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초등 여학생 납치 미수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이 나서 용의자의 CCTV 사진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일산경찰서가 부실수사를 진행해 전 국민의 비난 여론이 급등하고 있다. 일산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수백개의 비난 글이 게재되는 등 갈수록 경찰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민생치안에 주력해야 할 경찰은 등록금 집회에 1만5천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했고, 대운하반대 교수 등에 대해서는 정보사찰을 자행해 공안경찰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오후 일산경찰서를 전격 방문해 경찰을 질타하고 사건의 조기 해결을 지시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민생치안 대신 등록금 인하 촉구 집회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등 민생과 동떨어진 행보를 걷고 있는 경찰의 행태는 냉혹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에 덧붙여 언론의 과잉보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자 한다. SBS는 30일 밤 8시뉴스를 통해서 초등 여학생 납치 미수 사건의 잔혹한 CCTV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일부 모자이크 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잔혹성을 여과없이 확인한 수많은 시청자들은 충격과 전율에 떨었다. 이 보도를 접한 어린 학생을 둔 주부 등의 분노와 두려움은 남달랐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CCTV 동영상을 갖고 장사를 하고 있는 언론사가 있다. <연합뉴스>는 31일 오후 7시 현재 초기화면에서 '초등생 납치미수 영상 원본'이란 제목으로 해당 CCTV 동영상을 아무런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입수경위는 뻔할 것이다. 해당 아파트 경비업체 측이나 일산경찰서 측 등에서 입수했을 것이다. 범죄수사에 관한 유력한 단서가 담긴 CCTV 화면을 SBS보도 이후에도 경찰이나 해당 아파트 경비업체에서 <연합뉴스>에 또다시 제공했다면 이는 심각한 일이다. 특히 <연합뉴스> 자신이 제작한 동영상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면에 '연합뉴스' 표시를 대문짝만하게 한 다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낯 뜨겁다. <연합뉴스>의 발군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야 할까?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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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연합뉴스>가 피해자가 받은 충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CCTV 영상 원본을 공개해 장사속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준희 | 피해자 충격, 안중에도 없는 언론 해당 동영상은 지금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을 것이다. 용의자의 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피해자인 초등 여학생과 그를 구해낸 여대생의 모습이 여과없이 노출되었다. <연합뉴스>의 해당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누리꾼들의 클릭이 쇄도하고 있다. 속된 말로 대박 상품을 연합뉴스가 확보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이다. 잘한 행동일까? 이미 경찰 차원에서 대책본부를 꾸렸고, 온 국민이 격노하고 있다. 수만장의 공개수배전단이 뿌려지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혹시 연합뉴스가 인터넷 공개수배를 할 요량으로 이 영상을 공개했다면 '제발 아서라! 오버하지 말라!'다. <연합뉴스>는 잔혹한 동영상을 그대로 공개해 피해자인 초등 여학생과 부모와 가족 등이 입을 충격과 피해를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 이 동영상 공개에 대해서 피해 초등 여학생과 가족들이 고마워할까? 전혀 아니올시다. 특히 이 동영상은 모방 범죄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앞으로 이 동영상은 인터넷 곳곳에 퍼져 나갈 것이다. <연합뉴스>는 철없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사과와 함께 해당 동영상을 삭제해야 한다. 포털 등이 이 동영상을 받아서 게재해 유포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뭐든지 클릭수만 높이기 위해서 인권보호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서 이루어진 이번 <연합뉴스>의 잔혹한 범죄 동영상 공개는 경찰이 받는 질타만큼이나 더 엄중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는 공개 사과하라! 그리고 즉시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라. '뉴스통신진흥법'에 의해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의 지원을 받는 <연합뉴스>가 하는 행동이 고작 이 정도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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