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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양성쓰기, 엄마성 쓰기를 제안한다
양성쓰기 하면 의식이 민주적으로 되고 갈등 줄어들어
 
신정모라   기사입력  2004/12/22 [15:21]
소아과에 가면 엄마성을 넣어 이름 네자를 가진 아이들을 간혹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참으로 뿌듯하다. 물론 그 부모들은 호적법으로 양성 쓰기를 금지하는데 불만이 많다. 현행법상 엄마성은 이름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엄마성도 함께 쓰겠다는데 법으로 막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민법을 개정해 엄마성도 선택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정작 엄마성을 선택할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법개정은 명분이 될 수가 있다. 명분상으로만 여성권익향상이고 실질적으로는 가부장제 유지 제도이다. 그러나 양성을 동시에 쓰는 것을 법으로 허용해 주면 신생아 부모들은 대부분 찬성한다는 쪽이다. 남편과 아들들 모두 엄마의 존재가 인식되는 양성쓰기가 가족화목에 도움이 된다고 고백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명분상의 법개정보다 여성권익 신장에 실질적으로 부합하는 법개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양성쓰기가 문화운동으로 족하다는 발상은 신생아에게 부모성을 함께 쓰고자 하는 신세대 부부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양성 쓰기에 찬성하는 남편과 아들들이 의외로 많다. 성씨 민주화를 이루려면 이런 대중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성씨 민주화는 문화의 개방성을 의미한다. 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문화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김옥순씨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둘째 아이에게 '장김'이란 양성을 호적에 올렸다. 첫째는 개명 신청을 해서 어려운 싸움 끝에 승소했다. 아들 둘이 모두 엄마성도 함께 쓸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메시지를 '신정모라 문학서재'에 남겼다. 물론 호적법이 엄마성을 인지하지 않고 이름으로 취급하지만, 가족 모두가 그것이 엄마성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안우현주(김해여성의 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씨는 이렇게 말했다.

" 당연히 안우현주가 되는 것을 가장 좋아 하셨던 분은 어머니이다. 낳아서 길러주셨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방법으로 부모성 함께 쓰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어머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아닐까? "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성교육을 나가면 꼭 부모성 함께 쓰기를 하라고 강조?(강요)하고 있다." 그랬더니 학생 엄마가 너무 좋아한다고 학생을 통해 전해들었단다.

엄마성쓰기협회를 자주 찾는 다래(애칭) 엄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법적으론 다래 이름이 '김__'이긴 하지만 우리 부부는 법적 이름을 굳이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선 '김이___'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자라나는 다래에게도 시시때때로 왜 네 이름이 '김이___'인가를 세뇌시켜서^^;; 그래서 지금도 다래를 부를 땐 '김이____'이라고 불러준다. 다래가 자신의 이름을 '김이_____'으로 분명하게 쓸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
 
그는 호적법이 엄마성을 인정하지 않아 신생아 이름에서 엄마성을 뺄 수 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토한다. 이들 부부는 신생아 이름에 이미 양성을 쓰기로 합의를 봤단다 . 그러나 호적법 때문에 좌절되었단다. 사실 호주제 폐지의 핵심은 호적법 개정이다.

내 딸과 나는 주민등록상 양성을 사용하고 있다. 설령 엄마성이 호적상 이름에 포함된다해도 한자로 성씨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엄마성이란 것을 알고 아이 이름에서 양성을 빼고 불러준다. 아이 이름에 대해 어린이집, 병원 관계자, 엄마들 모두 '아, 부럽다! 신세대구나, 요즘은 그런 이름 참 많아졌다' 식으로 코멘트한다. 부정적인 코멘트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신생아 부모들에게 인기 있고, 엄마의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하는 아들과 딸들에게 인기있고, 평등 남편이 되고자 하는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양성 쓰기를 법제화하지 않는다니 유감이다.

피카소라는 미술가의 이름은 엄마성이란다, 이름이 아니라. 스페인 덴마크는 부모의 성 가운데 하나를 신고하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엄마성을 따르는 게 원칙이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아빠성 뒤에 엄마성을 붙인다.

중국은 2001년 개정된 혼인법에 따르면 자녀의 성은 부모 성 중 하나를 선택해 정할 수 있다. 서로 자기 성을 물려주기 위해 갈등 관계가 조성된다고 한다.

부모 양성을 모두 쓰면 가족 의식이 민주적으로 변하고, 갈등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피할 수가 있다. 엄마성씨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먼저 법으로 양성쓰기를 법제화해야 옳다. 현재 민법 개정안은 거꾸로 되어 있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엄마성도 선택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엄마성을 선택할 수가 있는데, 부계성, 모계성 모두 쓰는 것을 법으로 인정 안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엄마성은 인정되는데 양성은 안 된다는 발상은 양성을 인정해주면 신생아 부모들이 우르르 이 제도를 따를 것이기 때문인가? 양성쓰기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부모들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민법 개정 반대한다. 양성쓰기가 법으로 인정 안되면 신생아 부모들이 헌법소원 할 작정이다.

어차피 양성쓰기는 성씨 선택권이기 때문에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많은 이들이 엄마성도 함께 쓰기를 원하는 추세라 결국 법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법개정 자꾸 반복하면 사회갈등만 초래하고 소모전만 하게 된다. 인간의 기본권은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개정되어야 한다.
 
* 필자는 페미니즘 연구서 '공자를 울린 여자', 동화 '내 마음의 미운 오리'의 저자입니다. 필자의 홈페이지 신정모라 문학서재 http://mora.zo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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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22 [15: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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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 2017/09/28 [02:43] 수정 | 삭제
  • 부모 양쪽 성 모두 다남자의 성입니다.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성이죠부모성 둘다 물려받으면동성동본일 때 8 촌 내이면 결혼 불가한데이것도 법적으로 손봐야겠네요그러다가 꼬여서근친간에 혼인도 하겠네요
  • Haha 2017/04/04 [04:44] 수정 | 삭제
  • 서양도 남자의 성을 따르고 자녀에게 성을 물려주긴 하지만..혼인 당시 합의하에 아내의 성을 따르거나 아예 제3위 성으로 정해서 결혼생활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blue 2004/12/23 [17:47] 수정 | 삭제
  • 외국 - 대개 서양을 기준으로 하지요- 에는 결혼하면
    여자는 그냥 성씨를 남자의 것으로 바꿔버리죠...
    그래서 부부이면서 서로 성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에 있는 여성운동가들은 왜 이런 불합리(?)한 것을 그냥 두고있을까요?
    거기는 너무 여성운동이 잘되어 있어서 이런 소소한 것은 너그럽게
    봐주고 있는 건가?

    잠시만 생각해도 - 2~3대면 불과 50년정도인데 -
    대책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이걸 외면하고 - 생각을 못했을리는 없고...진짜 생각못했다면 -
    슬며시 자기 말만 하고 마니.....

    이래서 사이비 얼치기 페미라고 한소리 또하게 하는 겁니다...
  • ㅋㅋㅋ 2004/12/23 [14:24] 수정 | 삭제
  • 성을 철폐해버리죠 뭐.
    그넘의 성이 있으니 맨날 평등에 위배된다고 하고... 시끌 벅적 하니깐.
    그리고, 항렬자도 있으니깐 뭔가 평등에 위배되는것같은 느낌도들고....폐지해버리고.... 이름은 한자 혹은 두자로 쓰는 것으로 통일 합시다.
  • 지단짱 2004/12/23 [14:02] 수정 | 삭제
  • 양성쓰기운동이 현재의 호주제 폐지와 양성평등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반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양성쓰기를 법제화한다는 것에는 분명히 반대한다

    이글을 쓰신 신정모라님은 아버지의 성씨인'신'과 어머니의 성씨인 '정'을 함께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서 신정모라님과 안우현주님이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았다고 치자 과연 그 자식의 성은 도대체 뭐가 되야 옳을까?

    '신정안우'(?) 아님 '신안'(?)
    앞의 경우로 정해진다면 앞으로 세대가 거듭해 갈 수록 성씨가 엄청나게 길어지는 웃지못할 희극적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신'과 '안'은 자식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히 자기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성이 틀림없을 것이다
    결국 근원을 따라가면 남자들이 정한 가부장적 성씨놀이에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코메디가 되고 만다

    결국 지금의 양성쓰기 운동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대한 주위환기를 하는
    말그대로 운동으로 그쳐야 하고,
    법제화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두개의 성 중에 하나를 자식에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아무래도 호주제 폐지 이후에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개인의 '성'씨 결정에 대한 자율권을 주어져야 한다는 운동으로 나아가는게 맞는게 아닐까?
    그러니까
    태어났을때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받은 성씨를 나중에 성인이 된 후에 자기 스스로 성씨를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은 반드시 엄마성 아빠성중에 선택할 필요도 없다
    자기가 쓰고 싶은 성을 쓸 수도 있어야 한다

    가끔 사람들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성'을 갖게 된 시기를...
    옛날에는 권력층만이 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 외 계층은 성이 없었다는 것을...

    그 짧은 '성쓰기 보편화' 역사에서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 몇개 안되는 성씨만을 가지고
    계속 번영 지속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설마 여자들도 족보놀음을 하고 싶은건 아니겠지요?
  • 지적이 2004/12/22 [15:28]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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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공자를 울린 여자'의 저자
    동화 '내 마음?/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