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원한다면 참사를 기억하라.”
29일 오후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가한 추모객들이 외친 구호이다.
159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며 추모하는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5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참사로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 지, 1년이 됐지만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고, 아무도 책임진 사람은 없다고, 이날 추모행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회 다섯분의 공동대표들이 무대로 나와 이날 ‘추모 참가자’들을 대신해 ‘기억, 추모, 진실을 향한 다짐’을 낭독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없었다, 재난 안전책임도, 인파관리 대책도, 질서유지 방안도, 응급조치 대처도, 경찰도, 소방도, 지방자치단체도, 그 시간 그곳에 없었다”며 “국회도 없었다, 거듭되는 사회적 참사와 재난을 겪으면서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재난참사에 대응할 법과 제도 하나 만들지 못한 국회도 그 시간 그곳에 없었다”고 피력했다.
이어 “조사기관이 설치될 때까지 국회와 정부를 지켜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질 때까지 연대와 지지의 손을 놓지 않겠다”며 “이 땅에 살고, 이 땅에 머물고, 이 땅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일상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안전사회가 건설될 때까지 책임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고 이주영 씨의 부친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이후 지난 1년은 일상이 멈춰버리고 오로지 슬퍼하고 애도해야할 그 시간에 그 원인을 밝히고 진상을 호소하고자 길거리로 나왔다”며 “특별법 제정을 위해 끝임 없이 목소리를 냈고, 그 와중에 상처도 많이 받았던 고난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것을 받쳐 열심히 키워왔던 우리 아이들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한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이 현실을, 이 억울함을 어디서, 어떻게 호소해야 하냐”며 “집안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는 흔적들을 끌어안고 살아가야할 이 아픔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울먹였다.
초청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 4당 대표들이 추도사를 했다. 여당 대신 고개를 숙였다.
▲ 추도사를 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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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9개의 우주, 159개의 세계가 무너진 그 날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권력은 오로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오늘 이 자리에 끝끝내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는 참사 때도, 지금도 희생자와 유족들 곁에 없다”며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가해자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책임을 져 달라고 1년 넘게 호소했는데, 가해자들은 행정문제, 비용문제 등을 운운했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유가족의 외침에 이미 진상규명은 다 되었다는 그 궤변으로,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정부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 정부의 무책임이 또 다른 사람에게 구멍을 내지 않도록 정의당이 여기 모인 제정당과 힘을 합쳐 피해자와 유족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긴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을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159명의 국민이 길을 걷다가 목숨을 잃은, 있어서는 안 될 참사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질 것 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할 국가가 이토록 무능하고 무책임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가 아니고 사고라고, 희생자가 아니고 사망자라 바꾸라고 말한 중대본의 책임자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사 1년이 지나도 국무총리일지를 몰랐다”며 “사고 책임자만 경질한다고 재난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지금까지 직을 유지할 줄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자리에 왔어야 했다, 이제라도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사죄했어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1주기 추모 자리조차 외면했다, 야당이 주도한 행사라고, 그러면 여당이 주도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국가의 무능으로 인한 사회적 참사를 여야 진영 논리로 바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참사를 정쟁화하는 것이 아닌가, 책임을 지기 싫으면 그 자리를 내려 놓으시라”고 강조했다.
이날 천준호, 이수진, 백해련, 이해식, 한정애, 강선우 등 민주당의원, 심상정 정의당의원 등 야당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여당인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언주 전의원 등이 참석했다. 추모대회에 분홍색 옷을 입은 이태원참사 유가족들 옆자리에, 노란 옷을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자리를 지켰다. 시민추모제에 1만 5천여명이 시민들이 참여했다.
한편 서울시청 시민추모제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4대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한 추모 기도회가 열렸다. 추모 기도회가 끝나고 추모객들은 오후 3시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서울역 등을 거쳐 시민추모대회장인 서울시청 광장까지 조사위 구성 및 진상규명 등을 외치며 행진을 했다.
30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여야 대표 및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이태원참사 1주기 추모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