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을 촉발시킨 인터넷여론을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17일 열린 OECD장관회의 개막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 여론에 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신뢰가 없는 인터넷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자신의 지지율을 7%대까지 떨어뜨린 인터넷 여론이 좋을리 없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실명제' 확대 움직임, 경찰청의 사이버 여론 통제, 이문열씨의 '반촛불 의병론' 주장 등을 보았을 때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여론 통제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크게 틀린 주장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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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신뢰없는 인터넷은 독이 될 수 있다"며 쇠고기 사태와 관련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 청와대 |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청와대 내에 인터넷정책비서관을 신설해 다음 부사장 출신이자, 현재 다음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오픈IPTV의 사장인 김철균 대표를 내정했다고 알려졌다. 김철균 대표 역시 청와대와 접촉을 하고 비서관 내정에 대한 수락의사가 있음을 언론에 확인해 주었다.
다소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번 '광우병 미산 쇠고기 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간단하다. 바로 <다음>이다. 대선보도 불공정성 논란을 겪은 바 있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이번 촛불 정국에서 친권력적 편집을 했다는 의혹을 누리꾼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네이버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네이버의 주가는 크게 폭락했다. 지난 5월과 6월의 네이버 주가를 비교해 보면 총액 기준으로 1조2천억원 가량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촛불의 힘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1조2천억원, 나 같은 서민에게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고유가, 원자재 폭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의 절규가 지금 인터넷을 울리고 있다. 그런 중소기업인들에게나, 나 같은 서민들에게 1조2천억원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돈이다.
반면 다음은 촛불정국의 최대 수혜주다. 다음이 운영하는 뉴스페이지의 '아고라'는 '토론의 성지'로 부각됐다. 활발한 공론장, 아고라는 다음의 최대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촛불정국에서 그 역할을 십분 발휘했다. 한마디로 6월 18일 현재 지난 2개월 가량의 촛불정국에서 최대 수혜자는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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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5월 초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누리꾼들은 <다음> 아고라에 자신들의 의견을 게재하며 공론의 장으로 만들었다. © 대자보 |
이런 가운데 김철균 前 다음 부사장의 청와대 인터넷정책비서관 내정은 여러 가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나게 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등에서는 이미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권력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줄이 생기는 것이므로 마다할 리 없을 것이다.
김철균 현 오픈IPTV 대표 역시 싫지 않은 모양이다. 내정 통보를 수락한 상태라고 언론이 보도했고, 세간의 반응을 보았을 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이다.
김철균 대표의 인터넷정책비서관 내정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업계와 인터넷 여론의 생리를 잘 아는 전문가를 기용함으로써 효과적인 인터넷 정책을 입안하고, 좋게 말해서 인터넷여론을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철균 대표의 면면을 보았을 때 전문가이며 적격자 중의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속성이 무엇인가? 바로 권력창출이며 권력유지이다. 촛불정국 진원지 중의 하나인 <다음>의 부사장출신이자 현재 다음이 50%의 지분을 출자한 오픈IPTV의 사장을 인터넷정책비서관에 앉힌다는 얘기는 바로 '新권언유착'을 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특히 인터넷 포털의 구조와 인터넷 여론의 생리를 잘 아는 전문가에 'MB정부' 방어를 맡김으로써 기대 이상의 승리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운동의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는 크게 잘못된 인사이지만, 정권 입장에서 보면 손해 볼 것 없는, 아니 얻을 것 많은 장사가 될 것이다.
시장에서 바로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홈페이지에서는 17일 하루 종일 한나라당의 디지털정당위원장의 글이 핫이슈 머릿글로 게재되어 있었다. 18일 오전 현재에는 '광주 양 선생이 한나라당에 바랍니다'라는 글이 핫이슈로 배치되어 있다. 또한 김철균 대표 내정에 관해 일부 누리꾼들이 권언유착을 경계하는 의견글을 올리고 있지만 아고라홈 페이지에서는 찾을 길이 없다. 이런 글을 다음이 핫이슈나 중요 기사로 보도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포털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은 크게 띄우고, 이슈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불리한 내용은 감춘다. 그러한 포털의 속성이 김철균 대표 내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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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청와대 |
그러나 포털 업계나 미디어다음의 명시적 지지 또는 침묵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른바 자칭타칭 '진보언론' 또는 언론운동진영의 침묵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김철균 대표의 인터넷정책비서관 내정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져봤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다른 생각이라도 있는건가?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주요 개혁적 언론의 침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해하기 어렵다. '신권언유착'이 형성되는데도 방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일부 친포털언론의 침묵과 포털 옹호는 눈꼴사납다.
김철균 전 다음 부사장의 이명박 정부 합류는 포털권력과 권력의 '신권언유착'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촛불여론은 두달 타올랐지만 아직 정권은 4년 8개월 가량 남았다. 기업과 기업인의 생리상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촛불의 힘은 이명박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땅바닥에 처 박게 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다.
'내가 김철균이라면 어떤 길을 택하겠는가?' 아마 김철균 대표의 선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포털업계와 인터넷여론의 탁월한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인 그의 청와대 입성은 그의 선택과 판단에 달린 문제다.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김철균 카드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포털권력과 권력의 '신권언유착'이 어떠한 성과를 낼지 앞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이 역시 기용 후 100일이면 그 승패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기획위원
* 글쓴이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