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이라크인 소유 알바그다디아TV 기자인 문타다르 알 자이디가 이라크 현지 기자회견 중인 부시에게 신발을 던지고 ‘개’라는 욕설을 퍼부은 사건이 이라크를 포함한 아랍세계에 큰 호응을 사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온라인판이 15일 전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뒤 가장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바그다드 인근 도시 사드르에서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미군철수를 외쳤다. 시리아인들은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웠고, 리비아인들은 ‘용기 있는 시민상’을 수여했다.
‘부시 봉변’ 하루 뒤 대부분의 아랍 세계에서 신발사건은 톱뉴스였다. 대부분 “속이다 시원하다”는 감성이 배어난 보도였다. 특히 반미 정서가 깊은 곳일수록 더 그랬다. 물론 일부 친미 정서가 짙은 쿠르드 도시나 이라크 정부는 좀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부시에게 14일 기자회견장에서 신발을 던지고 욕설을 퍼부은 문타다르 알 자이디(29)는 카이로에 있는 이라크인 소유 인디방송의 이라크 특파원. 그는 현장에서 보안요원에게 체포돼 감금돼 있는 상태. 이라크 당국자에 따르면, 국빈방문 정상에게 공격적 행동을 한 것은 최고 7년 금고형을 받을 수 있다.
▲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이라크인 소유 알바그다디아TV 기자인 문타다르 알 자이디가 이라크 현지 고별 기자회견 중인 부시에게 신발을 던지고 욕설을 퍼부은 사건이 있고 하루 뒤인 15일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바그다드 도심에서 반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온라인판 보도화면 갈무리. | |
아랍세계에서 누군가에게 신발을 던지는 것은 전통적으로 큰 모욕. 상대를 신발로 밝고 선 땅 보다 더 더러운 자로 치부하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신발을 던지며 욕설도 퍼부었다. “이건 이라크인이 주는 선물이다. 이게 바로 안녕의 키스다. 이 개야.”
사람을 개라 부르는 것 자체가 모욕적 언사인데, 특히 아랍에서는 전통적으로 개를 불결한 동물의 상징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그의 언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더 경멸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이 번 사건으로 부시와 함께 기자회견 중이었던 이라크의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총리가 곤혹스런 처지다. 그는 신발을 던진 행위에 대해 “부끄럽고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한 데 이어, 그를 고용한 위성채널인 알바그다디아TV에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방송사는 15일 밤까지 사과하지 않았으며, 대신 알 자이디 기자의 사진을 화면 한쪽에 계속 방영하고 있다. 특히 시청자들은 15일부터 종일 방송사에 전화를 하며 그의 행동을 칭찬했다.
“이라크가 주는 선물이다, 개야” 미군의 이라크 침공과 계속되는 주둔을 반대하는 이들은 알 자이디의 구금을 계기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분노를 폭발하고 있다. 종교, 인종, 계급을 뛰어 넘어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며 즉각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의 한 교사(45)는 IHT와 대담에서 “맹세컨대 교파가 다르더라도 모든 이라크 인들이 알 자이디의 행동에 환호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니파의 거점 도시 중 하나인 사마라에서도 그는 물어볼 것 없이 영웅. 한 시민은 “예절에 어긋났을 진 모르지만 이라크인의 정서를 제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르에서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미군의 즉각적 철수를 요구했다. 성조기를 태우고 자이디를 지지한다는 표시로 신발을 하나씩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나지프에서는 1천여명의 시민이 도심 중앙광장에 모여 부시의 이라크 방문을 규탄한데 이어 신고 있던 신벌을 벗어 미군부대 쪽을 향해 던졌다.
<자이디가 부시를 향해 신발을 연거퍼 던지지는 장면 동영상. fishguts566가 유투브에 올림>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이디의 행동이 비록 적이라도 손님을 능멸하지 않는 이라크의 전통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들은 미국의 협조와 미군주둔을 반기는 정부와 뜻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한 쿠르드족은 언론과 대담에서 “그의 언행은 테러와 극단주의에 도움을 줄 뿐”이라며 “행동보다는 부시에게 공격적 질문을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아랍언론들 ‘신발복수’ 집중보도
이라크 밖 아랍세계에서도 그의 ‘신발 복수’는 화젯거리가 됐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자이디의 사진을 하루 종일 방영하며,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수십 명의 변호사가 변론을 자처하기도 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레바논에서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모두가 자이디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그가 우리 모두의 이름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는 평이다. 리비야에서는 모하마르 엘 가다피 대통령의 딸이 대표로 있는 자선단체가 15일 자이디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세계 인권의 승리’ 공로로. ‘와 아타시모’라는 이 자선단체는 자이디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