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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산업단지와 박정희, 그리고 구소련 콤비나트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 창원 산업클러스터 정책의 몇가지 비판적 검토
 
황진태   기사입력  2006/10/31 [23:50]
콤비나트로서의 창원 국가산업단지 발달 

1960년대 경공업 위주의 국가발전정책기조가 중공업 위주로 바뀌어 감에 따라서 창원 국가산업단지는 1974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하여 근 30여년 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성장엔진이었다. '산업단지관리기본계획(2002)'에 명시되어 있듯이 창원국가산업단지는 "기계류 생산공장을 집단유치하여 기계공업의 집중육성을 도모"하고 있는 전형적인 구소련의 콤비나트 모델을 벤치마킹한 사례다.

뒤에서 상술하겠지만 콤비나트에 관한 어감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짙다. "상호 연관된 기업의 공장이 일정 지역에 집중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 콤비나트이다. 콤비나트는 원료의 확보, 제품의 제공이 공장 간에 직접적으로 또한 시간적 ·공간적으로도 낭비 없는 합리적인 형태로 행하여진다. 이 방법은 소련이 1928년부터 실시한 5개년 계획의 합리적 운영을 목표로 하여 의식적으로 시작한 것이며, 우랄(철광) ·쿠즈네츠크(석탄) 콤비나트가 있다."1)

압축 근대화 시절에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서 최대한의 이윤을 뽑기 위한 자원의 '조합'으로서의 콤비나트는 비단 구소련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그들이 오늘날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으로서 콤비나트의 역할은 혁혁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오히려 박정희 정권시절에 콤비나트를 통한 경제도약에 대한 성과부문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는 콤비나트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콤비나트에 대해서 짙게 드리워진 관(官)주도에 의한 의사결정과정이 콤비나트에 관한 어감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게 하는 데 일조하는 듯 보이나 여전히 여러 영역에서 관주도의 콤비나트 모형은 필요하다고 본다. 가령, 전통적인 콤비나트 모형은 중공업 위주지만 대표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국가주도의 경공업 중심인 개성공단을 손꼽을 수 있겠다. "개성공단은 그간 대북정책이 퍼주기식이라는 비난단계를 넘어서 남북한간의 상호 신뢰를 견지해 줄 수 있는 안전판으로서의 기능을 인정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2)는데 이러한 개성공단의 특수성은 관주도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결코 착근 자체가 매우 불확실하다. 여전히 국가가 주도해야할 영역은 남아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창원 국가산업단지는 콤비나트에서 혁신 클러스터로의 이행 과정을 겪고 있는데 혁신 클러스터가 "단순 생산 위주의 기존 산업단지에서 산학 연고나 상호 네트워킹을 강화해 혁신역량을 배양하는 사업"으로 "혁신클러스터 시범단지 내는 업종·기술 분야별 산학연 협의체(미니클러스터)를 구성한 뒤 활발한 지식, 기술 등의 교류를 통해 공동기술개발, 기술이전 및 사업화 등을 수행"할 목적(산업자원부 지역산업균형발전국(2006))임을 상기한다면 뒤에서 짚어보는 현재의 혁신 클러스터 정책이 콤비나트 적인 요소가 남아있고 이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 '이전 단계'인 콤비나트가 도약단계에서도 여전히 잔존하여 다음 단계로의 이행이 묶여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 것뿐이지 굳이 콤비나트라는 단어 자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창업산업단지의 '공간의 재구조화'와 거버넌스

그렇다면 콤비나트에서 혁신 클러스터의 전이에서의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앞서서 혁신 클러스터 정의에서 보았듯이 '혁신클러스터 시범단지 내는 업종·기술 분야별 산학연 협의체(미니클러스터)를 구성한 뒤 활발한 지식, 기술 등의 교류를 통해 공동기술개발, 기술이전 및 사업화 등을 수행'에는 콤비나트가 가졌던 기존의 관주도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산-학-연-관이 수평적인 의사소통관계를 형성하여서 상호 간에 플러스섬(plus-sum) 게임을 도모하고자 한다. 

여기서 의사결정과정의 변화는 재구조화와 연동하여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재구조화를 위해서는 '기술혁신 → 생산조직의 변화 → 생산 네트워크의 변화 → 공간조직의 변화 → 공간 네트워크의 변화(생산 네트워크의 현황, 인력자원시스템, 생산부지의 활용과 제도적 지원, 지역주체의 변화)로 기술'할 수 있는 데 여기서 이러한 변화의 고갱이는 산학연관의 수평적인 파트너십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왜 굳이 지금까지 관주도로도 잘 발전해왔는데 뜬금없이 파트너십 관계,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다. 보통 일상생활에서도 수직적인 권위관계와 수평적인 관계를 비교한다면 수평적인 관계는 의견충돌이 잦고 진행이 잘 안된다는 경험을 통하여 이러한 반문은 힘을 얻는다. 여기서 거버넌스 개념이 요청된다.3)

거버넌스(governance)는 "다자간 협력적 통치와 관리를 뜻하는 것으로서 주로 과정의 의미를 중요시하는 관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라는 개념은 '정부에서 거버넌스(from government to governance)'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한계(혹은 국가의 실패)가 대두하면서 등장 한 것이다."4)

즉, 기존의 산업근대화 단계에서 주도되었던 정부주도의 정책 제안과 실행방식의 한계를 체감하고, 정책의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서 '협의→갈등→조정→협력'을 통해서 정책을 실행하는 새로운 도약을 일컫는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동학은 "파트너십의 동학이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의 행위적 양상은 파트너십이다. 사회 조절 방식으로서 파트너십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가령 민관 협력은 지금까지 어느 사회에서나 발견되는 것으로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민관 협력은 정부가 여전히 사회적 조절의 중심인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공동의 사업을 펼치는 관계를 의미하지만, 거버넌스로서 민관 협력은 정부의 역량 한계 속에서 시민 사회나 시장의 역할자가 정부를 보완하거나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관계를 전제로 한다."5)

작금의 혁신 클러스터 정책으로의 변화의 동선은 단순히 경제부문에만 귀착해서 볼 것이 아니라 첫째, 한국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이행에서의 형식적이나마 형성된 '의사결정의 민주화' 과정이란 거시적 흐름과 둘째, 기존의 국가주도 산업정책의 한계에 따른 시민과 기업을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포섭하여 재도약의 발판을 다진다는 국가의 전략적인 판단, 이 두 가지 요인을 포개어 보아야만 혁신 클러스터를 비롯한 제반 국가정책에서 수평적인 의사결정관계, 파트너십 도입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다.

혁신 클러스터 그리고 미니 클러스터

혁신 클러스터란 "인접한 혁신주체들 간의 상호작용과 체계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지속적인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는 지리적 공간을 가리킨다. 혁신 클러스터는 혁신 주체를 간의 집단 학습은 물론이고, 혁신 지원제도와 창업 지원제도 등을 통해 지역과 국가의 테두리를 넘어 세계적 수준에서 혁신을 창출, 확산, 활용하는 거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박동 외, 2005)

이러한 혁신 클러스터가 과거 압축근대화 시절에 창업산업단지와의 커다란 차이라면 관주도의 산업단지는 "특정 산업과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연계된 '단순집적지(simple cluster)'를 가리킨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 이러한 모델을 벤치마킹의 대상은 바로 구소련의 콤비나트였다.

창원의 혁신 클러스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명시적으로나마 이러한 혁신 클러스터는 과거의 산업단지와는 차별화 된 수요자인 기업 중심인 산학협력으로 바뀐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하여 (혁신 클러스터 추진단과 기업 간의 매개역할(브로커링)을 하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 관계자의 브리핑에서 한 학생은 현재 국내에 도입된 클러스터라는 개념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해외 클러스터 사례를 참관한 인사들이 해외클러스터 성공사례의 좋은 점만 뽑아서 성글게 만들어 놓은 게 한국형 클러스터 모델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클러스터를 산-학-연-관이라는 관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기존의 관주도가 아닌 기업과 학교, 연구소의 의사결정을 얼마나 받아들였는가에 대해서는 콤비나트와의 차이가 불분명하다는 의문제기에 관계자는 얼굴을 붉히면서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그렇다면 관계자가 제대로 답변 못한 문제점을 살펴보자.

슘페터의 혁신에 관한 정의에 의하면 혁신에는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과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점진적 혁신의 경우에 제도적인 측면이 강조된 즉, 기존의 경로의존성에 기대고 있는 반면, 급진적 혁신은 기술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결국 기술과 제도의 하모니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혁신의 성공이 결정된다.

혁신은 위기를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것인데 이러한 위기를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매개기제는 앞서 말한 슘페터의 혁신 정의처럼 제도일 수 있다. 그러나 창원산업단지의 경우 이러한 제도적인 측면, 점진적 혁신부터가 정부(산하 기관)가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여서 실패의 가능성이 높겠다.

가령 혁신이라면 소수의 엘리트 기업만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인가. 현재 창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클러스터 지원 사업의 경우에 현지 2000개에 가까운 중소기업들 중에서 불과 20여 개만이 혜택을 받고 있다. 나머지 기업들은 어떤 점진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인가. 만약에 이들 나머지 기업이 기술을 통한 급진적 혁신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관주도의 기존의 경로의존성의 강력한 관성에 의해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혁신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또한 창원의 혁신 클러스터의 경우에 창원이 전통적인 기계산업 주류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혁신이라는 것은 동종기업들보다는 이종기업 간에 경쟁과 우연성을 통해서 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라는 과정을 통해서 혁신 기술이 창달된다는 경험적 통계자료들을 볼 때 클러스터 정책에 있어서 이러한 이종기업을 심을 수 있는 조정력이 아쉽다. 자칫 폐쇄적 클러스터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나 창원에서 도입한 '미니 클러스터'6)의 경우에 '과제화 → 공동연구' 과정에서 이러한 폐쇄적 클러스터의 가능성이 농후하게 비춰진다. 공단 관계자가 미니 클러스터를 통한 성공사례로 말한 것은 각주에서 밝힌 정의처럼 "단지별 전략 업종 및 기술 특성에 따라"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다.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언급해보자. 어떤 국내 중소기업가가 사업 부진으로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공단 관계자에게서 관계자가 해외에 자신이 알고 있는 한 박사가 기술을 소개해줬는데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사업을 변경해서 성공했다고 한다.

물론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이는 사적인 인간관계에 기반한 '알음알음'을 통한 거였고, 이러한 인간관계도 없는 기업체의 경우에는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통한 성공가능성이 있겠는가. 또한 앞선 사례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본디 미니 클러스터 정책 정의가 "단지별 전략 업종 및 기술 특성에 따라"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말로 들린다. 굳이 '미니 클러스터'라는 구호까지 붙여가면서 구색을 갖출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폐쇄적 클러스터에 대한 수정으로 기술은 있지만 클러스터 정책의 도움이 못 미치는 기업들에 대한 환기가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창업교육센터의 경우에 인터뷰를 통하여 알아본 결과, 신생기업에 대해서 지원하기 보다는 이미 기술이 있거나, 신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명 '포스트 인큐베이터'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는 창업교육센터가 언제까지 정부의 지원만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실제적으로 이익이 창출되는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압박감도 있었겠지만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창업교육센터의 본래 기능인 인큐베이터 역할을 망각한 처사다. 이 또한 제도적인 수정 방안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암묵지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실제적 효과는?

형식지만을 가지고서는 혁신을 담보할 수가 없다. 혁신은 형식지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우연성'에서 나오는 데 이러한 우연성은 바로 암묵지를 통해서 가능하다. 대덕밸리의 경우에는 '대덕아고라'라는 벤처까페를 통해서 "기술과 자본, 인재를 연계하는 만남의 장소"(복득규 외, 2003)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겠다.

창원산업단지에서도 이러한 암묵지의 중요성에 공감하여 미니 클러스터 계획의 일환으로 기업사랑방인 '이노까페(Inno-Cafe)'가 생겼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노까페는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각종 애로사항을 상담하고 해결방법까지 찾아주는 것이 주목적"(전자신문 06년 2월 8일자)이라고 밝힌 것에서도 그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공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고정회원을 두고서 정기적인 만남을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은 활성화가 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선 사례와 달리 최소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가 보여서 다행이다. 그러나 앞선 미니클러스터의 성공사례라면서 폐쇄적 클러스터의 다름 아닌 '알음알음'의 인간관계를 통한 기업에 기술 소개에서 보인 폐쇄성을 발판삼아서는 정기적인 만남을 유도하더라도 암묵지 교류, 활성화는 요원하지 않을 까 싶다. 또한 기업가들도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갖고서 경쟁을 통한 기술 창출을 통하여 혁신하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 없이 정부의 지원만 받을 생각이라면 단연코 창원 혁신 클러스터 정책은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조화가 중요하다     

클러스터, 혁신 클러스터, 미니 클러스터 등등 클러스터라는 단어조차도 개념정립이 안된 상황에서 가히 말의 홍수다. 이번 답사를 통해서 알아본 클러스터 정책의 현실은 관계자가 듣기 거북해하던 말인 여전히 관주도이며 콤비나트였다. 말에 앞서서 자칫 정책이 뒷전으로 갈 수도 있다. 앞으로 클러스터의 본디 의미인 '포도송이'처럼 산-학-연-관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서 온 국민이 달콤한 과실의 맛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각주]
1)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2) 황진태, 서평「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계간 신진보리포트』2006년 가을호, 신진보연대, 315∼316쪽
3) 거버넌스는 협치(協治), 공치(共治) 등으로 번역을 할 수 있는데 거버넌스에 관한 가장 많은 논의를 펼치고 있는 행정학계에서도 아직 확실하게 용어를 확정한 것 아니고 협치와 공치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협치라는 용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4) 조명래,「환경 거버넌스의 원리와 구성」,『개발정치와 녹색진보』, 환경과생명, 2006, 253쪽
5) 조명래, 같은 책, 254쪽
6) 미니 클러스터는 “단지별 전략 업종 및 기술 특성에 따라 대,중소기업, 대학, 연구소, 지원기관, 지자체 등이 참여하여 동 협의체를 통해 에로과제 발굴과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정순남, 산학연 혁신 클러스터의 추진 경과 및 향후 방향, THE HRD REVIEW 2005 겨울호, 5쪽) 산학연관 소규모 협의체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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