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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자격>, 폭풍감동 폭풍행복 몰아치다
[하재근 칼럼] 믿음과 조화의 하모니로 행복, <슈퍼스타K> 독기만 남아
 
하재근   기사입력  2010/09/28 [06:13]
예능 감동의 계절에 <남자의 자격>이 정점을 찍었다. 합창단 특집이 마침내 본 대회에 출전한 마지막편을 방영한 것이다. 이번 마지막편은 명실상부한 클라이맥스였다. 합창단의 공연에서나, 감동의 크기에서나 단연 최고였다. 감동과 눈물, 그리고 행복이 그 여운으로 남았다.

출연자들은 합창대회장에 간 이후 툭하면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때부터 이들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고조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본 공연이 끝난 후 너나할 것 없이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출연자들이 이렇게 깊게 몰입한 것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이 만약 그렇게 깊이 몰입하지 않았다면 그런 정도의 감정 고조가 없었을 것이고, 보는 사람들의 감동도 덜했을 것이다.

방송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마저도 잔뜩 떨다가 마침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이번 합창단 특집의 ‘진정성’을 웅변했다. 수많은 공연을 경험하며 건조해졌다는 박칼린도 뜨거운 눈물을 흘려 감동을 더 했다.

대단히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대단히 공익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다. 엄청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펼쳐 보인 것도 아니다.

그저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합창을 연습해 대회에 출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폭풍 같은 감동과 폭풍 같은 행복을 전해줬다. 이번에 방영된 <남자의 자격>은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높였다.

- 믿음과 조화의 하모니, 그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

이들이 한 것은 합창이다. 그것은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믿으며 서로와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하나의 하모니가 이루어졌을 때,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과정, 서로와 유대를 맺어나가는 과정, 그렇게 해서 이루어낸 성취가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일차적으로 당사자들이 누구보다도 행복했을 것이다. 이들이 얼마나 비상한 행복을 느꼈는지는, 합창대회장에 도착한 이후에 이들이 보인 감정의 고조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 행복은 시청자들에게도 전염됐다. 그래서 별로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가능했던 것이다. 너무나 행복했던 한여름밤의 꿈.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은 함께 꿈을 꿨다.

1등을 하건, 2등을 하건, 그런 것과 상관없이 무언가에 최선을 다해 도전하며, 타인과 유대를 나누고, 조화롭게 하나를 성취해가는 아름다운 세상. <남자의 자격>은 그런 세상의 의미를 일깨워줬다.

- 선우, 배다해가 서로 싸웠다면 -

요즘 <슈퍼스타K>가 냉정한 독기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독설이 난무하고, 사생활이 까발려지고, 무참히 짓밟히며 배제당하는 모습이 흥미를 자아내기는 한다. 하지만 거기엔 행복이 없다.

독기나 노출 등으로 사람들을 자극해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처럼 통하는 시대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그런 자극성 없이도 조화와 도전으로 얻어진 따뜻함과 행복으로도 얼마든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선우와 배다해 사이에 살 떨리는 경쟁이 전개되고, 팬들 사이에 상호비방이 난무하고, 둘 중 하나가 설움 속에 탈락한 것이 아니다. 둘은 경쟁이 아닌 ‘하모니’를 이뤘다. 그런 세상은 정말 몰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거기에 깊이 몰입한 것이다. 싸우는 구도였다면 <슈퍼스타K>처럼 흥미는 있었을지 몰라도 행복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지구 기업의 세상과 외계인의 세상이 대비된다. 한쪽은 이전투구의 세상이고 한쪽은 조화로운 공동체였다. 극 중 주인공과 수많은 관객들은 공동체를 응원했다. <슈퍼스타K>의 세상과 이번 합창단 특집의 세상도 그런 대비를 보였다.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 현실이 합창단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쟁보다는 우애가, 배제보다는 조화가 넘치는 사회. 그러면 마치 합창단이 그렇게 몰입했듯이, 우리도 우리 사회에 몰입하며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불행히도 현실에선 경쟁, 자살, 우울증, 증오폭력이 판을 치기 때문에 합창단의 하모니가 더욱 아름다웠다. 음악적 완성도와 상관없이,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합창단이 들려준 것은 천상의 소리였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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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9/28 [06: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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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고지고 2010/09/29 [17:32] 수정 | 삭제
  • 냄비근성, 호들갑, 촐싹거림, 경박하고 성급함, 단편적임...... 칼린과 그 합창단은 이미 출발점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고 시작한 것이고... 밑져 봐야 본전이고, 잘 한 만큼... 유명세를 얻고... 바닥 집고 헤엄치기... 그런 기획을 뭘 그리 감동적인 것처럼 떠들기는... 그럴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사는 수많은 서민과 노동자들이나 챙겨 주삼... 상업화된 TV의 노리개 노릇이나 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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