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소년 소녀 난민의 비참한 현실과 우정 다룬 ‘토리와 로키타’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표류하는 난민의 비참한 현실 ‘토리와 로키타’
 
임순혜   기사입력  2023/05/02 [22:04]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향제가 연출한 영화로,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75주년 특별기념상 수상을 한 영화다. 칸영화제 공식 상영 후, 10분간의 감동적인 기립 박수를 받으며 해외 언론 매체의 뜨거운 극찬을 받았으며,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바스크 2030 아젠다상을 수상했다.

 

▲ 영화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토리와 로키타’는 지켜주고 싶은 남매 토리(피블로 실스)와 로키타 (조엘리 음분두)가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주며 함께 살아가고,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4월27일(목) 오후7시30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배우 진구와 공승연의 사회로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슬로건으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

 

▲ 영화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회색빛의 벨기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했으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표류하는 난민의 서글픈 현실을 그린 작품으로, 소외된 이주민들의 이야기이며, 도덕적 양심에 질문을 던지며 시종 긴장감을 넘치게 하는 스릴러라 할 수 있다.

 

벨기에의 한 도시에 있는 보호시설에서 살아가는 열한 살 토리와 열여섯 살 로키타는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난민이다. 남매처럼 붙어 다니는 둘은 사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다. 토리는 체류증이 있지만, 로키타는 없다.

 

로키타는 체류증을 얻어 가사 도우미로 취업해 토리와 함께 사는 게 소박한 꿈이다. 로키타가 체류증을 발급받으려면 당국으로부터 토리의 누나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면접 조사에서 날카로운 질문에 말이 막혀 번번이 실패한다.

 

▲ 영화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인 베팀의 지시에 따라 마약 거래를 하면서 돈을 번다. 체류증 발급이 무산된 로키타는 베팀이 허위 체류증을 만들어주겠다며 한 제안에 따라 불법 대마초를 재배하는 곳에 갇혀 일하게 되고, 불법과 범죄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토리는 모처에 갇혀 베팀의 불법 대마초를 재배하는 로키타를 구하기 위해 베킴의 이동하는 차량에 숨아들어 로키타를 찾게 되고, 둘은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체류증을 받아 토리와 함께 살려하던 로키타의 꿈은 처참하게 부서지고, 남겨진 토리는 다른 로키타가 또 생기기 않도록 하는 일에 전념한다.

 

▲ 4월27일(목) 오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배우 진구와 공승연의 사회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 임순혜

▲ 4월27일(목) 오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를 연출한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오른쪽)과 뤽 다르덴 감독(왼쪽)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임순혜


개막작 상영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장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신문 기사를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읽게 되었고, 기사에는 수백 명의 외국인 미성년자 아이들이 유럽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알게 모르게 사라져버린다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의 결과로는 굉장히 미래가 어둡다는 내용이었고, 제가 봤을 때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갑자기 어린 아이들이 계속 사라져 간다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두 아이의 우정을 그려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저희 영화에서 친구인 두 외국 아이들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고, 영화에서 메인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둘 사이의 우정이고, 빛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라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영화‘토리와 로키타’를 연출한 장피에르 다르덴 감독(오른쪽)과 뤽 다르덴 감독(왼쪽)  © 임순혜


뤽 다르덴 감독은 “어떤 영화를 같이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같이 함께한다. 뼈대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기반으로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과 상의를 하며 수정을 한다. 처음부터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해 문제 될 부분이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항상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라고 형제가 함께하는 영화 작엄에 대해 셜명했다.

 

뤽 다르덴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은 외국 아이들이고, 사회에서 가장 큰 취약자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외국 아이들이 어른 앞에 있을 때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이 두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이 있고 그 아이들만의 우정이 있는데, 이는 어른들의 세상보다 더 고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저희가 하고 싶은 사회의 부도덕한 부조리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영화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또한 뤽 다르덴 감독은 토리와 로키타가 부르는 노래의 의미에 대해 “패러독스가 있는 노래다. 처음에 시나리오 작업 당시 토리와 로키타가 이탈리아어 아니면 시칠리아어로 노래를 하나 불렀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이 노래는 벨기에 이민자분들이 어릴 때 부모님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어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이탈리아어 노래였고, 영화에서 보듯이 두 명 또는 혼자서도 부를 수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노래가 오래된 이민자들의 노래라는 사실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과 뤽 다르덴 감독은 1951년, 1954년 벨기에서 출생해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감독했다. 다르덴 형제는 1975년에 데리브(Dérives)를 설립하고 자신들의 작품을 포함해 6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1994년에는 장편영화 제작을 위해 레 필름 뒤 플뢰브(Les Films du Fleuve)를 설립했다.

 

▲ 영화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유럽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 주목한 영화를 만들어 온 다르덴 형제가 아프리카 난민, 특히 어린 소년 소녀 난민의 애환에 초점을 맞추어 비참한 난민의 현실을 고발한 영화라 할 수 있다.

 

'토리와 로키타'는 비참한 난민의 현실을 픽션이기는 하나, 영화를 보는 내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현실을 마주해 보고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비참한 현실 속 토리와 로키타의 우정은 그래도 한 가닥 빛이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 영화 ‘토리와 로키타’ 포스터  © 영화사 진진

 

“거부할 수 없고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DEADLINE), “강렬하다”(THE NEW YORK TIMES), “휴머니즘이 넘치는 드라마”(THE WRAP), “다르덴 형제 감독의 걸작”(TRANSFUCE), “마스터 클래스. 다르덴 형제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POSITIF) 등 극찬을 받은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5월10일 개봉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3/05/02 [22:0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