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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에 참여했던 진중권씨에게 드리는 고언
조선일보는 '사익추구집단' 안티조선이 친노무현 등식 버려야
 
소환   기사입력  2004/04/05 [21:12]

최근 진중권씨는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 사이에 끼어 호되게 욕을 보았습니다. 진보누리 컬럼란의 글들을 전부 삭제하는 항의시위까지 벌였던 것으로 보아 마음이 무척 상했던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워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진중권씨의 입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지금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자신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현정부도 문제지만 암묵적으로 안티조선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방송, 인터넷매체, 각종 커뮤니티 등 범안티조선진영의 힘이 이제는 컨트롤할 수 있는 단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동안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방송사들이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신설을 통해 제 목소리를 내기시작하자 그 파급효과는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인터넷매체이나 일부언론의 지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조중동’이란 용어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노무현이라는 안티조선 정치인의 등장과 함께 족벌신문사들의 해악상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하자 이들 신문사들의 바라보는 일반인들은 언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조선일보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새로운 시각은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급속히 약화시켰고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의 의제설정 능력이 인터넷 여론형성에 밀려 예전만 같지 못하자 위기의식은 증폭되었습니다. 더욱이 조선, 동아일보 창업주들의 친일부역문제까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하며 방송에서 다루어지자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말들을 진중권씨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것은 진중권씨가 말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조선일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직접하는 주장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진중권씨의 입을 통해 나간 말은 달랐습니다. 안티조선운동의 선봉장이었던 그의 말은 사회적 이슈화에 매우 적합했으며 정파적 시각에 매몰되어 언론을 바라보는 독자들에게도 더 설득력있게 들렸습니다.

한편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진중권이라는 이름을 빌어 내보냈던 조선일보의 기사는 진중권씨의 진짜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진중권씨의 말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조선일보가 하고자 한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진중권씨는 이러한 다소간의 차이에서 발생한 왜곡성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에 악용되고 있는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의 말이 진중권씨의 말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선일보 측에서 바라보는 한겨레, 오마이뉴스, 방송사들의 매체비평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각과 해석은 진중권씨가 인식하고 있는 것과 기본적인 틀에서 일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정파적 이익추구라는 공통된 해석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조선일보가 반노무현 보도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친노무현 방송매체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이것은 정파적 이익에 따른 이분법적 해석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식의 무리한 해석은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진중권씨는 조선일보의 해석방식에 일부 동의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바로 안티조선성향의 매체들을 친노무현 매체라고 취급하는 부분입니다. 진중권씨가 안티조선운동을 참여했던 동기와 그가 현재 비판하고 있는 안티조선성향 매체들의 동기는 전혀 다르다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의 근원인 조선일보에 저항했던 자신과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방송매체들은 도덕적인 면에서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진중권씨는 이들 매체들이 매우 정파적인 목적으로 의도성을 가지고 여론몰이를 위한 정치선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합니다.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의 여론조작은 조선일보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비판받아 한다고 주장합니다.

진중권씨의 이러한 비약적인 논리는 안티조선운동의 순수성이 자신과 같은 진보지식인에게만 존재한다는 독선적인 착각을 유발시킵니다. 그는 강준만, 유시민, 김동민, 서영석과 같은 지식인들은 모두 순수하지 못하다고 비판합니다. 바로 조선일보가 원하는 논리였던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모든 이들이 진중권씨와 같은 생각으로 안티조선성향의 매체들을 바라봐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친노무현성향의 매체들로부터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는 자신들의 억울함을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진중권씨가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겠습니까.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올려진 미디어관련 기사는 이러한 진중권씨의 주장이나 논리가 조선일보에게 악용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진중권씨는 그 기사를 비웃었습니다.

진중권씨는 조선일보를 한나라당의 기관지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도 우리당의 기관지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씨의 주장처럼 두 언론매체가 똑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조선일보의 본질에 대해 착각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그 신문을 보수신문으로 보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보수신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수구신문일까요? 아니면 진중권씨의 주장대로 한나라당 기관지일까요?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습니다. 또한 수구적 논조를 미덕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조선일보의 본질은 사익추구성에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적당한 선에서 챙기지 않고 무리하게 확보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공동체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시키는 것에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언제든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세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논조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의 성향을 보이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추구에 가장 적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사도 기업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사익을 추구할 권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라는 기업은 일반 사기업과는 다릅니다. 공공성에 대한 책임이 사익보다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즉 공동체 전체에 큰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자사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할 때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계속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조선일보의 사익추구성향의 근본원인은 기득권층과 결탁되어있는 족벌신문사라는 구조적 특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많은 지식인들과 평범한 시민들이 안티조선운동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이유는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은 한나라당이 밉고 노무현이 좋아서 안티조선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에 의한 사회적 피해가 심각한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진중권씨는 언제부터인가 좁은 정치적 시야 속에 갇히면서 자신이 안티조선운동에 참여했던 이유조차 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익추구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정치선동에 앞장서왔던 것이었고 안티조선성향의 매체들은 그러한 조선일보의 만행에 저항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중권씨는 이제 조선일보에 저항하는 매체들을 더 이상 초기의 시각으로 보지 않습니다. 조선일보와 똑 같이 보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똑 같은 사익추구집단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이들 매체들이 부와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국민들을 속이며 선전선동을 일삼는다는 진중권씨의 시각이 옳은 것일까요?

저는 안티조선운동에 참여하는 지식인, 시민들 그리고 매체들이 모두 순수한 목적만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 중에는 진중권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나쁜 의도를 지닌 사람들이나 세력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다수라고 확신하는 진씨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이들은 전체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며 범안티조선진영을 이끌어가는 것은 순수한 다수의 힘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최근 안티조선성향 매체들의 편파성을 의심하는 진씨의 주장에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그들 매체들과 조선일보를 동일시 하는 진씨의 무리한 논리는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진중권씨가 개인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안티조선운동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듯이 우리 사회에서 안티조선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사회 각 부분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만들어낸 글이나 기사나 프로그램들을 정치선전물 정도로 바라본다면 당사자들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가는 일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 이들을 모두 정치모리배로 취급해버린다면 우리가 원하는 사회변혁이란 목표는 요원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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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05 [21: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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