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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택시? 우버 아파트도 있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콩 한 쪽도 햇빛 한 줌도 함께 나눈다
 
변상욱   기사입력  2015/07/08 [01:18]

 고품격 뉴스,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CBS <박재홍의 뉴스쇼> '변상욱의 기자수첩'에서 사회 현상들의 이면과 서로 얽힌 매듭을 변상욱 대기자가 풀어낸다. [편집자 주]


해마다 7월 첫 번째 토요일은 협동조합의 날이다. 신자유주의의 범람과 치열한 경쟁, 정부의 긴축 및 복지 축소, 기업의 상시 구조조정, 길게 이어지는 경기침체의 그늘 속에서 보통사람들의 삶은 내리막길이다. 버틸 수 있는 방책은 무얼까? 그것은 작은 힘들을 모아 큰 힘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협동조합이고 그 비슷한 형태의 협동과 공유의 공동체, 비즈니스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콩 한 쪽도 햇빛 한 줌도 함께 나눈다
 
서울에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있어‘햇빛나눔’사업을 벌인다. 각 가정에 작은 태양광발전소를 보급하는데 10가정이 모이면 어려운 가정 1곳에는 무료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준다. 11개의 가정이 하나의 태양광 지역조합이 되는 셈이다. 10가정이 못 되면, 모인 가정이 몇 만 원 정도 더 부담해 어려운 가정 1곳을 끌어 올 수 있다. 옥상이나 베란다에 작은 발전소 하나를 설치하면 냉장고 1대 정도를 감당할 전기가 생산된다. 만약 400만 가구가 집집마다 발전소를 두면 핵발전소 1기를 줄일 수 있다. 만약 전국의 공공기관과 학교, 교회와 성당 등 넓은 공간을 가진 건물들이 모두 발전소를 가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공유와 협동은 가정과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고 지구의 미래와도 이어진다.
 
주택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혼자나 둘이 사는 가구를 합치면 48% 수준이다. 그 가구들 모두가 방 1개만을 소유한 작은 집에 살고 있진 않을 것이다. 남는 공간을 함께 쓰고 나누자는 것이 공유주택이다. 공유주택은 크게‘코하우징(Cohousing) 집합공유주택’과‘셰어하우징(Shared Housing) 집합다가구주택’으로 나뉜다.
 
코하우징, 집합공유주택은 함께 계획해 집을 짓되, 각 개인의 개별공간은 줄이는 대신 함께 쓰는 부엌과 식당, 세탁실, 손님방 등을 운영하고 공동으로 정원과 텃밭도 가꾸는 형태이다. 셰어하우징, 집합다가구주택은 집 하나를 나눠 쓰는 형태다. 여러 명이 집 하나를 빌려 거실, 주방, 화장실을 공유한다. 이런 공유주택은 집값의 부담도 덜고, 서로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돌봐주면 육아나 가사의 부담도 줄어 맞벌이할 여유도 커진다. 공유주택을 잘만 마련하면 1층 정도는 세를 놔서 관리유지비를 줄일 수도 있다.
 
이밖에 빈집이나 빈방을 외국인 관광객 등 필요한 사람에게 돈 받고 빌려주는 공유형 도시민박도 늘고 있다. 독거노인이나 노부부가 외롭게 살면서 남는 방을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내어줘 젊은이들은 주거비를 아끼고 어른들은 의지할 말벗을 얻는 룸셰어링 사업도 번져가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승용차를 공유하는 우버 택시처럼 우버 주택도 흥행한다. 대표적인 모델이 에어비앤비(Airbnb). 시민들 집에 빈 방이 있을 경우 우리 집에 방이 비었다고 온라인상으로 등록해 두면 여행자가 방을 찾아가 묵게 된다. 방을 가진 사람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직거래를 하니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 스마트 폰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간단히 방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사업 시작 6년 만에 지난해 전체 이용자가 4천만 명을 넘어섰고 숙박업계 기업 가치로 세계 최대 호텔체인인 힐튼에 이어 2위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기 거실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자리를 제공하고 아침에 토스트를 함께 먹은 것이 이 기업의 시작이었다.
 
휴양지에 위치한 주택을 통째로 가족이나 단체 여행객에게 중개하는‘홈어웨이’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해 현재 190개국에 100만개가 넘는 숙박처를 확보하고 있다. 도심의 고급 주택과 상류층 여행객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원파인스테이’도 있다. 2009년 4명의 젊은이가 설립해 세계 주요 대도시에 고급주택 3,000곳을 확보해 놓고 있다. 휴가철 등에 서로의 집을 바꿔 사용하는‘러브홈스왑’(Love Home Swap)도 세를 늘리고 있다. 160개국에 주택 7만 채를 확보해 주택 교환서비스를 펼치는 새로운 기업이다.
 
◇ 남들은 창조 경제로 뛰는데…
 
협동과 공유의 가치가 온라인과 모바일에 결합되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와 부가가치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꼭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협동과 공유 안에 담긴 가치를 인식하고, 우리 주변에서 협동과 공유의 일거리들을 찾고 서비스로 구축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직속 사회적경제위원회를 구성해 협동과 공유의 가치를 시장에 접목하게 된다. 정쟁으로 소란스런 날들만 이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이런 것들이 실현될지 모르지만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속에서 경쟁하며 우버를 만들고 에어비앤비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이제는 부디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사회가 젊은 세대의 요구와 변화를 수용해야 하고, 이런 가치와 방법론을 일찍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다음세대들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공유경제를 창조하며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자본주의와 그 뒤를 이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지켜보며 지구촌 민초들의 각성은 공유사회와 공유경제로 옮겨지고 있음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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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7/08 [01: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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