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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터넷언론사의 유감스러운 실명제 외면
[기자의 눈] 관점 강조하는 <프레시안>, 실명제에는 침묵 혹은 외면
 
황진태
비판하기 곤혹스러웠던 <프레시안>

<시민의신문> 5월 18일치 인터넷 실명제에 응한 인터넷 매체에 대한 기사를 보면 "(5월) 17일 오후 11시부터 18일 0시를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실명제 실시에 응한 주요 언론사로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데일리서프라이즈, 데일리안, 조선닷컴, 조인스닷컴, 동아닷컴 등이다. 오마이뉴스는 가장 빠른 지난 15일부터 실명제 실시에 들어갔다. 프레시안, 데일리 서프라이즈도 17일부터 실명제를 적용하고 있다. 보수매체인 데일리안은 18일 0시부터 실명제에 들어갔다. 보수매체에 비해 진보매체로 평가받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이 가장 먼저 실명제에 응한 셈이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기자는 평소 <프레시안>이 인터넷 게시판 쟁점 이외의 다른 사회 현안에서는 다층적이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소중한 매체라고 생각하여 지난 시론에서도 이러한 <프레시안>의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대응 아닌 순응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는 끝났지만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루어질 문제가 되었고 더 이상 지적을 안 할 수 없게 되었는데 바로 얼마 전 다음과 같은 기사를 <프레시안>에서 접했을 때가 그렇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문제점 보도기사는?

<프레시안>은 지난 6월 16일 '인터넷 게시판, 공론장 역할하고 있나?'라는 기사를 통해서 2006년 전기 사회학 대회에서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가 '공론장으로서 인터넷 게시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발표를 보도했다.

이 기사의 요점은 "서 교수가 살펴본 인터넷 게시판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온라인 문화의 특징으로 알려진 '개방과 평등'의 미덕은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소수의 참여자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이러한 인터넷 게시판의 문제점을 언급한 거였는데 이러한 비슷한 기사를 <프레시안>은 지난 1월 25일에도 '인터넷 공간 여론조작 사실로?…0.25%가 댓글 절반 생산'이라는 기사를 통해 인터넷 댓글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도했었다.

문제는 이러한 인터넷 게시판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도하여 인터넷 문화의 자성을 촉구하기에는 그리 한가하지 않던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두 기사의 사이에 있었던 5·31 지방선거 기간에 쟁점화 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프레시안>은 함구하고 있었다.

게시판 문화의 실증적 분석보다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평 아쉬워

<프레시안>을 통해서 접하게 된 서이종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도 본 기사와 연관이 있어서  몇 가지 지적해보겠다. 사실 그동안에 "인터넷 게시판 문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서 교수와 같은 작업이 없었을까. 인터넷 게시판의 난점에 대해서 이미 인터넷 매체에서 이 글을 읽는 독자정도라면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 논의가 논의 참여자 간의 연결 정도에 비해 서로의 생각이 교류되는 정도는 약하다고 분석했다. (중략) 토론을 통해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는 서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17대 대선, 미군장갑차사건과 관련된 촛불시위, 탄핵정국 뿐만 아니어도 굵직굵직한 사회현안에서 인터넷상에서 의사소통의 긍정적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의사소통이론의 대표적 이론가인 하버마스가 이러한 한국의 사례를 목도했더라면 분명 그가 주장한 계몽의 진전에 극찬을 자아냈을 것이다.

또한 지난 황우석 사태에서 <프레시안>은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를 외쳐서 황우석 사태 해결의 공신이 되지 않았는가. 물론 일명 '황빠'들에 의해서 인터넷 악플 몰매를 맞았지만 그러한 '과'때문에 '공'을 빼놓고 얘기해서는 인터넷에서 흐르는 서사를 설명할 수 없다.

상호 토론주체들이 토론의 각질화까지 치닫는 분열을 막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내적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은 인터넷 사용자들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네티켓'을 통해서 구축되어야 할 문제이지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터치'는 뿔을 고치려다 오히려 소를 잡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뿐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서 교수는 '인터넷 정보격차'로 인하여 "충분한 여가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계층은 인터넷 게시판의 여론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라고 '실증적'인  분석을 했다지만 이 또한 이미 상당수 연구물에서 대동소이한 분석이 나와 있다.

기자의 눈에는 근래 들어 더더욱 PC방의 확산, 컴퓨터 가격의 대폭 절하,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인터넷 인프라 지원으로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예전보다 훨씬 용이해졌음에 비춰볼 때 이러한 '인터넷 정보격차'에 대해서 "여가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계층"의 실체의 유무와 영향력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사의 선별적인 취사선택 또한 왜곡

기자가 지난 5월 24일자 시론 <인터넷 실명제는 거부하고 '익명'을 살려내라>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듯이 "공직선거법 제82조 6항에 의거해 인터넷언론사를 대상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됐다. 오늘날 군사정권하의 언론탄압 수준의 강도를 체험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소비에트 연방의 '프라우다'를 끌어올 수 있냐는 반문이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진보매체 <참세상>의 인터넷 실명제 거부와 관련된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 정치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정보인권 등은 어느 하나도 등한시할 수 없는 중요하고, 보편적인 민중의 권리이다. 때문에 이는 진보적 언론이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치이자, 소명이다"는 말처럼 소통을 방해하는 정부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 대하여 <대자보>는 게시판 폐쇄를 결정했다. <프레시안>이 폐쇄수준의 조치를 한 매체에까지 미안해 할 필요는 없겠지만 <민중의소리>처럼 과태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인터넷 공론장의 존재의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 매체를 동업자 의식 수준에서나마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니까 <민중의소리>가 과태료에 대한 모금운동을 시작할 때 적어도 <프레시안>은 실명제를 했더라도 스트레이트 기사 수준이나마 보도를 통하여 이 바닥에서 최소한의 연대만큼은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어야 하는 가 말이다.

종이매체도 아니고 인터넷 매체에서 다른 문제도 아니고 바로 인터넷 매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을 던진 인터넷 실명제 쟁점과 관련하여 <프레시안>의 이번 기사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편집국장도 잘 알겠지만 신문의 왜곡에는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바로 신문논조의 왜곡과 기사의 선별적인 취사선택에 의한 왜곡으로 나눌 수 있다. 이 후자의 왜곡으로부터 <프레시안>은 자유롭지 못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가보안법이 하던 자기검열을 이제는 인터넷 실명제가 하고 있다"는 <민중의소리> 이정무 편집국장의 말처럼 그저 '순응'으로 일관하기에는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문제화, 쟁점화 되어있다. "관점이 있는 뉴스"라는 <프레시안>이 앞으로 실명제 관련 기사태도에서도 관점있는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해 보겠다.
기사입력: 2006/06/19 [16:2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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