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엉터리 공화국의 엉터리 정권
[김영호 칼럼] 무책임-무능력 관료집단에 업혀있는 엉터리 정권의 나라
 
김영호   기사입력  2014/05/08 [16:16]

세월호가 그 숱한 어린 넋을 삼키고 말았다. 그 바다를 지척에서 애간장을 태우며 바라만 봐야했던 엄마, 아빠의 절규를 뒤로 한 채 말이다. 살릴 수 있었던 무고한 어린 생명들을 잃은 탓에 추모의 물결이 온 나라를 뒤덮는다. 세월호는 거대한 블랙홀마냥 1년반이 넘도록 국가근간을 송두리째 흔들던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도, 간첩조작도 단숨에 빨아들였다. 그와 동시에 이 나라의 총체적 난맥상을 끝없이 토해내는 활화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얼마나 엉터리 나라인지 말하기에 국민은 더욱 분노한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18년간이나 운항해 퇴역을 앞두고 있었다. 1999년 1월 이명박 정권이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자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이 사왔다. 이 고물선박을 증-개축해 정원까지 늘렸다. 복원력이 떨어진 배가 상습적으로 과적했으니 언제 침몰할지 모를 위험을 만재하고 달린 꼴이다. 온 나라가 세월호의 충격파에 휩싸였건만 박근혜 정권은 정신을 못 차린 것같다. 이 와중에도 총리실이 해양수산부에 선박안전규제를 더 감축하라고 닦달한단다. 아직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한 규제가 ‘원수’이자 ‘암덩어리’ 보이는 모양이다.

선박 침몰사고가 나면 ‘버큰헤드의 기강’이 곧 잘 인용된다. 영국해군의 최초의 철제선박이었던 병력수송선 버큰헤드호가 1852년 2월 26일 케이프타운에서 140km 떨어진 해역에서 좌초했다. 구조정이 모자라 승객 638명중에서 445명이 사망했다. 선장 로버트 새몬드는 ‘아녀자 우선’ 하선을 지시했고 병사들은 기사도를 생명으로 알고 죽음으로 그의 가족들과 이별했다. 1912년 4월 14일 자정 무렵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뉴펀들랜드에서 640km 떨어진 해역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다. 구조정이 부족해 710명만 구조되고 1,515명이 사망했다.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와 승무원들은 승객구조에 사력을 다하다 배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

침몰선의 선장은 모든 승선자가 탈출한 다음 마지막에 하선한다. 아니면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한다. 이것은 뱃사람이면 명예로 알아야 하는 불문율이다. 그런데 21세기 이 나라의 세월호는 선장과 선원들이 인간의 도리마저 저버렸다. 배가 기울자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되풀이했다. 그 사이 옷까지 갈아입는 여유를 보인 그들은 승객들을 선실에 가두어 둔 채 탈출했다. 출동한 해경도 그들만 구조했다. 해경이 선장을 구할 시점을 포착한 동영상이 배 뒤쪽에 학생 수십명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때라도 해경이 탈출을 지시하고 구명뗏목만 풀어줬더라면 승객들이 뛰어내려 다 살 수 있는 사고였다. 그 시각 배안에서는 학생들이 카카오톡을 보내고 있었다. 사고초기 50분간 해경경비정 1척만 달랑 출동해 선원들만 구조했지 선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나머지 생존자들은 달려간 어부들이 구조했다. 방송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뛰어내린 사람들이다. 사고해역이 진도에서 불과 20km 떨어졌고 날씨도 좋아 구조작업이 수월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막강한 해군도, 1,600억원을 들여 건조했다는 수색구조선 통영함도 볼 수 없었다. 해경은 인근의 미해군 함정이 보낸 구조 헬기를 돌려보냈다. 119 구조대와 산림청이 급파한 구조헬기 10여대도 해경이 막아 구조활동을 펴지 못했다.

해상구조작업만이 아니라 수중수색작업도 엉망이다. TV화면이 대형 크레인들과 밤새도록 터지는 조명탄을 비추며 사상최대의 수색작업이라고 떠벌였지만 실상은 다르다. 크레인은 수색작업이 끝난 다음 선체인양작업에나 필요하고 조명탄보다 오징어잡이배의 조명이 훨씬 더 밝다. 해경은 해군의 잠수요원 UDT와 SSU의 잠수를 막았다. 해군특수부대 출신 UDT동지회는 해경이 구조작업을 막았다는 성명을 냈다. 서울시청이 급파한 한강수난구조대도, 수중재호급기를 갖고 뛰어간 119중앙구조대도 돌려보냈다. 문화재청의 수중발굴선 누리안호도 대기하다 돌아갔다. 민간인 잠수부는 근접을 막았다. 해경이 수상하게도 언딩이라는 해난구조업체하고만 손발을 맞췄다. 이 따위 짓을 하느라 선내에서는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다. 그 까닭에 노란 리본이 소리 없는 통곡의 행렬을 이룬다.

말이 해경이지 바다를 모른다. 해경청장을 비롯한 경무관급 이상 간부 14명중에 함장 경력자가 없다. 해양수산부를 독립부처로 승격했지만 소관업무조차 아는지 모르겠다. 요란하게 국민안전을 떠들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부처명을 바꾸었지만 한 일이라곤 갈팡질팡 뿐이다. 여기저기 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탑승-사망-실종자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해 오락가락한다. 무책임-무능력의 관료집단에 업혀있는 엉터리 정권이 엉터리 공화국을 이끄는 꼴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4/05/08 [16:1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