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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조중동 사주 등 1차 친일명단 발표
민족문제연구소와 사전편찬위 1차 3,095명 발표, 내년 2차명단 발표예정
취재부 web@jabo.co.kr
 
1910년 경술국치(한국이 일본에게 강제로 합병) 95주년을 맞은 29일 오전,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 교수)는 박정희, 김성수, 방응모, 홍진기, 김활란 등을 포함한 `친일인사' 1차명단 3천95명을 발표했다.
 
▲29일 민족문제연구소가 1차 친일인사 3천95명에 대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대자보 도형래 기자
 
이번 발표는 해방 이후 처음 시도된 대규모 친일인사 선정작업으로 매국, 중추원, 관료, 경찰, 판검사, 종교, 언론, 문화예술 등 모두 13개 분야로 나뉘어 선정됐다.
 
편찬위에 따르면 "1905년 `을사늑약' 전후부터 1945년 8월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제의 국권침탈ㆍ식민통치ㆍ침략전쟁에 협력해 우리 민족 또는 타민족에게 직ㆍ간접적 피해를 끼친 자를 수록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편찬위가 발표한 명단에는 을사오적 등 이미 친일행적이 잘 알려진 인물들 외에 대법원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민복기, 검찰청장 정창운, 육군참모총장 및 전 국무총리 정일권 등 군, 검찰, 법원 고위직도 대거 포함됐다.
 
또 이광수, 모윤숙, 유진오, 주요한 등 주요 문예인과 현제명, 홍난파 등 음악인, 김경승, 김기창 등 미술가, 김활란과 최남선 등 교육학술가 등도 친일인사 명단에 올랐다.
 
관심을 모은 언론계에서는 방응모, 김성수, 홍진기(홍석현씨 부친, 일제 때 전주지법 판사 역임) 등 <조선>·<중앙>·<동아일보> 전 사장이 포함됐다. <중앙일보> 설립자인 홍진기씨는 그동안 친일에서 비켜나 있었지만, 이번에 포함됨으로써 중앙일보의 반발과 함께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한국인 초대 초장 백낙준, 유진오 고려대 전 총장,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 등 국내 대표적인 사립대 수장들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지만 일제시대와 해방기 대표적 문인 중 한 사람인 유치환은 자료 부족 때문에 최종 명단결정 과정에서 빠졌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몇몇 인물을 놓고 발표 당일 오전까지 고민했으나, 여전히 논란이 크다고 판단해 명단에서 제외했다.
 
편찬위는 "관료의 경우 국권을 빼앗긴 이후 재직여부를 주요 기준으로 삼았으며 판검사도 재직기간이 짧으면 명단에서 제외했다. 언론·출판·교육·학술의 경우 관련 친일기관의 직위와 함께 활동(특히 문필활동)을 중요한 선정 요인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사 명단을 발표하는 동안, 어느 참석자가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대자보 도형래 기자
편찬위는 그러나 "친일행위가 명백하게 있으나 사전수록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나 일시적으로 친일에 가담했더라도 이후 상당기간 은거하거나 일체 친일활동을 하지 않아 `소극적 저항성'이 인정되는 경우, 친일행위가 뚜렷하더라도 보다 엄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거나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개인의 경우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편찬위가 준비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은 `구한말 이래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돕고 민족의 독립을 방해하고 강제동원에 앞장서는 등 일제의 식민통치에 협력한 자의 행적을 기록한 인물사전으로, 사전에는 해당 인물의 구체적인 반민족행위와 해방 이후 주요행적 등이 기록될 예정이다.

편찬위는 이날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1차명단 발표회'에 이어 내년 2차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 명단에는 지방 토착 친일 혐의자와 해외 친일혐의자, 항일운동에서 친일로 전향한 변절자, 1차선정 명단에서 재검토된 자 등이 포함된다.
 
편찬위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 사전은 개인을 단죄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 사실에 대한 정리와 역사적 평가를 통해 사회의 가치 기준을 바로 세우고 후대에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편찬위와 연구소는 친일인사명단 발표까지의 과정 및 의의를 소개하면서 "1966년 용기있는 한 연구자(임종국 선생)에 의해 `친일문학론'이라는 이름으로 그 전모의 일단을 드러냈다"며 "그가 필생의 과업으로 여겼으나 마치지 못하고 병고 속에 유명을 달리하면서 후학들에게 물려준 숙제가 바로 친일인명사전"이라며 고 임종국 선생을 추모했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친일인사 명단은 순수 민간 연구소인 민족문제연구소 주도로 발표된 것으로, 대통령소속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강만길)는 4년 후 공식적인 친일인사 명단을 문서로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감사 및 편찬과 명단선정과정에 대한 글 전문이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 1차 보고회
 
지금 우리는 을사늑약 100년, 일제 강제 병탄 95년, 해방과 분단 60년, 한일협정 40년을 맞아 친일청산이라는 민족사의 숙원을 풀기 위한 분수령에 서있습니다. 
 
이 민족사적인 대 과업 앞에서 먼저 지난 2004년 초 좌초 위기에 직면했던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을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금으로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께  뜨거운 감사와 경의의 인사를 올립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는 역사의 진전과 과거청산을 희원하는 모든 이들의  열렬한 성원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치욕적인 망국을 당한지 95년이 되는 오늘, 그간의 조사결과와 연구 성과를 정리하여 1차 보고를 드리게 된 것을 더욱 의미 깊게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는 시련과 극복으로 점철된 험난한 도정이었습니다. 일제식민지배와 분단, 동족상잔과 독재로 이어진 민족사의 비극은 그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지 못한 채, 아직도 한국사회가 지닌 온갖 갈등과 분열의 연원이 되고 있습니다. 유독 굴곡이 많았던 지난 한 세기였던 만큼 감추고 싶은 오욕의 역사도 상흔처럼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과거사 청산의 열기가 드높은 한편에 여전히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도 우리 근현대사가 그만큼 질곡을 겪어왔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그러나 감추고 싶고 지우고 싶어도, 덮어서도 잊어서도 안 되는 것이 역사라는 사실-이것이 인류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준엄한 경구는 우리에게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며 자랑스러운 역사도 우리의 역사입니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그 토대 위에 과오를 고백하고 반성할 수 있다면, 뒷날 우리의 후손들은 오늘의 고통스런 결단을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일제강점기 국내외에서 전개된 고난에 찬 자랑스런 항일투쟁의 저편에, 친일이라는 치욕적인 현실도 엄연히 존재하였습니다. 국망의 과정에서 나라와 민족을 배신한 용서하기 힘든 민족반역자가 속출하였으며, 그 결과 초래된 민족적 수난과 고통은 너무나 심대했습니다. 이후 상당 기간 지속된 일제의 식민통치는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지배와 민족말살정책으로 이어졌고, 일본제국주의는 끝내 동아시아와 아시아 나아가 태평양 일대에 걸친 침략전쟁을 야기하여 지구 전체를 파시즘적인 야수의 만행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오랜 시일에 걸친 식민통치와 끔찍한 침략전쟁 수행 과정에서 우리 민족 가운데에서는 불행하게도 이를 도운 부일협력자와 전쟁협력자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유례없이 가혹했던 일제의 식민지배가 끝났을 때, 우리 사회는 이들을 숙정할 기회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반민특위의 와해로 상징되는 역사청산의 좌절 이후, 친일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정통성 없는 독재정권은 역사적 진실을 묻어 두기를 강요했습니다. 실로 오랜 기간 친일청산은 이 사회의 금기가 되고 말았으며 이를 언급하는 자체가 곧 용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등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권력도 영원히 진실을 감옥 속에 가둬 둘 수는 없었습니다. 동토 아래 언제까지나 은폐될 것만 같았던 어두운 역사는 1966년 용기 있는 한 연구자에 의해 『친일문학론』이라는 이름으로 그 전모의 일단을 드러냈습니다. 이 책은 지식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지면서 반독재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근대사 이해를 위한 필독서가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친일문제 연구의 단초를 열고 기초를 닦은 임종국선생 입니다. 우리는 오늘 옷깃을 여미고 새삼 그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필생의 과업으로 여겼으나 마치지 못하고 병고 속에 유명을 달리하면서 후학들에게 물려준 숙제가 바로 친일인명사전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친일문학론 서문에서 사죄하며 언급했던 당신 선친의 친일 과오를 이제 우리가 사전에 기록하려 합니다. 우리는 그가 무엇을 얻고자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던가를 자문하면서 자신과 주변에 보다 엄격했던 참다운 역사 연구의 자세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정표로 삼고자 합니다.
 
어느 누구가 감히 역사를 재단할 수 있으며 한 인간의 일생을 쉽게 규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탈각(脫殼)과 우화(羽化)에는 거듭나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며 이를 인내할 수 있는 굳은 의지와 각오가 필요합니다.
 
이 사전은 어떤 개인을 단죄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 사실에 대한 정리와 역사적 평가를 통해 사회의 가치 기준을 바로 세우고, 나아가 후대에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충격이 있더라도 과거에 명백히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들은 반드시 기록되고 평가되어야 하며 또 기억되어야 마땅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 시기, 갖은 명분과 이유로 이를 미루고 회피한다면, 역사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지속될 것이며, 우리의 후손들까지도 이 문제를 역사의 과제로 계속 떠안고 가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가 일본의 우경화와 퇴행적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반응하며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면서도, 이와 표리관계에 있는 내부의 친일문제는 애써 외면하려는 것은 이중의 잣대이며 자기모순이라 할 것입니다. 친일청산이라는 과제는 작게는 우리 민족의 문제이지만, 크게는 동아시아가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이 사전의 수록 예정자를 선정하면서 편찬위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적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검토했습니다. 본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많은 자료들을 섭렵하였으며, 특히 숨겨진 항일 기록 등 친일의 흔적을 상쇄할 자료들을 찾는 데에도 심대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위원회의 이와 같은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해방 6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친일청산이라는 민족사의 과제가 이 땅의 화두로 재등장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오욕의 역사에 대해 처음으로 그 실체를 인정하고 국가 차원의 매듭을 짓기 위해 전면적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와 더불어 민간의 친일진상규명 노력도 이제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사전편찬사업은 이제 1차 명단의 선정과 함께 바야흐로 본궤도에 들어섰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여전히 일부 언론과 기득권세력은 과거사 청산을 노골적으로 저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한갓 정적에 대한 인신공격의 수단으로 이 문제를 전락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친일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유족들이나 관련단체들의 압력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이러한 외압에 결코 흔들림 없이 맡은 소임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다할 것을 국민들 앞에 거듭 천명합니다. 동시에 이번 명단 발표를 후손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삼으려는 어떤 형태의 연좌제적 접근에도 단호히 반대합니다. 민족사의 과제가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왜곡되고 변질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 모두가 함께 지켜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민족의 새로운 미래가 바라다 보이는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친일의 주박(呪縛)을 풀고 새로운 역사를 설계해 나갑시다. 역사의 진전을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용기와 이를 받아들여 화합하는 관용의 정신이 보다 절실한 때입니다. 지금은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모두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민족에 대해 중대한 과오를 저지른 이들이나 이에 관련된 집단도 진정한 반성과 회오를 한다면 언젠가는 용서를 받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과오를 은폐하거나 미화시키려 한다면 언제까지든 역사의 죄인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친일청산의 대열에 관련자, 관련된 집단들이 먼저 이에 동참해 준다면 이 과업은 보다 쉽게 진척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이 작업이 분열과 갈등이 아닌 반성과 화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밝혀둡니다.
 
 끝으로 편찬위원회가 온갖 바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자세로 친일인명사전의 편찬이라는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끊임없는 격려와 성원이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민족사에 대한 충정을 가득 담은 정성어린 성금으로 편찬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신 국민 여러분의 지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위원회의 모든 성원들이 최선을 다하여 과업을 완수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고맙습니다.
 
2005년 8월 29일
경술국치 95주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
 
성원을 대표하여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윤경로
 
기사입력시간 : 2005년 08월29일 [1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