감소액은 어느 정도 크기로 나타날까. 시도별 가구당 지방재정 감소액은 그 자체가  곧 주민들 개개인에 대한 삶의 질 차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출처) 정부자료를 토대로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작성  

이 자료에 의하면 대규모 감세로 인한 전라남도의 가구당 재정감소액은 향후 4년간 1,288만 원으로 나타나고, 강원도는 1,044만원으로 나타나며, 경상북도는 931만 원으로 나타난다. 반면 서울시의 가구당 재정감소액은 향후 4년간 306만 원, 인천시는 288만 원, 경기도는 287만 원에 그친다.

지방교부세 대신 지방소비세 선택, 지역불균형 더욱 심화

대규모 감세로 지방재정이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자 MB정부는 부랴부랴 지방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4대강사업 거짓홍보와 지방소비세 신설이다. (이 글에서는 지면관계상 지방소비세에 대해서만 거론하기로 한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지방소비세는 대규모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파탄문제를 일부 치유하기 위해서 거론되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지방재정불균형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화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도권에 100%, 광역시에 200%, 그 외 지역에 300%의 가중치를 두어 세수를 배분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가 16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그것이 지역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주-1) 지방교부세 방식 : 2009년 지방교부세 배분방식, (주-2) 지방소비세배분방식(정부 방식) : 시도별 최종소비지출액으로 배분하고 더불어 수도권에 100%, 광역시에 200%, 그 외 지역에 300% 가중치 부여한 방식, (출처) 정부자료를 토대로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작성    

이 표를 접한 독자들은 먼저 중간에 쌩뚱맞게 끼어들어와 있는 ‘국고보조금 감소액’이라는 수치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필자가 ‘국고보조금 감소액’이라는 수치를 중간에 끼워 넣은 이유는 국세의 지방세화 과정 자체가 국세 세수에 연동하는 지방교부금, 지방교육교부금, 국고보조금을 동시에 줄여 놓기 때문이다. 

행안부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16일 보도자료에서 국세 2.3조 원을 지방세화한다면서 이 중에서 4,400억 원의 지방교부금과 4,600억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공제하고 나머지 1.4조 원만 지방소비세로 배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행안부가 이 과정에서 놓친 것이 있다. 그것은 국세가 2.3조 원 줄면 이와 연동하여 국고보조금도 4,140억원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세세수 대비 국고보조금 비율은 평균 18% 수준임.) 행안부가 이것을 뺀 것은 그들의 실수다.

또 위 표를 보면 행안부가 1.4조원의 지방소비세를 시도별 최종소비지출액 비율에 따라 배분하고 더불어 수도권에 100%, 광역시에 200%, 그 외 지역에 300% 가중치 부여하여 배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지역불균형을 오히려 더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라남도의 경우 지방교부세 배분안을 택할 경우 1,563억원을 보충받을 수 있는데 정부가 지방소비세안을 선택함으로써 330억원만 보충받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강원도도 1,211억원을 보충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485억원만 보충받게 되었고, 경상북도도 1,908억원을 보충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967억원만 보충받게 되었다.

반면 서울시는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배분하는 대신 지방소비세를 도입함으로써 1,351억원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부산도 855억 원, 대구도 523억 원, 경기도도 408억원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지방소비세 신설해도 비수도권, 5천억 얻고 9조원 잃고...  

지방소비세가 지방교부세만큼 비수도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부나마 지방재정을 보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지방소비세도 일부나마 지방재정을 보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규모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감소액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 (출처) 정부자료를 토대로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작성    

위 표에서 보여지다시피 비수도권 8개 도지역의 경우, 대규모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감소액은 연간 9조 1,966억 원에 달한다. 반면 지방소비세의 지방재정 보충액은  연간 4,962억에 불과하다. 그 보충비율이 겨우 5.4%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행안부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소비세 재정보충혜택의 77%가 비수도권에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을 지방교부세로 배분했더라면 93%가 비수도권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행안부가 반대여론을 의식해 수도권 100%, 광역시 200%, 그 외 지역 300%라는 가중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77%라는 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도 없었고 행안부의 가중치 부여행위도 없었다면, 비수도권에 대한 지방소비세 배분비율은 50% 내외에 그쳤을 것이다.    

필자가 지방소비세보다 지방교부세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매년 4조 원의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것의 보충이 시급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방교부세의 비수도권 배분비율이 93%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방에 재원만 많이 내려 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역경제활성화에 대한 아무런 대안도 없이 수도권과 광역시 지자체의 이익을 위하여 농어촌 지역에 불리한 제도, 예컨대 지방소비세를 우선적으로 도입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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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19 [20:1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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