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영원한 집권세력 관료집단
[김영호 칼럼] 원전마피아 비리, 폐쇄조직 국무 담당하면 부패 필연적
 
김영호   기사입력  2013/07/02 [22:19]

출범과 동시에 인사홍역을 치른 박근혜 정부가 또 ‘관치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공공기관장을 관료출신이 싹쓸이한 데 이어 금융계 수뇌부도 소위 ‘모피아’라는 재무관료 출신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라는 점 말고도 그의 과묵과 칩거가 제한적인 인적 교류를 말해준다. 이것은 연고주의(cronyism)에 얽매이지 않고 인재를 널리 발굴할 수 있는 특장일 수 있다. 반면에 인적자원의 발탁범위가 협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칫 영민한 관료집단에 의해 포획될 우려가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관료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관치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정권은 5년 주기로 바뀌지만 권력을 영원히 장악하는 기성체제가 있다. 마지막까지 웃는 집권세력은 바로 관료집단이다. 정치군벌이 국권은 찬탈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가운영에는 무지하여 관료집단을 차용세력으로 등용했다.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권도 전문성의 결여로 군사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그 탓에 관료집단이 확고한 지배세력으로 정착했다. 고시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관료조직은 고시서열과 지연-학연을 중시한다. 비고시파나 외부세력에 대해서는 결속력을 발휘해 단호하게 배척한다. 비관료 출신 장관의 실패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고시파의 조직적 저항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본류가 한 줄기처럼 보이나 내면적으로는 지연-학연에 따라 여러 지류로 나눠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의 지연-학연-혈연에 따라 주류가 부침하는 것이다. 연고주의에 기탁해 밀착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개인적 연달을 추구한다. 정부요직은 물론이고 산하기관도 독식한다. 임명직, 추천직, 선출직이란 임용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연고세력 끼리 짜고 각종 청탁을 해결해주고 필요하면 국가정책까지 변경한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도 기관장이 고위관료 출신이면 높게 나온다는 게 정설처럼 굳었다.

관료집단은 본령인 정부조직뿐만 아니라 산하기관, 정부투자-출연기관은 물론이고 민영화된 공기업에다 민간의 업종별 협회-단체까지 수하의 조직으로 거느린다. 이 모든 조직의 요직은 퇴직관료의 노후보장용이다. 기관장, 단체장, 협회장, 재단 이사-이사장, 공기업 감사-사장-회장 등등을 싹쓸이한다. 사기업, 사립대학 인사에까지 간여하여 ‘낙하산’을 투하한다. 심지어 정부산하의 각종 위원회도 그들의 몫이며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도 먹이감이다. 사기업의 입장에서는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로 활용한다.

금융기관-금융회사의 경영진은 이른바 ‘모피아’의 독차지다. 이번 말썽도 KB금융지주 회장, 농협금융지주 회장, 국제금융센터장을 차지하고도 모자라 민간금융회사인 BS금융지주 회장까지 넘나보다 일으켰다. 이명박 정권 말기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금융감독원 출신이 저축은행의 감사를 독식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것은 재무관료의 하부조직에 불과하며 빙산의 일각이다. 관료조직이 휘두르는 칼은 산하조직에 대한 감시-감독권이다. 피감기관-단체-기업의 입장에서는 ‘낙하산’을 영입해 로비스토로 활용하는 것이 규제기관의 칼을 피하는 첩경이다.

대형 법무법인들이 앞 다퉈 퇴직 대법관,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직 판사-검사 출신을 영업한다. 법원-검찰의 인맥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이 확실한 승소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대형 법무법인은 판-검사만 영입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부처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감사원, 국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책부처와 권력기관의 고위직 출신들도 영입한다. 그 이유는 관청민원을 해결하고 나가서 정책변경-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이다. 여기서 기업, 단체 등 수혜세력은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어떤 공조직도 학연-지연으로 교직되어 무리한 청탁도 연고주의를 동원하면 쉽게 처리된다. 민간분야도 관청민원을 해결하는 통로로 집권세력의 연고주의를 활용한다. 재벌기업이 시장변화나 경기변동보다도 권력이동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경영진을 경영능력보다도 집권세력-관료집단의 학연-지연-혈연에 맞춰 발탁한다. 집권세력의 인사청탁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들을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정경유착이 형성되고 한국사회에 기생하는 거대한 지배세력이 형성된다.

연고주의에 근거한 폐쇄조직은 감시-견제의 기능이 상실됨으로써 긴장관계가 깨진다. 그런 조직이 국무를 담당하면 부정부패는 필연적이다. 특정대학의 특정학과로 똘똘 뭉친 원전마피아의 비리가 그것을 말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3/07/02 [22:1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