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같은 민주당은 해체해야 할 정당이 되려는가? 이 말을 듣는 민주당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은 매우 섭섭해 할 것이다.
전제가 있다. 지금과 같은 과거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과 진정한 대안적 쇄신책이 없이 지리멸렬한 야당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필자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전체의 각성과 대안적 쇄신을 학수고대한다. 그러나 촛불정국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무능력함은 국민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촛불집회에 결합한 것도 아니요, 결합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며, 촛불집회에서 시민 다수가 폭력경찰의 무자비한 살인적 폭력에 노출되었는데도 등원 운운하면서 정국의 본질을 흐려놓았다.
지금 정국에서 국회등원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실상 일당독재 의회나 다름없는 한나라당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체제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의 등원 여부는 하등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4년 임기의 제18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솔직히 거수기 역할 밖에 없다. 반대표를 행사하더라도 게임이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153석과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무소속 등을 합치면 200석이 넘는 보수의석 수는 개헌을 언제든지 관철시킬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 100석도 되지 않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의 야권세력이 18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싸움과 몸싸움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냉엄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손학규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당 대표 체제가 들어서는 전당대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국민 모두 제1 야당인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 대안적 정당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당 대회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민주당이 과연 제1 야당으로서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거대 일당독재 정당인 한나라당과 맞짱을 뜰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세균 후보에 맞서 추미애, 정대철 후보가 1차 투표 결과 이후 후보단일화로 맞서기로 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구태정치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추미애 의원에게 기대감을 걸고 있는 국민에게 실망감을 던져준다. 정대철 후보는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가 지난했던 70-80년대 민주화 투쟁기에 보여준 역할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모습은 퇴행정치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추미애-정대철 후보가 정세균 후보에 맞서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다. 차라리 깨끗하게 지더라도 다음을 기약해야지,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후보자들은 총선 부적격자로 시민단체에 의해 지목받았던 구태 정치의 표상들이다. 이들이 '통합'민주당의 새로운 간판이 될 수 없다. 정세균 당대표 후보자 역시 자기 혁신 없이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민주당엔 새로운 인물, 활력소가 보이지 않는다.
제1야당다운 면모를 보이지 않고, 구태정치의 새로운 집합소로 가기 위한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각종 계파 집합소나 다름없는 현재의 민주당은 차라리 일찌감치 해산하는 게 좋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에게서 다시 배워야 한다. 새로운 정치의 동력은 지금 시민광장에서 피어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씨앗과 줄기가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보수정치권은 이를 전혀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악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0%를 유지하는 한나라당의 지지율과 1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의 지지율은 무엇을 말해주는 건가? 묻지 않아도 뻔한 대답이다. 국민은 민주당을 아직 믿지 못한다. 지난 대선 이후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당의 동료의원들이 촛불집회에서 폭력경찰에게 처참하게 모욕을 당했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하나 받아내지 못하고 등원을 운운하는 민주당이 야당인지 의심스럽다.
민심과 처절하게 같이 하고, 처절하게 밟혀야 한다. 그리고 밑바닥에서 다시 출발하는 민주당이 되길 바란다.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대의원들이 구태를 재연할지, 개혁의 반기를 들지 지켜보자.
* 글쓴이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이며 본보 기획위원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