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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에 맞선 ‘티벳독립 촛불’ 활활
[동향] 아바즈 등 NGO, 중국의 티베트·버마·다르푸르 지원 항의캠페인
 
최방식   기사입력  2008/08/18 [15:14]
길거리나 광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깃발을 나부끼는 전통의 저항이나 투쟁은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할 때가 왔다.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이 나라의 티베트 억압과 버마·다르푸르 독재지원을 규탄하고 싶어도 당국의 집회·시위 봉쇄로 불가능하기 때문. 대안으로 등장한 게 바로 온라인 시위(집회).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동안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의 주요 도시 어디에서도 이 나라를 규탄하는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봉쇄됐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수많은 인권단체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중국의 외교·정치·경제를 규탄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으니까.

남미에서 발행되는 ‘인터프레스서비스’(IPS) 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온라인시위를 가장 잘한 단체 중 하나는 ‘티베트를 위한 촛불’(Candle4Tibet.org). 개막을 하루 앞둔 8월 7일 밤 9시 세계 곳곳에서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는 촛불 밝히기 캠페인을 추진했다. 인도에서 시작돼 8일 밤까지 지구촌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

‘티베트촛불’ 1억여명 참여

이 캠페인 조직활동가인 이스라엘의 데이비드 칼리파는 IPS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50만여 명의 지구촌인이 지지의사를 밝혔고, 3900명 이상이 온라인사이트에 공식 후원회원(재정적)으로 등록했다고 덧붙였다. 이 온라인 시위에는 연인원 1억여명이 참여했다.
 
▲ '티벳을 위한 촛불' 사이트 메인화면.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국의 티벳 독립운동 억압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방식

전직 은행 투자전문가였던 칼리파는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캠페인이 시작됐습니다. 조직된 캠페인이 아니었어요. 자금도 없었고. 정말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거죠.”

4개월 전만해도 칼리파는 미국의 유명한 개인 홈피 네트워크인 페이스북(Facebook)의 7천5백만명 회원 중 한명에 불과했다. 1951년부터 중국이 티베트를 강제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뜬 사이트 이웃들이 하나 둘 모였다. 이들은 결국 캠페인을 위한 전문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캠페인 웹사이트에는 미국, 인도,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등 150개 나라의 네티즌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대만, 일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인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칼리파는 “아마 언어장벽 때문에 그럴 것”이라며 “인터넷 활용 제한이나 빈약한 사회네트워크 등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는 자국어로 번역한 사이트를 운영하며 열성”이라고 덧붙였다.

150개국 누리꾼 인터넷 시위

자신의 이름을 아슈르라고 밝힌 태국의 한 활동가는 “아시아 누리꾼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지역 내에서 너무 큰 나라이다 보니 그렇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중국에 반감을 드러내는 건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를 하게 된다는 것.

인권단체와 관련 활동가들은 이처럼 인권침해가 심각한 다르푸르, 버마, 티베트 뒤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국을 압박하는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국 내에서 집회·시위가 불가능하자 인터넷상에서 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온라인 캠페인 단체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경 없는 기자회’(이하 RSF, www.rsf.org). 올림픽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 RSF는 플래카드(시위 구호)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시위 사이트를 열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 사이트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세력)에 맞서 싸울 뿐 아니라 수감 중인 1백여명의 언론인(온라인 블로거 등 포함) 석방을 요구하려는 취지에서 개설됐다. 9일까지 온라인 시위에 13500여명이 참여했다.

온라인 시위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이 사이트에 들러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어 놨다. “올림픽 경기는 좋습니다. 하지만 탄압은 안 됩니다. 자유 없는 올림픽은 안 됩니다. 그래서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을 선언합니다.”

“올림픽은 좋지만 탄압은 싫어요”

‘다르푸르 올림픽’(darfurolympics.org)도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는 사이트 중 하나. 1주일간 온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올림픽 게임이 벌어지는 때 다르푸르 이슈를 네티즌에게 알리려는 것이다. 중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다르푸르 학살을 지원하지 말라.”

중국과 우호적 무역을 하고 있는 수단에서는 현재 내전으로 40여만 명이 살해되고 250여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중국이 비난받는 이유는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잔자위드’와 거래하는 것 때문. 중국은 이들에게서 오일을 사는데, 잔자위드는 그 돈으로 다시 중국 등으로부터 학살에 사용하는 무기를 매입하기 때문.

이 사이트에 들르면 베이징올림픽 개막 장면에 다르푸르 활동가들이 촬영한 난민캠프의 어린이 사진을 함께 볼 수 있다. 이 영상을 통해 올림픽 관객들에게 다르푸르 상황을 외면하는 15개 올림픽 후원사의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도록 주문하려는 것이다.

이들과 유사하게 국제행동으로 관심을 끄는 인터넷 캠페인단체인 아바즈(Avaaz.org)도 ‘올림픽악수’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구촌의 평화와 자유를 염원하는 취지. 아바즈 사이트에 들어가면 14대 달라이 라마의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아바즈는 아시아, 중동, 동유럽 여러 나라 어로 ‘목소리’를 뜻한다.

달라이 라마가 런던을 방문했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를 했던 데 착안해 시작된 이번 캠페인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10만여 명의 후원자를 확보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이 티베트, 버마, 다르푸르 이슈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에 나서도록 하려는 것.

“중국, 다르푸르·버마 지원말라”

하지만 ‘반 중국’ 캠페인은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티베트 독립 운동을 벌이는 칼리파는 “우리는 중국인이나 올림픽 그 자체를 반대하거나 규탄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 중 일부는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큰 호감을 가진 이도 있다”고 말했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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