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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각의 함정'에 빠져있는 민주당
공자께서 한비자에게 박살난 이유는?ba.info/css.html'>
 
이름쟁이   기사입력  2002/09/06 [19:41]
브랜드 포지셔닝(brand positioning - 소비자의 마음 속에 자사제품이나 기업을 표적시장·경쟁·기업 능력과 관련하여 가장 유리한 포지션에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FWMTS함정' 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Forget What Made Them Succesful-자신을 성공하게 만들어준 것을 망각하는' 의 약자로서 본 이름쟁이는 이것을 흔히 '배은망각의 함정' 이라고 부릅니다.

'배은망덕한 망각의 함정' 라 해서 그렇게 이름붙힌 것인데, 마누라가 고생해서 남편의 성공을 도왔는데 남자가 돈 좀 벌었다고 다른 여자한테 혹해서 조강지처를 버릴 경우 세상의 지탄을 받고 인간말종이 되는 것처럼, 브랜드 또한 자신의 성공을 도왔던 본래의 '포지셔닝'을 차 버리고 다른 '포지셔닝' 에 기웃거렸다가 '브랜드 말종' 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을 일러 '배은망각의 함정' 이라고 합니다.

과거 미국의 렌트가 업계에서 1위였던 허츠(Hertz) 에 대한 '대항의 포지셔닝' 으로서 AVIS는, '아비스는 렌터카업계에서 2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고객은 어째서 우리를 이용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광고로 2위인 아비스를 1위인 허츠에 연결시키고 약간의 '약자 옹호 심리'를 이용하여 확고하게 2위를 차지했습니다.

첫해에는 120만 달러, 2년 째에는 260만 달러, 3년 째에는 500만 달러의 이익을 남기며 승승장구하던 AVIS 는  '마법사, 아비스' , '공항을 급하게 빠져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아비스가 있으니까요.' '아비스는 이제 1위가 되려고 합니다'.. 라는 광고로 '대항의 포지셔닝'을 버리고 다른 포지셔닝을 전개하였는데, 그 결과는 소비자들에게 'ZOT까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라는 야유였으며 3위였던 내셔널에게 2위를 빼앗기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배은망각의 함정' 에 '세븐업'도 빠졌는데,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 대한 '대항 포지셔닝' 으로 '우리는 콜라가 아니다' 라는 '非콜라' 캠페인으로 청량음료에서 3위를 차지했던 세븐업은 ' America's turning 7up - 미국은 이제 세븐업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 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을 전개하였는데 결과는 코카콜라의 '스프라이트' 에 3위 자리를 내준 것이었습니다. (세븐업이나 스프라이트 모두 사이다 비슷한 음료로서 한국에서는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 에 박살이 나서 구경하기 힘든 음료이다.)

미국이 세븐업에게 얼굴을 돌렸던 것이 아니라 등을 돌렸던 것이죠.

브라질에서의 스프라이트 광고


위와 같은 함정에 브랜드들이 자꾸 빠지는 것은 '경쟁자의 포지션'을 생각지 못하기 때문인데, 경쟁자들은 본래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데 자신의 포지션을 변경시킨다는 것은 '성공의 포지션'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자가 자신의 포지션을 빼앗으려는 것을 막지는 못할망정, 스스로 자기 포지션을 버리려 하는 것은 '배은망각의 함정' 뿐 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시소의 원리'를 무시한 브랜드들에게도 곧잘 나타나는데,  '시소의 원리' 란, 하나의 이름을 서로 다른 두 상품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은 내려가게 된다는 평범한 원리가 브랜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인즈 (Heinz)' 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케첩' 으로 유명한데 본래 하인즈는 케첩이 아니라 오이지 비슷한 '피클'로 유명한 브랜드였습니다. 하인즈는 고객의 마인드에서 피클의 포지션을 차지했고 그것을 확립시켰었는데 케첩까지 진출하여 종국에는 케첩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만, 그 반면 '피클' 분야에서는 '블래식 (Vlassic)' 이라는 브랜드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기고 지금은 3위인가? 4위인가로 내려앉았습니다.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Xerox) 의 경우는 컴퓨터 사업에 진출하여 동일하게 Xerox를 사용하였는데, 마인드에 '복사기=제록스, 제록스=복사기' 라는 확고한 '복사기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던 소비자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제록스가 컴퓨터 사업이 잘안되자 고심끝에 내놓았던, "이 제록스 기계로는 복사를 할 수 없습니다" 라는 광고는 제록스 복사기까지 파탄으로 몰아넣었는데 그 이유는, 복사기가 아닌 컴퓨터를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 제록스의 의도였지만 이미 마인드에 '제록스=복사기' 라는 사실을 가지고 있었던 소비자들이 "제록스 복사기가 더 이상 복사가 되지 않는다고? 이런 개씨부랄 같은 일이 있나! " 라는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제록스 복사기의 판매율을 마구 떨어뜨리고 결국에 제록스는 애물단지인 컴퓨터 사업에서 철수하게 됩니다.

위의 두 사례는 전형적인 '시소의 원리'가 작용한 사례입니다. '브랜드 확장'으로 다른 사업에 성공할 수는 있어도 본래의 부문이나 다른 부문에서는 '시소의 원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며, 이는 포지셔닝의 변경으로 인한 '배은망각의 함정' 에 빠진 것과 같습니다. 한 사람이 한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 네모를 동시에 그릴 수 없다라는 평범한 사실이 브랜드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것이죠.

'시소의 원리'를 무시한 결과.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현재 계속해서 민주당과 수구세력과의 합당을 외치고, 계층과 세대를 기준으로 한 노무현진영의 대선전략을 '현실성 없다' 라는 말로 비난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배은망각의 함정' 에 빠져 있으며, '시소의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지지했던 '서민 계층'을 계속 간과하고 도외시하며 엉뚱한 쪽으로 '포지셔닝 계획'을 세우는 것은 본래 민주당의 포지션을 빼앗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다른 세력에 자신들의 포지션을 그대로 갖다 바치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DJP연합으로 정권을 창출했었던 것이니까 지금의 통합신당 추진이 배은망각의 함정이 아니라고?

아뇨. '배은망각의 함정' 맞습니다. 6.13지방선거와 8.8 재보선의 결과가 민주당이 '배은망각의 함정' 에 빠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자신의 지지계층을 배반하고 망각한 민주당에게 돌아갈 것은 fuck you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일면만 보고 DJP연합으로 정권을 창출했다고 자꾸 우기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인제 후보가 15 대 대선에서 500만 표를 획득해주지 못했으면 DJP연합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었습니다. 수구세력과의 지역연합은 그 한계가 있습니다. 뻔히 15 대선 성공의 이유가 있거늘 자꾸 15 대 대선의 결과를 왜곡해서 수구세력과 연합하자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이지 누구 말대로 '돌로 머리를 치고' 싶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배은망각의 함정' 에 빠져 자신의 포지션을 경쟁상대에게 빼앗기고, 개혁세력이 아닌 수구세력과의 동맹을 이룰 경우 '시소의 원리' 에 의해 자신들을 변함없이 지지해왔던 개혁성향의 사람들이 민주당을 완전히 외면할 것입니다.

'배은망각의 함정' 과 '시소의 원리' 가 결함되어 '민주당, It's different' 를 보여주었던 결과는 연속적인 선거에서의 연속적인 패배였다.


지속적인 개혁과 변화와 새로움을 원하는 20-40 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외면하고 유권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민들을 외면하고 대선에서 승리하겠다? 참으로 웃기고 역겨운 발상입니다.

수구세력과 동맹을 하고 싶으면 제 2의 이인제를 만들어 내세요. 그러면 수구세력과의 동맹을 마지못해 승인하겠습니다.

정몽준 의원이 이인제 후보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거라고?

풋.... ^^

이인제 학습효과를 뼈저리게 경험한 영남유권자들이 눈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벌써 두 번의 선거에서 경험했으면서도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 갑니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구도를 서민.세대의 대결로 정착시키고 거기에 호남표와 노후보의 영남에서의 고정지지표 (30%)을 획득하는 방법뿐입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엉뚱한 대선전략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민주당내의 수구세력에 가까운 반노무현세력이지 노후보가 아닙니다.

왠만하면 빨리 민주당을 나가서 자신들의 뜻을 펼치지 왜 아직까지 민주당에 남아있는 겁니까? 민주당 지지자들은 반노무현 세력을 원하지 않던데 빨리 나가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낙동강에서 오리들과 함께 울고 있다보면 정몽준 의원이 불쌍하게 생각해서 거두어 줄 가능성도 있으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빨리 나가세요.

그리고 이미지 메이킹에 힘쓰고 있는 정몽준 의원을 만나거든 이 말을 전해주세요.

지금은 '이미지의 시대가 아니라 포지셔닝의 시대' 라고 말이여요.

이미지와 포지셔닝의 관계를, 중국의 '한비'는 그의 글 한비자(韓非子)의 '難'에서 진문공에게 이미지를 간했던 옹계와 포지셔닝을 간했던 구범의 사례로서 후세들에게 가르쳐주었는데, 그것을 정몽준 의원을 짝사랑하는 반노무현 세력들에게 전해줄테니 잘 듣고 서로 돌려 읽으시기 바랍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晋)나라 문공이 장차 초나라와 전쟁을 하고자 하여 '구범' 이라는 사람을 불러 물었습니다.

"과인은 장차 초나라와 전쟁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저편은 사람의 수가 많고 우리는 적으니 , 이 일을 성취하려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구범이 대답하기를

"신이 듣건대, 군자는 번잡한 예의를 지키는 데는 충실과 성실을 다하지만, 전쟁에 임해서는 속임수를 꺼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군주께서는 적을 속이는 술책을 써야 할 것입니다."

문공은 구범이 물러간 뒤 '옹계' 라는 사람을 불러 같은 것을 물었습니다. 옹계가 대답하기를,

"사냥할 때 숲을 태워 버리면 많은 짐승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 뒤에는 반드시 짐승의 씨가 마를 것입니다. 속임수로써 백성을 대하면 한때는 승리를 차지할 수 있겠지만, 그 후로는 반드시 백성의 신망을 되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문공은 옹계의 말을 칭찬했으나, 실제로는 구범의 계략에 따라 초나라와 싸워 이를 격파했습니다. 그후 귀국하여 논공행상을 행하는데, 옹계의 서열을 먼저 하고 구범을 그 뒤로 했습니다.

신하들이 물었습니다.

"승리는 구범의 모책에 따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포상은 뒤로 하신 것입니까?"

문공 왈,

"이는 그대들이 알 바가 못된다. 구범의 말은 일시적인 모책이지만, 옹계의 말은 만세의 이익이 되는 말이다."

공자(孔子)가 이 말을 듣고 말했습니다.

"문공이 천하의 패자(覇者)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는 이미 일시의 이익을 알고, 또한 만세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공자의 의견에 쫑코를 주었습니다.

( 이름쟁이 註 - 한비자를 읽다보면 공자께서 자주 '어떤 사람' 에게 처참하게 박살이 나는데 그 '어떤 사람'이 한비자 본인 인지 다른 사람의 말을 전언(傳言)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儒家 의 주장을 자주 박살내던 法家의 중심이었던 한비자 본인이 '익명'을 이용하여 공자님을 자주 박살낸 것으로 추측된다. 사서삼경 같은 유가의 사상을 담은 책을 제외한 숱한 중국고전에서 공자께선 끊임없이 박살나시는 불쌍한 신세가 된다. 논리와 오류게임을 즐겨하시는 분들이 중국고전을 읽으면 그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것이다.)

"옹계의 대답은 문공의 물음에 합당한 것이 아니었다. 대체로 남의 물음에 대한 답은, 그 물음의 취지를 잘 생각하여 물음의 대소와 완급(緩急)에 따라 해야 하는 것이다. 물음은 높고 큰데 낮고 좁은 것으로써 대답한다면 현명한 군주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문공이 적은 병력으로 많은 적을 물리칠 계책을 물었는데, 옹계가  '그 후로는 백성의 신망을 되찾을 수 없다' 고 대답한 것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문공은 일시적인 이익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고, 또 만세에 통하는 이익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싸워서 이기면 곧 나라가 평안하고 몸이 안정되며, 군대는 강해지고 나라의 위엄이 서게 된다. 그러므로 비록 나중에 백성의 인망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한 이익을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이긴다는 것은 일시적인 이익이 아니며, 또한 만세의 이익을 얻는다 해도 장차 환란이 닥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이긴다는 것이 만세의 이익이라 해도 조금도 그릇된 말은 아니다.

만약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나라는 망하고 군사는 약해지며, 몸은 죽고 명예는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당장의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불가능한데, 어느 겨를에 만세의 이익을 기다릴 수 있겠는가?

만세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승리에 있으며, 오늘의 승리는 적을 속이는 데 있다. 따라서 속이는 것이 곧 만세의 이익인 것이다. 그래서 옹계의 대답은 문공의 물음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 것이다.

또한 문공은 구범의 말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구범이 속임수를 꺼리지 말라고 한 것은, 그 백성을 속이라는 말이 아니라 적을 속이라는 말이다. 적이란 정벌하고자 하는 나라를 말한다. 이미 정벌한 이상 뒤에 신망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문공이 옹계를 우선적으로 포상한 것은 그에게 공이 있어서인가? 초나라를 공격하여 적군을 무찌른 것은 구범의 모책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옹계의 진언이  훌륭했기 때문인가? 옹계는 '그 후로는 백성의 신망을 되찾을 수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것은 선한 말이 아니다. 이에 비하여 구범은 두 가지를 다 겸했던 것이다.

구범이 말한 바는, 예의를 지키는 군주는 충실과 성실을 다한다고 한 것이었다. 그 충실은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요, 성실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구범은 이미 백성을 사랑하고 속이지 않을 것을 말했는데 이보다 더 선한 말이 어디 있겠는가? 반드시 속임수를 써야 한다고 말한 것은 군사상의 계책이었을 뿐이다.

구범은 처음에는 훌륭한 말을 했고, 뒤에는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게 했다. 구범은 두 가지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포상이 뒤로 미루어졌고 옹계는 하나의 공도 없음에도 먼저 상을 탄 것이다. 그러니 문공이 천하의 패자가 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孔子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평가를 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략)

바로 위의 "그러니 문공이 천하의 패자가 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孔子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평가를 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 부분을 이름쟁이 식으로 고치면, "공자는 이미지를 간했던 옹계와 포지셔닝을 간했던 구범의 옳고 그름을 분간할 줄 모르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평가를 했던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라고 바꿀 수가 있는데, 한비자가 '어려움' 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難'에서, 이미지와 포지셔닝으로 비유해서 말하기에 적절한 부분이 있기에 발췌하여 '이미지' 에 몰입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을 약간 비판해 보았습니다. ^^..

(요즘 KBS드라마 '제국의 아침' 에서 고려의 광종이 '한비자'를 읽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경영서로 참고하기에 매우 좋은 책입니다. 저는 고등학생때 한비자를 처음 접하고 지금까지 7번인가? 통독했는데 진시황과 광종이 반색하며 참고했던 이유가 있는 책입니다. 한번들 읽어보세요.)

지하철에서의 두여자 - 많은 모방형 상품들로 포화상태가 되어 버린 '이미지'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인드중 어느 곳에 위치할 것인가의 '포지셔닝' 에 집중하라. 소비자는 쳐다보게 되어 있다.


(중국의 제자백가(諸子百家) 의 주장을 접하다 보면, 그들이 '포지셔닝' 에 열중해 각각의 勢를 형성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공자님의 유가사상이 거의 올코트프레싱으로 박살이 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돈의 시대에 평화로운 세상에 알맞는 유가사상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자님의 사상은 춘추전국 시대의 군주들이 취하기에 알맞는 포지셔닝이 아니었고 따라서 공자님의 포지셔닝은 영양가 없는 포지셔닝 이었다는 것이죠. 나중에 漢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지만.)

마지막으로......

'세대'에 포지션을 두고 노후보 진영에서 '디지털 리더십' 이란 '대선주제어'를 잠정적으로 준비해놓았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나중에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더 좋은 대선주제어로 대체되기까지 대선주제어 중의 하나로 '디지털 리더십' 이, '세대'를 가르는 중심에 '디지털' 이 놓이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이미 '디지털 디바이드 (digital divide -정보격차로 인해 나뉘어진)' 된 사회이기 때문인데, 사이버 칼럼리스트 민경진님의 '테크노 폴리틱스' 라는 책의 '신토불이,신책불이' 가 그것을 잘 설명하고 있기에 그 글과 나머지 2개의 민경진님의 글을 덧붙이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민경진님이 기존에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모아 얼마 전에 나온 책인데 노후보의 '디지털 리더십'을 뒷받침하고 설명하기에 매우 좋은 책입니다. 노후보 진영은 민경진님의 책을 많이 활용하세요.

민경진님을 만나 저자의 친필싸인을 받은 책을 한권 선물로 받았기에 링크를 하나 연결합니다. ^^~

  인터넷서점에서 '테크노 폴리틱스' 구매하기

디지털 디바이드와 신토불이

신토불이(身土不二) - You are what you eat.

이미 익숙한 단어다. 그러면 이런 말은 어떨까?

신책불이(身冊不二) - You are what you read.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20-30대는 노무현 후보, 40-50대는 이회창 후보로 한결같이 지지성향이 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기세로 두 후보가 연말까지 대립을 하다 보면 이번 대선이 세대간 갈등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자가 인터넷 세대라면 후자는 조.중.동 세대다. 그래서 신책불이(身冊不二)다. 한 사람의 사고방식은 그가 무엇을 읽고 접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대선은 구세대 미디어와 신세대 미디어가 사활을 걸고 자웅을 겨루는 건곤일척의 한 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서구 산업국가와 제 3세계 간에 심화된 경제격차가 정보화시대에 이르면서 더욱 극심해 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예측은 대체로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한국의 디지털 디바이드는 일반적인 경제력 지표와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도시의 중산층 자녀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대체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산골.낙도의 초등학교까지 인터넷 단말기가 갖추어져 있고 PC방 역시 어지간한 읍면까지 없는 곳이 없어 경제력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인터넷에 접속할 여건은 갖추어져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디지털 디바이드는 젊은층과 중.장년 즉 세대간 갈등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들이 능숙하게 PC를 조작해 인터넷의 바다를 떠도는 한편에 키보드마저 익숙하지 않은 부모세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중.장년 네티즌들이 인터넷 상에서 동문회를 운영하고 싶어도 키보드는 커녕 PC조차 제대로 켤 줄 모르는 컴맹 동문들 탓에 제대로 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을 자주 하곤 한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편집장이나 김광일 논설위원이 네티즌들이 듣기에는 터무니 없는 악담을 인터넷에 퍼붇고 한나라당에서 홍위병 운운하는 음해를 걸핏하면 하곤 하지만 나는 이 사람들이 절대로 네티즌들 웃길려고 코미디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왜 신책불이(身冊不二)기 때문이다.

매일 조.중.동만 보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는 그런 발상 밖에 나올 수 없을 것이니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모 당직자는 신문의 90%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데 왜 이회창씨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세대간에 접촉하는 매체가 다르고 컨텐츠의 양과 질이 천양지차며 커뮤니케이션의 방식까지 다르니 나오는 말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어르신 세대에는 심각한 것이 네티즌들에게는 하이코메디가 되는 희한한 일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 집안에서도 네티즌 세대와 조.중.동 세대간에 대화의 코드가 달라지고 커뮤니케이션 모드가 달라지고 있으며 그만큼 정치적 간극 역시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하필이면 노무현과 이회창이라는 세대간 대표주자가 여야의 대선후보로 등장함에 따라 좋든 싫든 금년 대선은 세대간의 갈등이 급격하게 악화된 한해로 기록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국의 디지털 디바이드는 세대간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여러분은 올 한해 집안의 어르신들 챙기는데 각별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테크노 폴리틱스와 인터넷

먼저 백층짜리 빌딩을 지어 수만 명을 한 곳에 모아 놓을 수 있는 건축기술이 있었고, 수십 명의 정예요원이 PGP 암호기술로 CIA의 막강한 정보력을 따돌린 인터넷 통신이 있었으며, 여기에 수만 리터의 기름을 싣고 시속 800Km로 돌진하는 비행기가 있었다.

9.11 테러는 이렇게 해서 가능했다. 21세기 최초의 비대칭 전쟁은 20세기 테크놀로지의 총체적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중앙지'의 기술적 토대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유 없이 역사와 정치를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안티조선을 비롯한 언론운동도 매스미디어라는 정치·사회적 현상을 가능하게 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분석 없이는 헛다리 짚기 십상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로 대표되는 소위 '중앙지'가 남한 땅 전체의 여론을 장악하게 된 데는 20세기 테크놀로지의 배경이 있었다. 시간 당 수십만 부를 찍어내는 윤전기가 있었고, 밤새 전국에 배달을 가능하게 하는 고속 교통망이 있었으며, 분공장에다 신문을 통째로 전송해 현지인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위성통신이 있었다. 한국만의 특이한 중앙지 독과점 현상에는 이런 테크놀로지의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 역시 똑같은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며 언론제국을 만들어 온 것은 다를 바가 없는데 한국같은 중앙지의 전국 독점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은 나라가 원체 커서 수백만 부 신문을 찍어내도 일간지를 하루만에 북미대륙 전체에 배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항공운송도 발달하고 위성으로 신문을 전송해 현지인쇄하는 것도 가능해져 'USA투데이'같은 전국지도 생겨나긴 했지만 100년도 훨씬 전에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 지방지의 득세현상을 되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일부 독자에 한해 전국지 행세를 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산업시대 테크놀로지의 결과물인 종이신문의 위세는 조·중·동으로 쪼그라든 독과점 현상이 역설적으로 입증하듯 급격히 몰락하는 중이다. '중앙지'란 명칭에서 드러나듯 이들 신문은 서울에서 만든 여론을 탑-다운 방식으로 지방까지 일방적으로 주입한다는 점에서 테크놀로지의 일방향성과 닮은 점이 매우 많다.

신문지 형태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대량 배포된다는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논조와 여론의 형성 역시 일방적으로 주입된다는 점에서 20세기 테크놀로지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의식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조.중.동이 만든 인터넷신문 역시 종이신문을 인터넷 상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쌍방향 소통의 장 인터넷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가 출현했다. 전세계에서 인터넷에 접속된 1만5천 명의 기자가 1백여 개 이상의 기사를 매일 송고하고, 방송처럼 기사가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며, 독자의견이 있어 모든 기사는 이슈의 쌍방향 토론장으로 즉각 변신한다. 다른 거대 신문사들이 '오마이뉴스'에 자극받아 게시판을 만들고, 네티즌 리포터를 두고 기자메일을 운영하고 있지만 크게 보아 종이신문의 보조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20세기의 상명하복식 일방향 여론전달에 수십 년간 젖어온 이들의 논조가 하루 아침에 방향을 틀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마치 항공모함이 방향을 선회하듯 둔하기가 그지 없다.

몇 년 전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며 열심히 인터넷 보급 캠페인을 펼칠 때 조선일보는 구호에서 드러나듯 돈벌이와 경제발전의 수단으로서만 인터넷을 바라보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모든 테크놀로지에는 정치·사회적 함의가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껍데기만 인터넷이고 골수까지 산업시대 일방향 논조의 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조선일보의 비극이다.

이제 와서 마치 속았다는 듯 인터넷에 악담을 하고 있지만 다 자신들의 깜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증거이니 스스로를 탓하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인터넷 확산에 종이신문 조선일보의 캠페인이 한몫 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자기들의 손을 떠난 지 오래이니 조용히 골방에 들어가 인터넷 테크놀로지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 늦깎이 공부라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테크노 폴리틱스'의 미래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했지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인프라만 갖추는 데 전념해 왔지 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정치·경제적 의미가 무엇인지 누구 하나 차분하게 분석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와이어드>는 매월 받아 볼 때마다 항상 문명사적 깨달음을 주는 기사들로 가득해 내가 귀하게 여기는 잡지다.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창립자 빌 조이는 지난 해 초 이 잡지에 기고한 'Why the Future Doesn't Need Us'라는 글에서 테크놀로지와 정보로 무장한 소수의 테러리스트가 한 국가를 붕괴시키고도 남을 파괴력을 갖추게 됐음을 갈파해 9.11 테러의 가능성을 이미 예견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을 인용하자면 9.11 테러같은 것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나노기술, 바이오텍, 로봇공학이라는 세 가지 첨단기술이 완성되면 자본이나 거대조직의 도움 없이도 지식으로 무장한 소수가 지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이제 식은 죽 먹기라는 경고다.

우리도 인터넷 사회의 하부구조는 일단 완성이 되었으니 이제 이것의 문명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조용히 생각해볼 때가 됐다.

안티조선을 비롯한 언론개혁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이 생겨나게 된 물적 토대 자체가 인터넷이고, 조선일보의 탑-다운 방식 논조에 대항해 네트워크에서 거미줄 같은 수평적 연대에 치중한 것이 지금같은 성공의 이유일 것이다.

스스로 인터넷 운동의 영향력과 작동 방식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래야만 대선정국에서의 언론운동 역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정국에서 인터넷운동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지난 여름 안티조선 우리모두에 기고했다. 필자의 개인적 희망이 많이 담겨 있지만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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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비치'에서 더위 좀 식히시죠

저의 차는 방금 샌프란시스코 서쪽의 해변 '오션 비치'에 도착했습니다. '오션 비치'는 태평양에 면한 이 도시 최장의 해변으로 맑은 날에도 3~4미터 높이의 파도가 몰아칩니다.  

이곳에서 서쪽을 바라보고 12시간을 날아가면 서울에 도착합니다. 거리로만 따지면 뉴욕에 계신 분들이 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대양의 파도가 몰아치는 이곳에 서니 한국과 미국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새삼 실감하게 되는군요.

`97년 대선 당시만 해도 인터넷의 '인'자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꽤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7천마일에 이르는 태평양의 심연을 넘어 우리모두에게 글을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 전 보도를 보면 이제 한국인 두사람 중 하나가 네티즌이라고 합니다. 5년 사이 세상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맥루한이 주창한 '지구촌'은 최소한 한국인에 한해서는 실현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내년에 있을 대선에 대해 한 마디씩 하셨습니다. 다들 귀담아 들을 만한 주장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변수를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입니다. `97년과 2002년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인터넷 여론이 여당편이라고 주장한다면 주제 넘은 소리겠지만 최소한 압도적으로 젊으며 진보적인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민주당이 진보적 정책으로 인터넷 여론을 똘똘하게 주도할 경우 상당히 큰 덕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 정권이 사력을 다해 추진한 정보화 정책이 과연 차기 집권에 유리한 매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취한 고단수의 정치적 선택이었는지 영원히 알 수는 없겠으나 인터넷이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민주당 최대의 응원군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인터넷 변수를 무시하면 내년 대선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한편에서는 정보통신윤리법인지 뭔지로 인터넷의 언론자유를 제한하려는 한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때가 되면 정신을 차리겠지요.

조선일보가 틈만 나면 인터넷 때려잡기에 공을 들이는 것만 봐도 인터넷의 정치적 위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오마이뉴스'가 하루 접속 50만건을 달성했다고 뿌듯해 하고 있지만 이제 인터넷은 겨우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마 내년 대선에 접어들면 완연한 청년의 모습으로 자라나 최강의 여론 선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조.중.동의 정보력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최고급 정보는 정부와 여권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제가 민주당의 참모라면 이런 고급 정보와 보도자료를 조.중.동을 비롯한 일간지를 통해 먼저 유포시키는 바보스러운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요 인터넷 언론과 영향력 있는 게시판에 가야만 가장 최신의 최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유권자 사이에 퍼지기 시작하면 이들은 신문과 방송을 제치고 모두들 인터넷을 향해 몰려들 것입니다.

이미 전 국민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완성됐습니다. 또한 압도적으로 진보 편향인 인터넷의 정치적 성향 역시 분명해 졌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취해야 할 매체 전략 또한 분명합니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의 젊고 진보적인 정치적 필터 작용을 거쳐 대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수구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쓰레기같은 야당의 헛소리는 이러한 정보의 유통과정을 통해 철저하게 분쇄될 것입니다.

앞으로 내년 대선 전망에 대해 한마디씩 하실 분들은 제가 지적한 정보의 유통환경, 매체환경의 혁명적 변화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신 뒤 글을 올리실 것을 충고하는 바입니다.

이제 노트북의 인터넷 접속을 끊겠습니다. 잠시 후 제가 쓴 글은 7천마일에 이르는 인터넷의 바다를 건너 여러분의 PC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오션 비치에서

jean      

노무현과 메타캐피탈

요즘 삼성이 국내에서 '국가대표 브랜드'란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이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지난 해 브랜드 조사 전문업체인 '인터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 순위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삼성'은 '스타벅스'와 함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는 약 64억 달러의 가치로 42위를 차지했는데 1등은 690억 달러의 '코카콜라', 2등은 650억 달러의 '마이크로소프트'다.

코카콜라는 주식값과 상관없이 단지 이름만 팔아도 690억 달러를 계산해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회계사무소에서는 현물 자산 외에 브랜드 자산까지 장부에 계산해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경제학에서는 단골소비자의 숫자, 브랜드의 인지도 그리고 고객정보 등을 기존의 현금자본과 구분해 '메타 캐피탈'이라고 부른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바로 '권리금'이란 개념이다. 상가의 건물 값이나 설비의 장부상 가격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간에 확보한 고객이나 인지도를 감안해 건물값의 몇 배에 해당하는 '권리금'을 요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자산은 방에 그득한 서버나 사무용 집기가 아니라 바로 이 사이트에 축적된 수천만 고객의 구매정보 그리고 이들이 게시판에 올린 엄청난 양의 서평과 음반평 들이다. 참고로 같은 인터브랜드 조사에서 아마존의 브랜드가치는 31억 달러로 76위를 차지했다. 생긴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인터넷 서점의 가치가 거대 전자업체 삼성의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산업시대의 논리에 익숙한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은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실제로 정주영 씨는 지난 `92년 대선에서 5천억 원만 있으면 전국 유권자의 표를 모조리 살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지 않았던가? 유권자에게 대접한 냉면그릇 갯수와 10만 원 봉투의 수로 표를 계산하는 구세대 정치인들의 머리로도 이해되지 않고 조직의 힘과 대세론을 외치는 이인제 후보의 머리리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해할 수 없으니 당연히 '음모론'이란 괴성이 터져나오게 마련이다.

'엽기 김대중'의 가치?

현금자산이나 공장과는 달리 인터넷시대의 메타 캐피탈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도 있다. 얼마 전의 '엽기 김대중'은 단 20일 만에 9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수치는 계산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이들의 행보에 따라서는 수백억 원의 메타 캐피탈을 이미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노무현 현상도 마찬가지다. 정치계에서 수십년을 굴러 쓴맛 단맛을 모두 보았다고 자부하는 정치분석가들 그리고 한다 하는 주요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 중 단 한사람도 노무현 돌풍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한곳 예외가 있었는데 바로 '우리모두'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인터넷 논객들처럼 네트워크 효과의 파괴력을 피부로 느끼는 사람도 드물다. 기자만 해도 하도 오래 전이어서 기억도 하지 못하는 글을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사이트에서 읽었다며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일개 초라한 네티즌의 글 하나가 이렇게 넓고 넓은 인터넷의 바다를 떠돌고 다니는데 노무현 후보처럼 네티즌들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정치인의 경우야 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오늘 Rankey.com에 확인한 노무현 후보 홈페이지의 순위가 몇위인지 아시는가? 놀라지 마시라. 347위다. 우리나라 웹사이트를 통틀어 매긴 순위가 그렇다는 말이다. 금년 초만 해도 3천 위에 머물던 곳이다. 어지간한 언론사를 뺨치는 접속순위다. 대선이 다가오면 아마 수십 위까지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굳이 조.중.동의 해코지를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스스로 최강의 언론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무현 후보가 확보한 브랜드 파워만으로 이미 메타 캐피탈의 가치는 수백억 원을 돌파한지 오래 전일 것이다. 오로지 인터넷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은행에서 돈 빌려 공장 짓고 기계 돌려 돈을 벌던 옛 마인드가 뼛속까지 스며든 기성세대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메타 캐피탈은 물론 순식간에 확보할 수 있는 반면에 한번 실수하면 그 보다 떠 빠른 속도로 사라지거나 부채로 돌변해 버릴 수도 있다. 이회창 씨는 대쪽 이미지로 한 때 시중의 화두를 장악한 적이 있지만 각종 스캔들로 그 신화가 한번 깨지자 그가 확보한 유명세는 정확하게 마이너스 부호를 단 채 부메랑이 되어 그를 타격했다. 대쪽 브랜드가 몇년 전만 해도 수백억 원의 자산이었다면 이제는 수백억 원의 부채로 돌변해 버린 것이다.

노무현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홈페이지는 현재 1천만 접속을 넘어섰지만 메타 캐피탈의 가치는 방문자 수를 단순히 합산하는 것만으로 계산이 되지는 않는다. 방문자들이 그의 홈페이지에서 얼마나 설득을 당하고 열렬한 지지자로 변화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포인트다. 한 마디로 '감동지수'다. 이 지수를 곱해 줄 경우 접속자수의 몇 배에 해당하는 메타 캐피탈을 확보하는 셈이다. 단순히 접속순위 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메타 캐피탈의 속성이다.

물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노무현 후보의 숨은 모습이 드러나 네티즌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거나 거짓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의 메타 캐피탈은 마이너스 부호를 붙인 채 정확하게 부채가 되어 그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마 우리 정치 역사상 최고액수의 부채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돌이켜 볼때 그렇게 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또 우리의 앞날을 위해서도 그렇게 희망해 본다.


* 본 기사는 브랜드 네이밍 전문사이트인 이름쟁이 http://www.irmjangi.com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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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9/06 [19:4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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