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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진보참패, ‘위헌적 실명제가 원인’
[시론] 실명제 수용은 진보세력과 매체의 침묵 강요, 정치 외면불러
 
이준희   기사입력  2008/04/17 [14:26]
4.9 총선 결과, 진보세력이 참패했다. 153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거대 보수대연정이 실현되었다. 그러나 46%에 그친 역대 최저의 투표율로 총선 민의가 결정된 점은 선거 민주주의의 극한 후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국민 모두의 참패’라고 할 수 있다. 선거 무관심과 정치 불신에 국민의 과반수가 투표를 포기했다. 낮은 투표율은 모두 정치권과 국민 민의를 바로 읽지 못한 정권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공직선거법 상 강제적 인터넷언론사 댓글 실명제와 선거법 93조 악법 때문이다. 확신한다.
 
공직선거법 상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실명제는 선거운동기간에만 적용된다. 이번 제18대 총선에서는 3월 27일부터 4월 8일 밤 24시까지다. 4월 9일 0시 00분 00초부터는 실명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실명제 기간이 끝났는데도 진보매체들은 빗장을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미디어스>, <PD저널> 등 수많은 진보매체가 예외 없이 4월 9일 오후 3시까지도 게시판을 개방하지 않았다. 이러고도 진보매체? 게으름 내지는 무관심, 귀찮아서? 아니면 몰라서? 진보매체부터 반성해야 한다. 

▲인터넷실명제반대공동대책위원회(http://freeinternet.or.kr)활동.     © 대자보
 
지난 2004년 3월 진보적 인터넷언론사를 타깃으로 한 선거 게시판 실명제가 도입된 이후로 모든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완승했다. 2006년 5.31지방선거, 2007년 12.19 제17대 대선, 2008년 4.9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통합민주당으로 표방되는 중도정치세력과 진보정당운동을 펼쳐 온 민주노동당과 최근 갈라선 진보신당 등 구여권과 진보 야권은 이번 4.9 총선에서 죽을 쒔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인터넷실명제가 사이버 상의 왕성한 정치참여와 토론문화, 선거운동을 죽여 놓았기 때문이다. 어떤 정신 나간 누리꾼이 처벌을 감수하면서 실명제를 어기고, 찬반의사를 밝힐 수 있겠는가? 또한 단순한 지지나 반대만을 표명하는 동영상이나 패러디물만 올려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데 누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사이버 상에서 선거 운운하면서 글을 올릴 수 있겠는가?
 
공직선거법 상 인터넷언론사를 타깃으로 한 댓글실명제와 선거법 93조 이 독소조항은 한나라당을 위한 법이다. 그런데도 통합민주당과 진보정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선거에서 완패를 한 그들을 감싸주고 싶어도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자업자득 아닌가? 정치 참여를 죽이는 강제적 처벌을 전제로 한 사이버 악법을 놓아두고서 어떻게 민주주의와 개혁과 진보를 말할 수 있겠는가?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는 지난 2004년 3월 구 여권이었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해서 개정한 법안이다. 열린우리당 내 일부 반대론자들이 있긴 하였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은 다른 개혁법안(?)을 앞세우면서 한나라당이 요구한 인터넷실명제를 덥석 받아주었다. 한나라당은 당시 이재오 정개특위 위원장, 원희룡 의원 등이 이 법안을 주도해 표결 처리로 밀어 붙였다. 반면 열린우리당(현재의 통합민주당)은 다수의 의원들이 이 법안에 찬성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지지기반세력인 인터넷의 주 이용계층인 젊은 층의 선거 참여와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악법 중의 악법인 인터넷실명제에 승인도장을 찍어 주었다.
 
이번 4.9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모두 이 인터넷실명제에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총선에서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하라는 논평 하나 나오지 않았다. 한심한 노릇이다. 그러고도 말로는 ‘진보’를 외치고 있다. 진보는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실천을 해야 한다. 실천하지 않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진보는 가짜진보요, 죽은 진보이다.
 
표현의 자유와 정치참여를 압살시킨 실명제 법안과 선거법 93조를 두는 한 젊은 층의 근거지인 인터넷은 죽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죽으니 젊은 층이 선거에 무관심하다. 나아가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다.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포털은 실명제를 큰 문제의식 없이 수용하면서 뉴스 페이지에서는 권력에 눈치 보는 보수적 편집을 지향하고 있다.
 
정치권이 제정한 악법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서, 최저의 투표율 운운하면서 객관적인 양 선관위의 집계를 인용해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대다수 언론도 젊은 층의 선거 참여를 죽인 공범이나 다름없다.
 
이제부터라도 제발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신문>과 같은 매체만이라도 이 사이버 상의 거대한 전봇대인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 철폐에 양심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4.9 총선 이후 대대적으로 공직선거법 상 인터넷실명제 위헌 소송 제기에 여론을 환기해 주길 바란다. / 기획위원
 
* 이 글은 <PD저널> 제554호(2008.4.16)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터넷기자협회(www.kija.org) 전 회장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단장
6.15남측언론본부 공동대표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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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4/17 [14: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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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들른나그네 2008/04/18 [15:57]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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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안에서든 중도개혁 안에서든

    이런 정도의 정치전을 알 수 있었을지,
    그런 법적 제도적 도구가
    자신들을 찌를 칼로 변할 수 있는지 어떤지를 아는 수준이라면
    선거공학적인 차원에서 이런 정도의 패배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든 중도개혁이든 선거철마다 느끼는 것들 중의 하나!

    내일 어떤 결과가? 일주일 남았는데 어떻게 돼가는거? 석달이면 그래도?

    '내일'이라는 미래의 하루[1日]는
    백일[100日], 천일[1,000日]이라는 과거의 '오늘'의 흐름들 중의 하나이다. 하루 뒤의 내일이든, 일주일 뒤의 내일이든, 석달 뒤의 내일이든
    그대들이 손으로 잡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 사건의 물결의 한 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깨어나지 못하는 머리로는, 자기 욕심을 털어내지 못한 뱃속으로는, '내일'은 영원히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꿈이고 그림의 떡이다.

    이 무리들은 더 많이 매질을 당해야 시대의 아픔을 참으로 알게 되고,
    이 무리들은 더 많이 굶주려봐야 민중의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너희들은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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