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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인 풍경 속 빛나는 여인<스칼렛>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 <스칼렛> 기자회견, 서정적이고 낭만적 사랑 그려
 
임순혜   기사입력  2022/10/08 [15:26]
▲ <스칼렛> 첫 상영 후 가진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과 주연 배우 줄리엣 주앙과 (라파엘 띠에리) 기자회견     © 임순혜
▲ <스칼렛>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화제작 가운데 감독이나 배우가 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 섹션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이 연출한 <스칼렛>과 프랑스의 알랭 기로디 감독이 연출한 독특한 코미디 <노바디즈 히어로> 두 편을 상영한다.
 
10월8일(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이 연출한 <스칼렛>은 프랑스의 1차 세계대전 직후에 노르망디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알렉산드르 그린의 러시아 콩트 <스칼렛 세일즈>(1923)를 각색한 영화다.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선박 노동자인 마틴 에덴이 상류층 여자 엘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영화 <마틴 에덴>(2019)에 이어 본인만의 서정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영화를 <스칼렛>에서도 독특하게 그려가고 있다.
 
전쟁에서 돌아 온 라파엘과(라파엘 띠에리)은 아내 마리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남겨진 어린딸 줄리엣(줄리엣 주앙)을 마을 주민들로부터 배척받으며, 마을에서 떨어진 아들린 부인(노에미 르보브스키)의  집에서  딸을 키우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 <스칼렛>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 <스칼렛>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전반부는  매우 어둡고 우울하게 진행된다. 라파엘은 아내 마리의 죽음 뒤에 숨겨진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비밀에 분노하고 아파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매우 어둡고 우울하게 흘러가나, 아버지와 딸은 황량하나 아름다운 숲과 바닷가에서 외롭지만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된다.

 
줄리엣은 마을 사람들의 적대적인 시선과 '마녀'라는 손가락질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강인하게 성장한다. 성장한 줄리엣은 어린시절의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아름답고 독특한 매력을 지닉[ 된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즐겨 부르는 아름답고 사랑스런 여인으로 성장하고, 시골의 조용하고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빛나는  여인의 존재로  변모하게  된다.
 
어느 날 한 마법사가 훗날 줄리엣이 하늘을 나는 주홍 돛을 단 배에 납치될 거라는 예언을 하고, 줄리엣은 이 예언을 굳게 믿으면서 아름답게 성장하며 왕자를 기다린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소위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영화의 시작 문구처럼  줄리엣은 아름다우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이어가다가 추락한 경비행기 조종사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스칼렛>에서 시골의 마법을 포착하면서 현실과 동화를 오가는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풀어내 가고  있어 무척 매혹적이다.
 
하지만, <스칼렛>에서 불굴의 용기와 상상력의 힘을  소유한 사람은  왕자가 아닌 공주이며,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왕자를 구하는 사람 역시 줄리엣이다. 

 

 

▲ 10월8일(금)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스칼렛> 기자회견     © 임순혜
▲ 10월8일(금)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스칼렛> 기자회견     © 임순혜



10월8일(금)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스칼렛> 기자회견에서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아주 단순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아빠와 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원작에는 '백마 탄 왕자님' 스토리가 나오는데  촬영을 하면서 줄리엣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밝히고, "원작을 보며 제 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며 "줄리엣은  수동적으로 왕자를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고,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원작 소설을 각색한 이유에 대해 "아는 프로듀서의 추천으로 알렉산드르 그린의 '스칼렛 세일즈'를 읽었다. 알렉산드르 그린이 러시아의 평화주의를 추구하는 작가였다.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가 단순하고 심플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빠지게 됐다. 아빠와 딸에 대한 이야기에도 매료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처음부터 계획된 건 아니었는데 촬영할 수록 줄리엣을 독립적이고 페미니스트적인 부분들을 강조하고자 했다. 이런 부분은 촬영장에서 다른 스태프와 배우들의 이야기를 고려해 감안해 각색했다"라고 설명했다.
 
줄리엣을 연기한 배우 줄리엣 주앙은  "원작에서는 시골에 사는 가진 것  없는 처녀가 왕자를 만나 인생 역전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줄리엣이라는 인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며  "촬영한면서 원작과 영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첫 연기인 줄리엣 주앙은 "<스칼렛>이 데뷔작인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움을 주셨다. 촬영 전에는 파리에서 연기 코칭을 받았다. 영화에서 노래도 불러야 해 음악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가브리엘 야레드 작곡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제 목소리를 듣고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어주셨고 작곡, 작사 등에도 참여했다"고 연기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밝혔다.

 

 

▲ <스칼렛>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 <스칼렛>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줄리엣의 아빠역을 한 라파일 티에리는  줄리엣 아빠 연기 주안점에 대해  "감독과 나는 비슷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연배는 전통적인 농촌사회에 대한 경험도 있고 지역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역시 함께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를 바탕으로 오늘의 현재가 존재한다. 아무리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뿌리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줄리엣의 아빠도 본인의 딸에게 정말 행복을 전달해주고 싶고, 본인이 갖고 있는 세상의 꿈을 딸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마음은 19세기에도 마찬가지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보편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스칼렛>은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영화 <마틴 에덴>(2019)에 이은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칸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던 작품이다. 러시아 평화주의 작가 알렉산드르 그린의 단편소설 '스칼렛 세일즈'를 각색한 작품으로, 영화를 시작하는 첫 문구 역시 원작에서 가져왔다.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1976년 이탈리아 출생으로 나폴리예술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다큐멘터리 <늑대의 입>(2009)으로 장편 데뷔했으며, 이후 연출작 <상실과 아름다움>(2015), <내일>(2021) 등의 작품으로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잭 런던의 소설을 각색한 <마틴 에덴>(2019)은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 토론토영화제 플랫폼상을 받았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에 초정된 바 있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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