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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서 성고문 사건 주인공, 권인숙 다큐로 조명
24일 저녁 EBS <시대의초상>에서 방송, 20여년의 세월 담담하게 풀어놔
 
김철관   기사입력  2007/04/21 [19:16]
군사정권에서 저질러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실제 당사자인 권인숙 씨의 일대기가 방송전파를 탄다.
 
24일 화요일 저녁 방송될 EBS(교육방송) <시대의 초상>(연출 김훈석)에서는 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실제 당사자인 권인숙 씨를 모시고 사건 발생 후 21년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당시 성고문 사건의 ‘권양’에서 현재 여성학자 권인숙 교수로 변신해 있는 그의 행적을 역사적 순간부터 현재의 일상까지 숨겨졌던 모든 얘기를 조명한다.
 
1986년 군사정권 시절 부천경찰서의 성고문을 최초로 알린 스물 두 살의 서울대학교 여학생 '권양'.
 
▲권인숙 씨가 80년대 운동권을 겪으면서 그 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군사주의적 특성을 밝혀 낸 '대한민국은 군대다'     © 국민일보
군사정권의 부도덕성을 폭로해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주인공' 권인숙은 이름 석자만으로도 역사적 무게가 있다. 오는 4월 24일 방송 예정인 EBS <시대의 초상>은 성고문 사건의 주인공으로서 살았던 권인숙의 육성 고백을 담았다. 부천 경찰서 사건의 현장, 감옥, 법정에서의 일련의 역사적인 뒷이야기에서부터, 여성으로 겪었던 결혼, 이혼, 그리고 현재의 일상까지 낱낱이 공개한다.
 
2007년 민주항쟁 20주년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접한 권인숙은 여성학 교수였다. 한때 역사를 움직였던 투사에서 현재는 평범한 마흔의 여성이었다.
권인숙은 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살아왔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특히 80년대 운동 조직의 위계와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민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은 군사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투적이었고, 가부장적 관계를 유지했다는 자성의 비판도 제기한다.
 
그년는 부천서 성고문사건에 대해 “그 사건을 되짚는 건 힘들고 울지 않고서는 못해요”라고 말문을 연다.
 
권인숙은 성고문 사건의 수사 과정, 13개월의 감옥 생활, 그리고 출소 후 피해 의식까지 겪었던 심적 고통 등 놀라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법정에서 겪었던 모욕과 양심수들이 모여 있던 감옥생활 등 밝혀지지 않은 뒷이야기, 출소 후 권양에서 권인숙으로 이름을 밝힌 사연과 정치권의 러브콜, 그리고 몇 년 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검사장과의 쇼 같은 만남을 제안 받은 일화까지 권인숙은 모든 얘기를 공개했다.
 
하지만 그녀는 20년이 넘게 지난 사건임에도 편히 얘기를 털어놓지 못한다.
 
“그 사건을 되짚은 건 울지 않고서는 못해요. 잘 이겨냈든 안 이겨냈든 별거 아닌 일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은 아니죠.”
 
역사에 가려졌던 부천 성고문 사건의 뒷이야기에 앞선 그녀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은 것이다.
 
권인숙 씨는 “항상 어두운 어떤 이상한 투사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어요.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이 너무 싫죠”라고 말한다.
 
지난 21년간 권인숙의 크고 작은 행동은 언론의 관심이었다. 결혼과 이혼, 유학 그리고 교수가 되기까지, 개인으로서의 삶조차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동안 권인숙은 대중에게 비춰졌던 투사로서의 모습이 부담스럽다고.
 
그녀는 연예인 얘기하기를 좋아하고, TV 보기를 좋아하며, 꾸미는 욕구를 발견한 40대의 보통의 여성일 뿐이었다. 시위가 있을 때 차가 막힐까 고민하는 소시민적 삶을 살고 있다는 그녀.
 
권인숙은 조영래 변호사와 당시 동료 변호사였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노래 경쟁 일화까지 얘기했다. 딸과 보내는 저녁시간까지 공개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7년에서 보는 1980년대 그 사건을 오늘의 젊은이들과 공감하기 위해 실험적인 영상으로 재현했다. 권인숙의 자서전 '하나의 벽을 넘어서'를 바탕으로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애니메이션과 랩으로 제작한 것이 인상적이다.
 
프로그램을 담당한 김훈석 PD는 “인터뷰를 표현한 그래피티 작업과, 모형 촬영 등 실험적인 영상으로 21세기 시청자와 함께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권 씨는 인터뷰를 마친 뒤 시시콜콜 그녀의 모든 이야기를 풀어야 했기 때문인지 ‘이렇게 집중적이고 본격적인 인터뷰가 처음 이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뷰 내내 권인숙은 유쾌했고 꾸밈없고 솔직했으며 당당했다”며 “그렇지만 역사의 주인공이란 의미를 훼손하는 삶은 살지 않겠다는 꼿꼿한 모습도 보여줬다”고 밝혔다.
 
매주 화요일 저녁 10시 50분부터 11시 40분까지 방송되고 있는 EBS(교육방송) <시대의 초상>(책임 프로듀서 김현, 연출 김훈석 외)은 198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 문학, 스포츠, 과학, 정치, 학술 분야 등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자전적인 육성을 통해 그들의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자 하는 신개념 인물 다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7년을 맞아 EBS가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화’의 중요한 한 축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역동적인 사회의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던 인물들을 통한 과거와 현재, 미래와의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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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21 [19:1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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